ABOUT ME

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Today
Yesterday
Total
  • 웬 어리석은 노인들
    수필/신작 2017. 8. 18. 21:16

     

     

     

                                      

                 

                                       웬 어리석은 노인들

     

     

     

                                                                                         윤근택(수필가)

     

         그렇잖아도 사랑하는, 유일한 글 제자를 관리소홀로잃어버려맘이 심란한데, 새벽같이 밭이웃인 젊은이한테서 짜증섞인 민원의 휴대전화를 받게 되었다.

       아저씨, 몇 차례 당부했는데요, 제발 개들을 좀 묶어주세요. 우리 밭에 와서 이번엔 금세 씨 뿌린 가을배추밭을 엉망을 만들어버렸어요. ”

        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며칠만 더 참아달라고 통사정을 하였다.

        참말로, 개들조차 말썽이다. 원치도 않았건만, 저희들끼리 연애해서 애기 낳고, 또 저희들끼리 연애해서 애기낳고를 거듭하였다. 해서, 에미와 새끼 셋이 아예 한 조()를 이뤄 천방지축 이 골짝을 온데 뛰어다닌다. 누군들 잡아 가두고 싶지 않으랴만, 그게 쉽지 않다. 녀석들을 거슬러 애비, 에미, 할애비, 할미 등을 내가 잡으려고 119를 부르고, 마취총을 쏘고, 수면제를 멕이고 ... 온갖 짓을 다 해보았다. 그렇게 해서 놀란 유전자가 되물림되었는지, 그것들은 숫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먼 당신이 되었으니, 남감하기 이를 데 없다.

     

        1. 어리석은 노인(1)

     

         때는 2010년 경, 대한민국 경산시 남천면 송백1리에 웬 어리석은 노인이 살았어요. 그 노인은 지난 날 과오로 인해 자기 작은딸한테 맘의 상처를 깊이 남겼어요. 해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하여 그 골짝 농막에 혼자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 노인의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작은딸이, ‘아빠가 적적할 테니, 애완용 강아지 한 쌍을 농장에 보내면 안돼?’하며 제의해왔어요.”

         그 강아지들은, 작은딸 친구 세정이가 키우던 개인데, 시집을 가게 되어 그렇게 남한테 주려 했대요.

         어리석은 노인은 그 강아지 한 쌍이 딸과 화해의 메신저가 될지도 모른다고 여겨, 덜렁 승낙을 하게 되었어요. 그랬던 강아지들 가운데 아가씨는 바람이 나서, 그 골짝 보명사란 절간의 덩치 큰 수놈과 연애를 했고... 그 아랫대는 위와 같이 되어 버렸어요.

         그 어리석은 노인은 요즘도 그 개들이 잘 다니는 길목에다 올가미를 놓고 세월없이 그 개들이 걸리기만을 기다려요.

         어디 그뿐이겠어요? 그 노인은 농막 뒤 이팝나무가지 사이에 예쁜 산새 한 쌍이 둥지를 틀어 파르스름한 알을 다섯 개씩이나 낳았음을 훔쳐보게 되었어요. 거기서 끝낼 일인데, 노인은 그 알이 너무 이뻐 그들 산새 부부 몰래 만지고 말았어요. 먹이를 물러 날아갔던 새 부부는, 그 알들을 모조리 부리로 쪼아 깨뜨려버리고 멀리멀리 날아가 버렸어요. 날아간 새는 다시 오지 않거늘, 그 어리석은 농부는 날마다 드나들며 날아간 새가 되날아오길 바랐어요. 그 빈 둥지를 안타까이 바라보곤 했어요.

     

        2. 어리석은 노인(2)

     

         중국 송()나라에 한 농부가 살았어요. 하루는 밭을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더니,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목이 부러져 죽고말았어요. 그것을 본 농부는 옳거니!’하며 또 다른 토끼가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줄 알고 밭 갈던 쟁기를 집어던졌어요. 그리고는 넋을 잃고 그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러나 토끼는 더 이상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노인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어요.

        이 이야기는 바로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여요. 어른들은, 이는 곧 낡은 관습만을 고집하여 지키고, 새로운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 말이라고 해요. 한비자(韓非子)》 〈오두편(五蠹篇)에 나오는 말이라고 해요. 당시 지혜로웠던 한비(韓非)는 요순(堯舜)의 이상적인 왕도정치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라고 주장하여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고 해요.

     

       3. 어리석어도 크게 어리석은 노인(3)

     

         기원전 1211년 중국 강상(姜尙)이란 이가 태어났어요. 그는 뛰어난 능력과 높은 학식이 있었음에도,아직은 때가 아니다 여기며 벼슬에도 돈벌이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대신, 날마다 강가에서 미끼 꿰지 않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보냈어요.

        그러자 곁을 지키던 아내는 친정으로 가버리고, 강상은 강가에서 늙어만 가고 있었어요.

        주나라 문왕이 인재를 구하러 길을 나섰다가 강가에서 그 어리석은, 크게 어리석은 80세 노인을 만나게 되었어요. 임금은 그 노인의 지혜로움에 탄복하여 노인을 궁으로 불러 스승으로 삼았어요. 그가 바로 강태공(姜太公)이지요. 선왕(先王)부터 오래도록 기다리던[] 사람이라 하여 태공망(太公望)’으로도 불러요.

        훗날 강태공은 제나라 제후가 되었어요. 그 소식을 전해들은 부인이 뒤늦게 찾아갔어요. 다시 부인으로 삼아달라고 애원했어요. 강태공은 그 여인한테 물 한 바가지를 떠오라고 했어요. 그 여인은 몹시 기대했어요. 그런데 강태공은 그 바가지의 물을 방바닥에다 쏟아부었어요. 그 물을 도로 담으면 받아주겠다고 했어요. 그 부인은 슬피 울며 떠나갔어요.그 유명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은 강태공의 그때 그 말이여요.

         강태공은 어리석어도 크게 어리석은 노인이었어요.자신을 알아줄 임금을,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를 기다렸어요. <<呂氏春秋>>에 의하면, 강가에서 문왕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게 아니라는군요. 그 노인은 문왕에 관한 사전정보를 미끼 대신 낚시바늘에 꿰고 있었대요. 그래서 문왕이 지나게 될 그 길목 강가에, 그렇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었다네요.

     

         어쨌든, 위 제 1의 어리석은 노인은, 아직도 날아간 새가 되돌아오기만을 기다려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 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 니다.

    '수필 >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1)- 회갑무렵  (0) 2017.08.20
    다시 날줄 한 가닥 풀어놓고  (0) 2017.08.19
    피정과 피구  (0) 2017.08.17
    전설(2)  (0) 2017.08.15
    Wanted(구인광고)  (0) 2017.08.1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