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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 ‘153’에 숨긴 비밀(1)
    수필/신작 2017. 12. 20. 11:08

     

                     숫자 ‘153’에 숨긴 비밀(1)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살아가면서, 아주 사세(些細)한 사물로 말미암아, 엄청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수필작인 나는, 수필작가라도 현존하는 대한민국 수필작가 가운데에서 최다작(最多作)의 수필작가이기를 꿈꾸는 나는, 그러한 사세한 사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수필작품을 지은 적이 많다.

    잠시. 위 제재에 관한 이야기는 미루어두기로 한다. 대신,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내가 이미 적은 못 생긴 아소카란 수필 가운데에서 한 단락부터 다시 소개하겠다. 참고적으로, ‘가지도 않은 외국 명승지에 관한 기행 수필이었다.

     

    < 일행들이 생각에 골똘한 나를 채근한다. 나는 이제 아소카의 돌기둥 앞에 서 있다. 가이드는 돌기둥에 빼곡히 적힌 산스크리트어의 내력을 일러준다. ‘찬드 아소카(‘잔혹한 아소카란 뜻임.)’는 죽었고, 그의 역사도 저 명문(銘文) 속에 무려 2,000여 년 동안 감춰져 있었단다. 그러다가 1837년 영감이 뛰어난 영국인, ‘제임스 프립센이 두 개의 열쇠문자를 해독해냄으로써 드디어 진실의 보고(寶庫)’를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거꾸로 선 ‘T’누군가의 선물다남이요, 흠집 낸 듯한 ‘C’‘~처소격 조사임을 밝혀낸 것이다. ‘신의 총애를 받는 라자피아다시가(아소카)... ’으로 시작되는 아소카의 칙령이었다. 못생긴 아소카는 재임 중 인도 전역의 돌과 기둥에다 자신의 칙령을 새기도록 한다. 그 내용은 실로 엄청난 것들이다. >

    다시 말하거니와,‘제임스 프립센이 영감으로 아소카의 돌기둥칙령을 해독해냄으로써 그 위대한 아소카의 업적을 후세사람인 우리들이 다 알게 되었다.

     

    문득, 나는 그 많은 필기구 종류 가운데에서 만년필을 떠올렸다. 어느 문우(文友)가 선물로 사주었던 빠이로트 만년필’. 사실 그녀는 이미 저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 귀중한 선물인 빠이로트 만년필의 행방도 묘연하긴 하지만... . 하필이면, 그 만년필의 브랜드명을 빠이로트‘Pilot’로 정한 게 탁견(卓見)이라는 사실. 다들 너무나 잘 알다시피, 하늘 높은 데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져,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는 만년필 잉크가 잘 흘러내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볼펜도 글씨가 잘 쓰이지 않을 터. 그러니 고공(高空)‘Pilot’조종사도 쓸 수 있는 만년필이란 의미가 녹아 있지 않을까 하고서.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다. 꿈보다 해몽인가?

    파이로트 만년필에서 시작된 나의 연상작용. 어느새 필기구 가운데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볼펜에까지 닿았다. 사실 나는 사반 세기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내 돈으로 볼펜을 사본 적이 거의 없다. 작가로 행세하는 30여 년 동안에도 볼펜을 내 돈으로 산 적이 거의 없다. , 골초에 가까운 끽연자이면서도 내 돈으로 일회용 가스라이터를 사본 적이 거의 없다. 이는 삶의 아이러니다.

    그렇다 치고. 오늘은 볼펜 한 자루를 잡고서, 육각주 모양의 몸체에 적힌 작은 글씨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 ‘monami 153 0.7’가 선명하다. 사실 ‘monami’‘mon ami’인 것은 알고 지내왔다. ‘몽 아미로 발음되는 프랑스어로서, ‘나의 친구란 뜻을 지닌 브랜드명이다. 그리고 ‘0.7’은 그 (ball)의 굵기인 동시에, 적게 될 글씨의 굵기가 ‘0.7mm’라는 뜻. 그러나 이날 이때까지 ‘153’에 관해서만은 알지 못하였다. 그 엄청난 비밀(?)이 숨겨 있을 줄이야!

    196351, ‘모나미 볼펜창업자 송삼석 회장. 기독교 신자인 그는 볼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느님(하나님)께 기도를 소홀히 했던 걸 회개하고, 사업이 번창해지길 간절히 빌게 된다. 그래서 ‘153’을 볼펜대롱에 새겨 넣게 되었다는 거 아닌가. 신약성경 요한복음 제 21장 제 11절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 쉰 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

    153이라는 숫자는 1부터 17까지를 모두 합한 수로서 완전한 수이며, 153마리의 고기는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물은 교회(성당)이고, 많은 고기를 담고도 찢겨지지 않은 것은 일치를 상징한다고 한다. 153, 우리네 화투에서 말하는 갑오(甲午; ‘1+5+3 =9’).

    모나미 창업자는 에수임의 은총으로, 1963년에 모나미 볼펜‘KS 마크를 획득했고,1978년 한 해에 12억개의 볼펜을 팔았으며, 현재 해마다 50억 개의 볼펜을 판다는 거 아닌가.

    모나미 볼펜의 정식명은 모나미 153볼펜’. 명색이 글쟁이인 내가 환갑 나이에 이르서야 그 숫자‘153’의 비밀을 해독해내고서는, 마치 위에서 소개했던 제임스 프립센같은 희열을 느끼고 있다. , 저 잉카제국의 결승문자를 해독해낸 듯 희열을 느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진흙 속에 묻혀있던 슈메르 유적지를 발굴한 영국 고고학자 울리처럼 희열을 느끼고 있으니... .

     

     

    다음 호 예고)

    볼펜은 헝가리 출신 신문기자 라디슬로 비로(Ladislao Biro)'구슬이 웅덩이를 지나가면서 남긴 물 자국에서 착안하여 발명했다는 이야기부터, 그 발전과정의 흥미로운 이야기 이어질 것임.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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