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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응
    수필/신작 2018. 4. 23. 16:15



    시급 7,530원.


    한밤에 좁은 공간, 아파트 경비실에서, 불면의 밤을, 혼자서 4시간 지키는 저.


    이런저런 생각으로, 특히 살아온 나날 60평생을 회고하고,


    부끄러운 기억을 더듬으며, 어버이의 사랑을 다시 깨닫고... .


    스스로 환경을, 이런 환경을 만든 게 얼마나 유익한지 몰라요.


     


     


                                         적응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얘들아, 이젠 방을 빼주어야겠다.”


       내가, 병아리 자동부화기에서 21일 동안의 부화기간을 거치고, 다시 그 자동부화기를 보육기로 삼아 10여일 기른 병아리들을, 손수 만든 보육기로 옮기면서 한 말이다. 마음이 급해, 이번에는 양계장에서, 제대로 믿을만한 유정란 30개를 사다, 1기생(?) 병아리 방에 바통터치 해야겠기에 그리 하였다. 아니, 그 어린 것들도 이젠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니, 그럴밖에.


      “얘들아, 너희들도 이젠 방을 빼주어야겠다.”


       내가, 다소 이른 봄부터 텃밭에다 소형의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거기에다 관상용고추·단호박·식용 박·찰옥수수 등의 모를 내고 있었다. 낮이면 햇볕에 델세라, 밤이면 얼세라, 비닐을 벗기고 덮고를 번갈아 해왔다. 이젠 어느 정도 노지(露地)에도 적응이 된 듯하니, 그것들을 본밭에 옮겨 심어도 될 듯.


    나는 위 두 부류의 어린 생명체들한테 적응훈련을 해왔다는 이야기다. 참말로, 그것을 적응훈련이라고 하여야겠다.


       적응(適應;adaptation),우리네가 여러 분야에서 아주 흔히 쓰는 말이기는 하다. ‘생물체가 환경의 변화에 맞게 자신의 상태나 구조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과정을 일컫는다. ‘DAUM 백과사전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을 더 전하고 있다.


      ‘(상략) 가장 근본적인 생물학적 적응은 화학적·유전적인 적응이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제한되어 있으며 이 환경은 생물이 바다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래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담수나 육지로의 진출은 최소한 원래 체액의 구성성분과 유사하게 체액을 유지시킬 수 있는 적응 메커니즘의 진화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따라서 사람이나 그밖의 포유류에서조차 혈액은 화학적으로 바닷물과 아주 가깝다.’


       위 사항을 다시 더듬어보자면, 우리의 혈액이 화학적으로 바닷물과 아주 가깝다는 사실.


       포유류이고 영장목에 속하는 우리 인간은, 환경에 단순히 적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일부를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는 거. 어디 그뿐인가. 위에서 소개한 두 사례처럼, 인간은 여타 생명체들한테도 환경에 적응토록 훈련까지 시킨다. 적응과 관련해서는 일찍이 학창시절에 익힌 상동기관(相同器官)’이니 상사기관(相似器官)’이 있어, 모든 생명체가 족보상 원근(遠近)만 있을 뿐 그 기원은 같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자.


       이제부터 적응에 관한 한 빼어난 사물들을 소개코자 한다.



     


      1. 어댑터(adapter, adaptor)


     


      adapter, 말 그대로 ‘adapt(적응하다, 변화하다, 적용하다)’의 명사형이다. 우리네는 각종 가전제품을 사용할 적마다 아답터라고 부르는 결합도구를 쓰고 있지 않은가. 어댑터는,‘ 다른 전기나 기계 장치를 서로 연결해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결합 도구’. 어댑터가 갖추어야 할 미덕은, 연결부분을 마찰력을 이용한 스프링 장치나, 나사로 가공해서 잘 빠지지 않도록 되어 있어야 하는 점. 한편,‘전기전자공학대사전에서는 어댑터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연결이 어려운 부품을 접속하기 위한 장치. 어떤 장치를 용도 차이와 용도 변화에 따라 변경시켜 사용하기 위한 부속품.’


    어댑터야말로 각종 가전제품을, 요리조리 환경에 적응토록 하는 도구다.


     


      2. 멍키 스패너(monkey spanner)


     


      볼트 너트 조여붙임이나 풀어내기에 쓰이는 도구 가운데에는 스패너혹은 스크루 렌치( screw wrench)’가 있다. 이 스패너는 그 구폭(口幅;입 크기)‘mm’ 또는 인치로 표현한다. 볼트와 너트의 크기에 따라, 거기 적합한 스패너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스패너이되, 구폭을 자유자재 조정할 수 있는 스패너가 있으니... . 그게 바로 멍키 스패너. 최초 누가 그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발하다.


     ‘monkey-’라면, ‘원숭이를 일컫는 말. ‘원숭이라면, 흉내를 너무도 잘 내는 짐승. 볼트나 너트의 입 크기를 그대로 흉내 내어 그 입 크기를 조정할 수 있는 스패너. 이만하면 멍키 스패너도 위에서 소개한 어댑터못지않게 적응의 모본(模本) 아닌가.



     


      3. 클라인병(Klein bottle)


     


       독일의 수학자 펠릭스 클라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뒤틀림을 위해 원통 표면의 두 끝을 반대방향으로 결합하여 얻는 위상공간을 일컫는다. 클라인 병의 3차원 유클리드 공간으로의 몰입. 공간의 한계상 몸체를 뚫고 들어가는 것처럼 그려졌지만, 실제 클라인 병은 자기 자신을 뚫고 들어가지 않는다.


       표면을 3차원의 유클리드 공간에 작도할 수 없으나 뫼비우스 띠처럼 한 면으로 된 재미있는 성질을 갖는다. 닫혀 있으나 원환체나 구처럼 내부를 갖지 않고 적절하게 둘로 자르면 2개의 뫼비우스 띠를 얻는다. 글쎄, 이 글 제재 적응과 무슨 관련?


     


      4. 그릇


     


       그릇은 그 형태에 따라서는 크게 세 갈래로 가른다. 연엽(蓮葉(옥바리 등. 연엽은, 우리가 자주 쓰는 밥그릇 형태. 마치 연꽃 이파리 같아 붙여진 이름. 합은 아래 위가 원통 같은 그릇인데, 지난날 도시락이 대표적인 합이다. 옥바리란, 요강단지 같이 생겨먹은 그릇. 안쪽으로 약간 오그라진 걸, ‘옥다라고 하는 데는 비롯된 그릇 이름이다.


       내가 그릇장수도 아니면서 그릇 형태를 이야기하고 말 성싶은가. 어떤 모양의 그릇이든, 자기 분수에 맞게만 물 따위를 채운다는 거. 연엽은 연엽대로, 합은 합대로, 옥바리는 옥바리대로 자기 생긴 대로, 자기 크기만치 물 따위를 채운다는 거. 사실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물 따위는 그릇의 모양대로, 크기대로 채우게 된다. 이 또한 적응이 아니고 뭔가.


       이제 내 모든 이야기 총정리해야겠다. 우리네 살아감은 적응훈련을 거친 다음 적응이다.


      “~, 나는 그런 거 죽어도 못해.”


       이 무슨 부정적이고 뒷걸음치는 말이냐?


       팔 걷어붙이고, 해보니까 다 되던 걸! 우리네 삶이 언제고 적응훈련이고, 적응이더라. 60평생 살아오면서 겪어본 일들, 그것은 적응이더라는 거.


       나는 기발한, 나만의 방법으로 햇병아리들 여섯을 응용력을 발휘하여 보육시설(?)로 막 옮겨 보육하고 있으며, 관상용호박을 비롯한 여러 작물의 유묘(幼苗), 이제 막 현지적응훈련하고 있다.


     


       작가의 말)


      일찍이 어느 점쟁이가 일러주더군요.


    대주(大主)는 공부에 한이 맺혀 죽은 학자(學者)가 씌었어요. 그는 살아생전 주정뱅이였어요.”


       사실 작가인 저는 남의 글을,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밖에, 그것도 성인이 된 이후에 달랑 한 권 끝까지 읽었을 뿐이에요.


       해서, 제 글 2000~3000편 가운데에는, 어디에서 읽은 듯한, 어디에서 본 듯도 한 글이 단 한 편도 없을 겁니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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