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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버를 뽑고
    수필/신작 2014. 4. 17. 22:34

                      

             클로버를 뽑고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클로버는 잔디밭에서 잔디와 함께 지내야 어울리는 듯하다. 아니, 본디부터 잔디밭에서 지내기를 원했던 듯하다. 클로버는 봄부터 잔디보다 먼저 생기를 되찾아 파랗게 되는 편이다. 사실 우리네는 잔디가 목적일 때가 많고, 클로버는 영 아니다. 그런데도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불청객처럼 잔디밭에 찾아 들곤 한다. 그러기에 잡초로 여겨 보이는 족족 뽑는 예가 많다. 오늘 이 연수원 잔디밭에 잡초 뽑기를 하다가 다시 마주친 클로버. 호미질하여 딴에는 알뜰이 발본색원한다고는 했지만, 남은 뿌리가 다시 분얼(分蘖)하여 오히려 더 튼실한 개체로 거듭날 것만 같다. 문득 성가신 녀석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막상 그렇지만은 않다. 이곳이 내 개인 소유의 잔디밭이라면, 잔디와 어울려 살도록 그냥 두고만 싶다. 천편일률의 잔디보다는 군데군데 클로버가 있으면, 더 보기도 좋을 것만 같아서. 게다가 내 고운 이가 찾아와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음로써 클로버를 짓이겨 그 이쁜 엉덩이에 풀물이라도 곱게 배여야 깨소금맛일 것 같아서. 더군다나,작가인 나도 글을 쓰면서 독자님들의 이해를 돕겠다며, 한자나 영어를 괄호 속에다 병기(倂記)를 곧잘 하는 터라, 잔디한테도 이 병기와도 같은 존재를 허락하고 싶은 것이다.

    클로버, 본디는 유럽 원산이며 목초(牧草)로 재배되던 식물이다. 그리고 녹비(綠肥)로도 재배되던 식물이다. 그랬던 클로버의 씨앗이 가축 사료로 쓰이는 건초에 딸려 들어와서 우리나라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종류의 식물을 일컬어, 귀화식물(歸化植物)이라고 한다. 대체로, 귀화식물의 이동 경위는 그러하다. 클로버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작가들이 갖가지 추억담 등을 토대로 적었으리라고 본다. 본디 우리 식물이 아니었음에도 우리와 친숙한 식물이기에 그러했으리라. 토끼가 잘 먹는다 하여 토끼풀로 부르기까지 하면서.

    클로버를 바라보자니,느닷없이 독자님들께  질문을 던지고픈 게 하나 있다. 클로버·자운영·자주개자리(알파파)·자귀나무·아까시나무·싸리나무·결명자·박태기나무··완두콩·콩 등의 공통점은? 일년생 식물,다년생식물, ,나무 등이 혼존(混存)하는데 무슨 공통점이 있겠냐 싶지만, 모두 장미목 두과(斗科;콩과) 식물이다. 두과 식물은, 콩깍지 모양의 열매를 맺는 식물을 일컫는다. 그러나 여기에다 뿌리가 지닌 특별한 그 무엇을 곁들여 설명해야 온전한 답이 된다. 바로 뿌리혹박테리아를 지녔다는 점. 그리하여 콩과 식물을 녹비작물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한 부연설명은, 이미 내가 적은 또 다른 수필, 번개는 작물을 자라게 한다 가운데 한 단락을 자기표절하는 것으로 갈음코자 한다.

     

    이번 나의 이야기는 비료의 3대 원소 가운데서도질소에 관한 내용이다. 식물 생장 특히,뿌리에 꼭히 필요한 질소 성분. 공기 중에 무려 78%를 차지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너무 안정적인 분자구조로 되어 있어, 곧바로 식물의 뿌리가 흡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서, 옛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질소 성분을 쉬이 얻을까 고민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식물의 잔해물 즉, 유기물을 작물의 발치에다 뿌려줌으로써 쑥쑥 자라나게 하였다. 그런데 공기 중의 질소 성분을 작물의 뿌리가 쉬이 빨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존재가 있으니, 뿌리혹박테리아와 질소고정세균과 일부 조류(藻類) 등이다. 이들 가운데 뿌리혹박테리아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안다. 콩과식물의 뿌리와 공생관계를 맺은 이 뿌리혹박테리아. 콩 뿌리를 뽑으면 마치 물사마귀 같이 오돌토돌한 게 바로 그것이다. 농부들은 개간지에다 콩부터 재배하고 이듬해 다른 작물을 돌려짓기함으로써 질소비료를 해결하곤 하였다.’(이상은 번개는 작물을 자라게 한다의 한 단락임.)
         

     사실 독자님들께서도 다들 아시는 사항이긴 하지만, 위에서 주욱 열거한, 클로버를 비롯한 여러 식물들은 뿌리혹박테리아를 지녔고, 그로 인해 토양을 거름지게 하기에 녹비작물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클로버를 녹비작물로 집중적으로 재배한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은 없다. 모르긴 하여도, 클로버가 다년생 식물인 까닭에 토지를 여러 해 동안 독점(優點種이란 뜻임.)하는 걸 꺼려서 그렇게 되었을 것 같다. 대신, 겉모양이 클로버와 비슷한 중국 원산의 자운영은 저 남녘에서 녹비작물로 많이 재배한다고 들었다.

    위에 열거한 녹비식물들이 비단 작물에만 이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 어린 시절, 체험한 바에 의하면, 닭 사료를 절약하기 위해 아까시 잎을 따다가 절구에 빻아 사료와 버무려 준 적이 있다. 닭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토끼를 비롯한 각종 동물들이 녹비작물 먹기를 좋아하더란 점을 상기(想起)한다. 콩잎은 짐승들 못지않게 우리네 인간들도 즐기지 않는가. 설령, 이 글 전체와 일체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단락의 통일성에는 어긋날지라도, 콩재배 기술마저 이야기 아니 할 수 없다. 콩의 소출을 내기 위해서는 우리네 농부들이 콩이 한창 자라날 때에 정아(頂芽;꼭대기 눈)를 인위적으로 따내게 된다. 그걸 흔히 적심(摘心)이라고 한다. 그렇게 적심하면,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걸 본디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콩밭을 쟁기로 북돋울 적에 소들이 주인을 그 얼띤 눈으로 훔쳐보면서 콩순을 베물곤 했고, 주인은 콩 농사 망쳤다고 이랴!이랴! 채찍질을 했는데, 막상 가을에 보니까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더라는 거. , 고라니나 산토끼가 내려와서 몰래 뜯어먹고 간 콩 대궁에서 오히려 소출이 더 나더라는 거. 물론 짐승들이 콩 농사 방법을 일러준 거라고 보아야 할 터. 아무튼, 사람이든 짐승이든 콩과식물을 즐기는 것은 매 한가지란 뜻이다. 나더러 이를 과학적으로 자세히 설명해보라면 한참 걸린다. 콩과식물들은 뿌리혹박테리아의 도움으로 풍부한 질소 성분을 지녔고, 이 질소 성분은 화학적 변모 내지 이온결합 등으로   단백질이란 화합물을 많이 만들어낸다고 보면 된다. 인간을 비롯한 여러 동물은 그 단백질을 즐기는 것이고.  사실 이렇게 설명이 막힐 때에는 훌륭한 원군(援軍)이 나한테는 있다. 수년째 나의 수필폭탄(?)을 잘도 견디어 내고, 거의 매일 부치는 e메일을 한번도 빠뜨림 없이 읽어주는 애독자이다. 그분은 세계적인 콩 박사 정규화 교수이시다. 그분한테 여쭤보면 명쾌하게 알 텐데 . 가령, 우리네가 어느 식물의 뿌리를 식용으로 쓴다면, 그 유용한 성분이 뿌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줄기와 잎에도 있을 터. 마찬가지로, 콩알에 단백질이 많다니, 그 잎에도 단백질이 많지 않겠는가. 사실 위 콩과 식물들 공히 한방(韓方)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 성질이 부드러우며 .인 듯하였다. 아까시 나무의 경우, 오월에 피는 꽃을 꽃자루[花柄]째 따서 튀김가루와 버무려 튀겨 술안주로 삼으면, 시쳇말로 왔다!였다.

    이들 콩과 식물들이 토양한테는 녹비로서, 동물한테는 단백질의 보고(寶庫)로서만 가치로운 존재가 아니더라는 점. 어린 시절, 어머니는 잿물을 만들기 위해 옹기시루에다 아궁이의 재를 퍼 담곤 하였다. 당신의 증언에 의하면,콩깍지나 아까시나무나 싸리나무 등을 땔감으로 쓴 다음에 얻게 되는 재가 잿물을 만드는 데 최상품이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가 없나,하여간 그렇게 말하였다.

    이제 두서 없는 나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콩과 식물은 토양한테는 녹비가 되고, 동물한테는 단백질이 되고,시골 아낙네한테는 잿물이 되고, 벌한테는 밀원(蜜源)이 된다. 그러니 잔디밭에 드문드문 난 클로버를 그저 귀찮은 존재로만 여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위에서도 이미 한 차례 이야기하였지만, 내 고운 이가 혹시라도 길 엇들어 찾아온다면, 그를 잔디밭에 고이 뉘고 싶다. 잔디밭일지라도 클로버가 있는 자리에 뉘고 싶다. 그러면 그의 이쁜 엉덩이에 파란 클로버 풀물이 들 게 아닌가. , 그것이 사랑이며,행운이며,행복인데 . 그러면 나는 콩과식물의 또 다른 공통점을 그에게 설명하면서 콩꼬투리를 터뜨리듯 그의 봉선(縫線), 솔기를, 지퍼를 은근슬쩍 내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http://yoonkt57.kll.co.kr/)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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