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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련(134)문장이론/문장수련(문장이론) 2020. 8. 8. 11:26
문장수련(134)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우선, 본인의 글을 한 번 살펴보아달라고(?) 주문해온 분의 글 전문(全文)을 읽고 내 이야기 이어가기로 하자.
제주 문학 기행
임ㅇㅇ
①앗, 큰일 났네?
허겁지겁 놀라며 시계를 ②보니 5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6시 반까지 공항 집결하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 일을 어쩐담? 꺼내 놓은 짐을 주섬주섬 가방에 정리하며 세수는 대충 하고 콜택시를 불렀다
③바깥 분은 요 때다 싶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 무슨 놈의 여자가 잠을 그렇게 자느냐, 짐은 미리 싸 두지 않고 허겁지겁하느냐는 둥, 급하게 서두르다가 사고가 나니 다음 비행기로 갈 생각을 하라며 약을 바짝 올린다.
④사실 난생처음 늦잠을 잤다. 머릿속에 시간을 입력해 두면 타임 벨보다 더 정확했는데 나도 이젠 다 된 모양이다.
여자가 며칠 집을 비우려면 남편 반찬, 냉장고 안 정리, 구석구석 흠 안 잡히려고 말끔히 정돈하느라
새벽 1시 되어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두어 시간 자면 ⑤일어나 지는데 마음 푹 놓고 자버렸다.
택시 기사가 6시에 와서는 공항에 6시 반 집결이라고 하니 핸들을 무섭게 돌렸다. 아찔할 정도로 달리는데 사무총장으로부터 두 번이나 전화가 왔다. 곧 도착할 테니 ⑥염려말라 면서 시계를 보니 5분 전이다.
택시비가 2만 5천 원이 나왔다. 고마워서 5천 원 거스름은 안 받았다. 그렇게 사명감 투철한 기사는 처음 봤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운전이었다.
회장님 이하 몇몇이 벌써 와서 기다리는데 내가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6시 반이다.
야호! 띵 호아! 바깥 분이 걱정하고 있을까 봐 무사 도착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부산 항공이 개설되어서 난생처음 이 비행기를 탔다 . 그러고 보니 아침 시간에 난생처음을 세 번이나 경험한 셈이다. 제주 공항에 회원 몇몇이 나와서 ⑥플랜카드를 펼치고 환영해 주었다.
반갑고 또 고마웠다. 곧바로 숙소로 가서 여장을 풀고 아침을 먹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⑧비자림으로 향했다. 날씨가 여행하기에 딱 좋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입장할 때 ⑨마스크&체온측정 필수였다.
⑩천년 나무가 대부분이고 뱀 주의 푯말도 곳곳에 있었다.
천년의 세월이 녹아든 신비로움 가득한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장소다. 벼락 맞은 나무부터 긴 세월이 느껴지는 아름드리나무까지 다양한 비자나무를 만날
수 있다. 비자나무 외에도 단풍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숲을 메우고 있다. 비자 열매가 파랗게 달려 있는 게 너무 예뻤다. 덕분에 숲 입구에서부터 기분 좋은 향기가 퍼져 나온다.
피톤치드를 머금은 상쾌한 산책길을 따라 자박자박 걷다 보면 쨍쨍 햇볕이 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산림욕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풍란, 콩짜개란, 비자란 등 희귀 난과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울창한 숲이 주는 웅장함 외에 아기자기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⑪숲속 새 소리, 바람 소리, 자연의 소리가 세속에 찌든 마음을 정화해 주고 예쁜 수국 또한 탐스럽게 피어 세상 근심을 다 내려놓고 보게 된다.
한 시간 반가량 걸어서 힐링하고 다시 차에 올라 함덕 해수욕장으로 갔다.
먼저 초록의 서우봉이 든든하게 곁을 지키고 있어서 푸른 하늘과 바다가 더 빛나 보인다.
잔잔한 파도와 얕은 물에서 아이들이 우끼를 타고 노는 모습을 보니 마치 우리 막내 아들네 식구들이 작년에 여행 와서 저렇게 놀다 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마저 뻥 뚫리는 함덕의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여 회원들이 양팔 벌려 팔짝 뛰면서 사진부장한테 사진 찍어 달라고 야단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니 뛰어 보기라도 하듯이.
남자 회원들도 모래밭에서 등산화 신은 채 뛰어오르며 사진을 찍고. 우리 회장님은 볼록 나온 배가 무거워 아예 뛰어오르기를 포기하신 듯. 나는 손뼉치며 동심으로 돌아가 노래를 불렀다.
♪ 등산화를 신고 뛰어 보자 팔짝 ♪
♬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
다음 행선지는 ⑫4.3 공원으로 향했다.
역사 이래로 영웅만을 기념하던 인류는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민초들의 역사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제주 4.3평화공원은 4.3사건으로 인한 제주도 민간인 학살과 처절한 삶을 기억
하고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평화 인권기념 공원이다.
4.3사건은 현기영 작가가 제주4.3이 금기시됐던 1978년, 소설 ‘순이 삼촌’으로 제주도
역사와 주민의 삶을 작품세계의 바탕으로 삼고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문학으로
재규명한 소설가 현길언 씨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⑫투옥살이도 하셨고 암으로 고생하다 올해 3월에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여기 오니 새삼 그분이 떠오른다.
인터넷에서 ‘제주 4.3 평화공원’을 검색하면 자세히 볼 수 있다.
첫날은 여기서 문학 기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맛, 난 저녁을 먹고 내일 새벽에 한라산으로 가야 하니 일찍 잠을 자도록 회장님께서 당부하셨다.
한라산 , 백록담 정복하러
6시 40분에 차를 타고 바로 성판악으로 올라갔다. 이슬비가 내려서 일행은 비옷을 사서 입었다.
나는 하나 더 사서 등에 진 가방을 덮을 생각을 하였다. 점심용으로 김밥 두 줄과 물병을 받아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출발할 때부터 다리와 허리가 아파 그곳까지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을 했지만, 동참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가는 데 까지 가 보기로 하였다.
회장님은 부태식 사장과 오을탁 시인을 내 뒤에서 보좌해 같이 오라고 명하셨다. 나는 두 분께 폐가 되는 것 같아 천천히 따라 갈테니 일행을 따라 가시라고 권하였다. 안된다고 같이 가자며 독려를 했지만 우비 속 내 몸은 땀범벅이 되어 짐을 내려 정리를 해야 했다. 핑계로 두 분을 앞서 보내고
걸터앉아 뭉친 곳을 풀고 발가락도 마사지 해 주니 좀 걸을만 해졌다. 여기 앉아서 왼 종일 보낼 생각을 하니 어이없기도 하고.
다시 여장을 차리고 걷기 시작했다. 채근하는 사람 없으니 천천히 걸었다. 벌써 하산하는 등산객이 한 마디씩 인사를 건넨다. 아니 올라갈 수 있겠어요? 힘 드실 텐데...
조금 더 올라가니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휘청휘청 아니, 이럴 수가? 평생 감기를 모르고 포기를 모르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거뜬히 해내던 몸인데 나이 먹을수록 칼을 대는 횟수가 늘어나고 특히 노년에 디스크 수술 두 번 하고 나니 영 회복 안 된다. 의사 왈 척추가 많이 망가져서 손댈 수 없단다.
아프면 약을 먹고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한다나? 매월 정기적으로 약 받으러 가고 통증이 오면 뜨거운 탕에 들어가 근육을 이완 시켜 주고 그래도 안 되면 초음파 치료기를 꺼내 마사지하며 시간만 나면 통증과 싸워야 한다. 사는 게 고생이란 말이 실감난다.
짐을 덜기 위해서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물병은 오면서 버리고 왔기 때문에 오이를 같이 먹으니 목 막힘이 덜 했다. 그런데 까마귀가 눈앞 나뭇가지에 앉아 까욱 까욱 성난 목소리로 울었다.
응, 그래 밥 달라고? 김밥 두 개를 던져 줬다. 어느새 먹었는지 안 보였다.
다음엔 내 옆 가지로 와서 딴 놈이 울었다. 으응, 어쩌나? 없는데... 갑자기 까마귀가 무서워졌다 .
내놓으라고 쫄 것 같은 기세였기 때문이다. 부득이 일어서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늦게 올라오는 등산객이 인사를 건넨다.
와, 벌써 다녀오시는 거여요?
아니요 4-11까지만 갔다가 내려오는 거여요.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산 사람끼리는 반듯이 인사말을 주고받는 게 예의처럼 되어 있다. 말씨가 제주말 하는 사람은 없고 대개 경상도 악센트, 서울 악센트
뿐이다. 하기야 제주 사람이 이 시간 한라산 등산할까 만은. 천천히 내려오면서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의 시가 뇌리를 스친다. 한라산의 나무,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고사목, 구상나무, 고무나무처럼 생긴 글거리 나무, 잎자루의
붉은색이 선명하다. 한라산 백당나무가 유명하지. 편백은 또 어떻고.
성판악 출발지로 도로 내려왔다. 오후 2시 20분. 다리가 뭉쳐서 만지면 아프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14시 20분이면 얼추 7시간은 걸은 셈이다. 와우 대단합니다. 동네 슈퍼에 다녀와서도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 하는 사람이 남모르게 7시간을 눈물을 머금고 걸었으니 나 자신을 칭찬해 줄 수밖에는.
성판악에는 상점 하나밖에 없다. 쉴 곳도 없어서 가게 주인께 양해를 얻어 의자를 빌렸다. 다행히 아침 출발할 때 김밥과 비옷을 산 일행임을 알고 앉아서 쉬라고 하였다. 회장님께 나, 여기 있다고 보고 드리고 몇 시쯤에 하산할 수 있으시냐고 여쭸더니 18시까지는 도착한다고 하셨다.
기다림의 고통,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19시에 저녁 만찬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너무 늦으면 실례가 된다.
저녁 6시 조금 넘어서니 한 사람씩 내려 왔다. 심 종덕님은 초죽음이 되어 얼굴에 핏기없이 금방
쓸어질듯 겨우 버스에 올랐다. 우리 임 회장님은 건재하신 채 내려 오셨고.
역시 여자분들은 몸이 가벼워 거뜬히 앞장서서 일찍 내려왔다.
도두동 삼미 횟집으로 갔다. 제주 총회장 문정수 님께서 풀코스로 음식을 내오도록 주문하셨다.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나온다. 나중에 나온 것은 배가 불러서 먹지 못하고 일어섰다. 양은순 회원이 이번 국보 문학 행사에 시집으로 대상을 받는 데 건강이 안 좋아 서울까지는 못 오고 이 자리에서 수상을 전했다.
나하고는 수필 등단 동기로 각별한 사이인데 꽃다발을 준비 못 해서 섭섭하였다. 서로 건강해 지자고
다짐을 하면서 인사 나누었다.
김충록 시인이 켈리 그라피 작가이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자기 작품을 한 점씩 다 나누어 주었다. 귀한 선물이다. 그리고 고훈식 회장님은 제주 올레길, 둘레길 약도가 그려진 손수건을 선물 주셨다.
제주 회원들께 큰 신세를 졌다. 서울 회원들이 문학 기행 온다니까 단단히 준비하신 모양이다. 게다가 임원진들이니 더 신경쓰셨나 보다.
신라호텔에 근무하는 이미희 회원께서 직장 일로 제주 왔다가 같이 합류하여서 반가웠다.
이번 기회로 제주 회원들과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한 것 같다.
내일은 마지막 행선지 마라도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묵는 숙소 바로 옆 동네에 제주에서 유명한 용두암해수랜드가 있는데 그곳에 가자고 말을 좀 해 볼걸. 뜨거운 물에 담그면 뭉친 근육이 좀 풀릴 텐데...... 나 혼자 서라도 갈걸. 걸. 걸.
최남단 바다를 품은 섬 마라도
뒷날은 느긋하게 잠을 잤다. 8시 40분까지 나오라고 하셨으니까. 모슬포에 가서 승선표를 끊어 배 탔다.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다는 말이 제주 사람들은 우스개로 말한다. 한반도 가장 남쪽에 있는 이 두 섬이 빚을 돌려받기가 어려울 정도로 외진 곳에 있다는 데서 유래된 속담이다.
푸른 초원에서 잔디와 이름 모를 꽃과 속삭임 적막한 마라도는 사색의 섬인 셈이다. 이국의 어느 외딴 무인도에 홀로 버려진 느낌을 받는다. 10만 평의 푸른 초원에 누워 보라. 온통 잔디밭인데 잔디 사이
마다 샛노랗게 핀 이름 모를 꽃들이 누운 채로서 자기를 바라보는 나그네에게 기꺼이 눈높이를 맞춰준다. 그러면서 바람 소리마다 힐끗힐끗 웃는다. 누워서 보는 하늘빛도 그대로 바다를 닮았다.
목책을 따라 한 바퀴 돌면 관광은 끝나는데 여기서 유명한 것이 짜장면이다. 개그맨 이창명이 등장하는 한 통신사의 광고가 나간 뒤 마라도에 오면 꼭 짜장면을 먹어 봐야 할 대표 음식이 됐단다.
회장님과 심종덕 총 본부장님, 그리고 나 세 사람은 짜장면집에서 배려 해 주는 인력거 ? 를 타고 한 바퀴 돌고 나서 그 답례로 싱싱한 회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시켜서 환담을 하였다.
이게 바로 마라도의 향기다. 얼마 후 식구들이 다 모여서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섬은 마치 고구마 같이 생겨서 조그마한데 있을 것은 다 있다고 한다.
이 섬의 땅값을 물어보니 100평에 1억이라 했다. 건물을 지으려 해도 건축물 자재를 실어 올 수가 있어야 짓지, 그리고 높은 건물은 짓지도 못할 터. 바람이 거세서 견딜 수가 없겠지?
돈 있는 사람은 땅 사서 묻어 두면 먼 후일 자식 대에나 쓰임이 있을지 지금은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배를 타고 모슬포로 나와서 마지막 코스인 제주 오설록 차밭으로 갔다.
오설록 차밭은 화산섬, 이라는 특수한 자연조건 외에도 생육이 까다로운 차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흙, 물, 빛, 바람, 안개의 다섯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오설록 차밭의 화산회토는 유기물 함량이 높아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온기를 품고 있는 제주의 빛과 청정수 덕분에 여린 찻잎들이 건강하게 자란다. 또 바람의 섬 별칭에 걸맞게 사계절 내내 강한 바람이 불어와 대기 순환을 촉진하고, 찻잎의 양분 흡수를 극대화한다. 또 안개는 자연 차광 효과로 찻잎을 더 선명하게 성숙하게 한다.
그런데 선전과는 달리 우리 바깥 분은 제주 차는 잎이 거칠고 향도 별로인데 쌍계사에서 나는 직설 차가 연하고 부드러워 향도 좋다고 그것만 사서 끓여 먹는다. 설명을 들으니 처음에 연한 것은 사람 손으로 따다가 나중엔 기계로 훑어 내기 때문에 다소 거친 잎이 들어간다고 하였다.
초록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그 앞에서 또 인증 샷 날렸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면서
여 회원들은 서로가 사진 찍고, 찍어 주기에 바빴다.
바로 공항으로 가서 전송하러 나온 제주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21시 20분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서울 도착 시간이 너무 늦어서 곧장 모범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택시비가 자그마치 3만 7천 5백 원.
늦은 시간에 일반 택시는 공항에 오지 않는다. 빔 늦게 출발하는 비행기가 없으니 당연하다.
회장님은 길 건너 버스를 타러 가시는지 눈인사로 전송을 하였다. 오순옥 감사는 용인까지 가야 하는데 부군께 전화하는 것 같더니 만나서 잘 갔으려나? 모두가 댁까지 무사 안착하셨기를.
코로나19로 모두가 쉬쉬하고 있는데 국보 문학인들은 통 크게 한라산을 정복한 후 맛난 음식에 바닷바람 쐬며 즐겁게 여행하고 탈 없이 돌아 와서 국보 문학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다.
문장치료사 윤쌤의 도움말)
일단 잘 읽었습니다. 대체로, 기행수필이라는 이름의 글들이 그러하지만, 글쓴이는 의욕이 앞서다가 보니까, 기행수필을 적되 마치 현장중계하듯 혹은 녹화를 하듯 주절주절 적는 경향이 있거든요. 독자들은, 특히 나처럼 별나빠진 독자들은 그러한 걸 원치 않지요. 모질 게 말하자면, 짜증나는 일이지요. ‘어디에 가서 무얼 먹었고 또 어디로 자리를 옮겨 무엇을 보았고... .’ 식은 정말로 곤란하지요. 그곳 여행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물만, 그것도 아주 작은 사물만 한, 둘 끝끝내 물고 늘어져야 해요. 그러면 개성있고 알찬 수필이 될 겁니다.
다음은 각론(各論)입니다.
1) ‘산문은 단락의 문학’입니다. 일찍이 ‘리드 허버트’가 말했지요.
“우리는 문장으로써 말하나, 단락으로써 생각한다.”
단락이 ‘완결된 생각의 덩어리’임을 말한 것입니다. 우선은, 단락의 원리는 ‘통일성’, ‘일관성’, ‘강조성’, ‘완결성’등 네 가지가 있음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기회 닿으면, 낱낱이 강의해드리지요.
위 ‘④사실 난생처음 늦잠을 잤다.’가 이끄는 문장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위 단락에 갖다붙여 써야 합니다.
2) 직접대화체 문장은 큰따옴표 안에, 간접대화체 또는 혼잣말은 작은따옴표 안에. 그리고 직접대화체 문장이든 간접대화체 문장이든 가급적이면 독립단락으로 지으시기 바랍니다.
해서, 위 ‘①앗, 큰일 났네?’은 ☞ ‘앗, 큰일났네?’라고 고쳐 써야 해요.
3) 우리말 맞춤법 가운데 쉼표 규정은 정확히 15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기능들을 확실히 익히시기 바랍니다. 쉼표는 마치 우리의 호흡 같습니다. 마땅히 쉬어야 할 곳에서는 쉬어야 합니다.
해서, 위 ‘②보니’는 ☞‘보니,’로 고쳐씀이 낫습니다.
4) 불필요한 피동형 따위는 아니 써야 합니다. ‘-진다’,‘된다’,‘되어진다’ , ‘불린다’ 등은 불필요한 피동형입니다. ⑤일어나 지 해서,‘⑤일어나 지는데’는 ☞‘일어나곤 하는데’ 정도로 고쳐 써야 합니다.
5) 작가는 독자들한테 봉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은 예의입니다. ‘부연설명’도 그 하나의 방법이며, 드러냄표(방점) 대용의 작은따옴표(‘ ’) 사용도 그 하나의 방법입니다.
해서, ‘⑧비자림으로 향했다.’ 는 ☞ ‘ ‘비자림(榧子林)’으로 향했다. 비자림이란, 제주도 ~~에 군락으로 자생하는 비자나무숲을 일컫는다.’or ‘비자나무숲’으로 향했다.
6) 우리말과 우리글이 해체되는 데 대한 아쉬움. ‘사랑愛 아파트’, ‘노래하라 청song(윤쌤의 고향 경북 청송을 일컬음)’ , 청정海 영덕‘ 등 나날 해체되고 희화화하는 우리말에 대한 아쉬움.
해서, 어른답게 품위있게 ‘⑨마스크&체온측정 필수였다.’는 ☞ ‘마스크 착용과 체온측정’은 필수였다.
7)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의 문제.
‘그는 예술과 문학과 음악과 미술을 사랑한다.(x)’........... ‘예술은 상위 개념이고, 문학·음악·미술은 하위개념이다.
해서, ‘⑪숲속 새 소리, 바람 소리, 자연의 소리가 세속에 찌든 마음을 정화해 주고 예쁜 수국 또한 탐스럽게 피어 세상 근심을 다 내려놓고 보게 된다.’는 ☞ 숲속 새소리, 그 숲속 바람소리, 고라니들의 짝을 찾는 울음소리 등 온갖 자연의 소리가 ~~ ’
* 그 열거시 a,b 둘은 위태롭다.
* 그 열거시 a,b,c 셋 이상이면 안정적이다.
8) 동일작품 안에서 동일어를 최대한 피하시기를. 이러할 때에는 ‘그’, ‘그녀’, ‘그것’ 등 대명사를 쓰면 됩니다.
해서, ⑫‘4.3 공원’은 ☞ ‘4.3 공원’으로 적고, 그 단락에 있는 동일어는 모조리 ‘그 공원’ 혹은 ‘ 이 공원’이라고 고쳐 쓰면 됩니다.
이하 생략.
정성스럽게, 자기다운 글을 적어나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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