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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미술 이야기(14)수필/미술 이야기 2014. 4. 29. 23:35
농부 수필가가 쓰는 미술 이야기(14)
- 도미노 게임인 듯 나무상자를 배열한 작가-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참, 기가 찰 노릇이다. 마치 도미노 게임에서 도미노를 좌우로 또는 상하로 일정 간격으로 질서롭게 배열해 놓고, 그걸 미술작품이라고 우겨대는 이도 생겨났다. 크기가 일정한 송판(松板)을 좌우로 또는 상하로 일정 간격으로 질서롭게 배열한 작품도 있다. 과연 그러한 것들도 미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예술이, 아니 미술이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제대로 미쳐 끝이 나려는지 의구심이 생겨난다. 그의 작품을 대할 적이면, 예술의 한계 내지 탈예술을 실감케 한다.
그는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수한 오브제’ 개념을 만들고. 오브제를 캔버스 표현과 형태,색채의 본질적 단위로 여겨 반복적 특성을 나타내었다. 즉, 위 단락에서 내가 말한 그대로다. 이를 달리 이야기하자면, 그는 미술사(美術史)와 미술비평을 전공하였다니, 자기 입으로 논리를 내세우면 그게 바로 작품이었던 셈이다.
그는 알 듯 말 듯한, 아리송한 말을 한다.
“ 그 질서는 합리적이며 내재적인 법칙이 아니라 하나 뒤에 도 다른 하나가 뒤따르게 하는 단순한 순서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 단일한 재료, 단일한 형태, 단일한 구성, 단일한 색채 등을 구사한다. 내가 이 문장에서 동일어인 ‘단일한’을 짜증나리만치 쓰는 것도 실은 비아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 점 독자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
그가 주창한 미술사조는 바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minimal’이 뜻하는 바, ‘아주 적은’, ‘최소의’ 요소로만 표현하는 미술을 일컫는다. 대상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버리고 최소한의 색상과 기하학적 뼈대만으로 표현한 게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다. 그가 대체 누굴까? 바로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미국,1928~1994)다.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적은 글로 갈음한다. 함께 읽어보도록 하자.
미술비평가이자 미술가로서 도널드 저드의 기여는, 추상표현주의가 쇠퇴하던 1960년대 미국에서 형식미술(form art)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이었다. 저드의 『특정한 물체』(1964)는 미니멀아트의 비공식적인 성명서다. 이 책에서 그는 회화와 조각 둘의 특징들을 지니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 두 장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3차원적 작품'의 가치를 피력했다.
1947년 한국에서의 군복무를 마친 후, 1948년에 저드는 뉴욕으로 이주하여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입학했다. 일 년 후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미술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저드는 반(半)추상 회화 시리즈로 부흥기를 구가하고 있던 미국 미술에 기여를 했다. 또한 그는 저술 활동을 통해 형식미술에 관한 이론들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1959년부터 저드는 『아트 뉴스』, 『아트 인터내셔널』, 『아트 매거진』 등의 여러 미술 잡지들에 비평을 실으며, 추상을 추구하는 미술가 세대의 작품을 옹호했다.
1960년대 전반 동안 저드는 3차원적 조각 연작(종종 색을 칠하기도 함)들을 제작하며 미술가로서 실험을 계속해나갔다. 1960년대에 그는 자신의 조각 양식을 세련되게 다듬었다. 1965년에 저드는 이론이 아닌, 실질적인 오브제를 만들었다. 같은 간격으로 떨어진 금속 상자들이 세로로 벽에 고정되어 있는 '쌓기'를 처음 선보인 것이다. 이른바 '쌓기'는 곧 저드 작품의 특징적인 양식이 되었다. 이와 같이 그는 흔치 않은 재료(종종 공업재료들을 사용함)들과 기술들을 택하고, 그 재료들을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3차원적 작품의 가능성들을 계속 탐구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더 커다란 크기의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6년에는 텍사스의 마파에 야외 미술관을 만들었다. 이것은 3차원적 영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조각의 절대적인 규범을 넘어 작품 활동을 한다는, 저드의 미술가로서의 성취를 증명하는 것이다."전반적인 사물, 전반적인 그것의 특징이 바로 흥미로운 것이다."
이상 [네이버 지식백과] 도널드 저드 [DONALD JUDD] (501 위대한 화가, 2009.8.20, 마로니에북스)
사실 미술계에서 그와 닮은꼴 행태를 보인 이가 있었다. 바로 댄 플래빈(Dan Flavin,미국,1933~1994)다. 저드가 플렉시 유리, 강철,베니어판 등의 여러 산업재료를 써서 조각한데 비해, 플레빈은 오로지 크고 작은 막대 형광등만 사용한 점이 다를 뿐이다. 플레빈을 일컬어, ‘라이트 아티스트(light artist)’라고 한다. 도대체, 이들의 예술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실 미니멀리즘은 미술분야만 아니라 음악분야와 문학분야에도 존재하였다니! 좀 과한 이야기이지만, 나도 나름의 주장만 내세운다면, 그들 못지 않은 미술세계를 창출해낼 것 같다. 어떤 종류? 여성들의 다양한 팬티만 모아서 전시하는 것. 그걸 일컬어 ‘팬티 아트’라고 우겨대면 될 게 아닌감? 사실 앞으로 내 아이디어를 어느 미술가가 그대로 쓸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생각해서라도 저작권을 보호받고자 이렇듯 기록물로 남겨두련다.
하여간, 예술이란 갈수록 이해하기 힘들고 괴이한, 괴물이다. 그들에 질세라,나도 좌중우돌,동분서주,우왕좌왕 새로운 수필형태도 모색해볼 일이다. 사실 나도 이미 오랜 동안 그렇게 해왔다. 다만, 비평가라는 이름을 지닌 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하기야 몇 몇 분의 비평가들은 내가 작품을 발표하는 족족 이런저런 평을 적기는 하여 왔으나, 아쉽게도 그들의 식견은 여태 내가 추구해온 수필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말했을 뿐이다. 그들의 수고 고맙긴 한데, 다들 그 수준에 불과했다.
하여간, 나는 괴짜 같은 미술작가들을 여럿 보아 왔다. 또다시 고 백남준 선생의 살아생전 말을 떠올릴밖에.
“ Art is just fraud(예술은 사기다).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것을 그냥 하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 수필작가라고 내세우는 이들, 당신들은 이 점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스스로 문학비평가라고 내세우는 이들, 당신들은 이 점을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마디로, “모두들 X 까고 나자빠졌네!”다.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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