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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크릿 가든 (2)
    수필/신작 2021. 10. 12. 23:40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2

                                                          - 가묘(假墓) 쓰기-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우선, 이미 적어 인터넷 매체(본인의 개인 블로그, ‘이슬아지’ 등)에 올린 글,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부분부분을 소개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려 한다.

     

      <<(상략)나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나한테도 ‘시크릿 가든’이 있다. 아니, 시크릿 가든을 꾸미고 있다. 벌써 20여 년째. 나한테 도움을 주는 이는 아내이다. 아내는 내가 괭이로 호미로 곡괭이로 캐낸 돌들로 돌둑을 쌓되, 아주 예술품으로 쌓곤 한다. 이미 그 시크릿 가든에는 직립백도·능수청매·홍도·국화도(菊花桃)·대석자두·포모사자두·은율밤나무 등이 들어서 있다. 대략 20살 되는 꽃나무들이다.

      거기에 더해, 요즘은 또 다시 돌멩이들을 주워내고 아예 옥토로 바꾸어 꽃밭으로 20~30평 평수를 늘였다는 거 아닌가. 그렇게 매만진 꽃밭에다 아내는 수시로 이런저런 야생화를 캐다가 심어댄다. 특히 아내가 자랑하는 야생화는 깽깽이풀과 우산나물이다. 깽깽이풀은 한약재로서 ‘황련(黃蓮)’을 일컫는데, 희귀 멸종 위기종이라 정부가보호식물로 지정하고 있다. 용케도 이곳에는 꽤 있다. 우산나물은 마치 우산을 접은 듯한 식물. 아내와 달리, 나는 그렇게 힘들여 만든 밭 한 켠에다 더덕씨앗과 도라지씨앗을 꽤나 갈았다. 둘 다 ‘초롱꽃과’에 속하는 식물이니, 꽃도 보고 뿌리도 캐먹을 수 있으니... .

     (중략)

      나의 시크릿 가든은 어디에 자리하는지 다들 궁금하실 터. 5평 남짓한 농막을 앉힌 바로 뒤편. 그 소유주가 어느 문중의 산이고,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한 분 두 분 차례로 오시어 묻힌 곳. 사실 20여 년 전 우리 내외가 이 골짝의 토지를 샀을 때를 다시 돌이켜보면, 숫제 황무지였다. 저 아랫녘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 둔덕에 농막을 앉힌 것은 썩 잘한 일이기는 하지만, 뒤가 문제였다. 10위(位)가량의 묵묘[古墳]는 봉분에마저 아름드리 참나무류가 들어차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부지런한 농부는 그 참나무류를 땔감으로 베갔으되, 그 그루터기들을 지상고(地上高) 30여 센티씩 흉물스레 남겨놓는 등 ‘마련’이 없었다. 나는 꾀를 내어 염소 한 쌍을 샀다. 녀석들을 개간에 이용했다. 녀석들한테 목줄을 채우되, 고삐를 달아 이 곳 저 곳 옮겨 매었다. 부지런한 염소들은 기특하게도 잡초와 잡목을 먹어치워댔다. 본디 염소는 성마른 짐승이라 고삐가 장애물에 걸리면 자칫 죽을 수도 있다. 해서, 녀석들이 빙빙 돌 수 있는 공간을 매일매일 마련해주었다. 그러면 그만큼씩 나의 시크릿 가든은 넓혀져 나갔다. 이제금 생각해보니, 그 염소들은 ‘지뢰제거반’이었던 셈.

       아내의 평소 말대로라면 나는 땅 욕심이 대단히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더라도, 나한테도 염치라는 것은 분명히 있다. 고인들의 유택(幽宅) 그 봉분만은 전혀 훼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유택 봉분마다에 잔디를 입혀드렸다.

      (중략)

       언젠가 어느 풍수 어른이 일러주었다.

      “윤 과장, 저기 뒷산을 찬찬히 보게나. 저건 거북의 등이야. 그리고 자네 농막을 앉힌 곳은 거북의 머리 오른편이야. 거북이가 저 아래 합수머리의 물을 마시고자 목을 주욱 뺀 형체인 걸. 명당이야. 기당(基當) 몇 억씩은 될 묘터들인 걸. 요즘은 이런 자리가 없다구.”

       (하략) >>

    ​   지금부터 이 글 부제(副題)로 삼은 ‘가묘(假墓) 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참으로, 우리 내외의 ‘시크릿 가든’ 가꾸기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나는 드디어 사후(死後)에 묻힐 ‘묫자리’를 위에서 소개한 고분군(古墳群)에서 찾아냈던 것이다. 매끈하고 꽤나 큰 바위가 드러난 것으로 보아, 어느 고인(故人)의 유택(幽宅)도 아닌 듯싶은 자리. 저 뒤편 ‘선의산(仙義山; 내 농막이 자리한 경산시 남천면 송백리와 청도군과 경계에 있는 산)’의 맨 봉우리 756.4m가 보이고, 저 앞 산 꼭대기가 보이는 자리. 사실 뒷날 나는 고전류의 전기에 지져져, 아니 고온의 불기운에 화장장에서 순식간에 태워져 육신이 한 줌의 재가 될 터이니, 안장(安葬) 시신의 좌향과는 무관한 터. 이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풍수지리학적으로 높은 산 봉우리를 지향해서 시신을 눕히는 매장의식과는 상관없다는 이야기. 하더라도, 앞이 확 트이고 높은 저 선의산 꼭대기가 보이면 좋으리. 사실 내가 묻힐 자리를 미리 큰딸 녀석한테 일러준 적 있다. 그때 녀석은 대수롭잖게 다소 장난스레 응수했던 터.

      “아빠, 누우실 자리를 우리 자매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 둬.”

      며칠 전부터 나는 곡괭이로, 호미로, 삽으로 내가, 아니 나의 ‘ 재항아리’가 묻힐 자리를 다듬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또다시 화단을 넓혀가는 줄로 알았던 모양이다.

      “여보, 이젠 더 이상 화단을 넓히지 않아도 될 듯한데요. 잔디나 심어나가면 이 동산이 이뻐질 것 같은데요.”

      해서, 나는 아주 엄숙하게(?) 대꾸했다.

      “초롱이가 미리 이 애비 묻힐 자리를 표시해두라고 했어요. 이 바윗돌 한번 내려다보시오. 이 매끈한 바윗돌 낯짝에다 아이들이 석공(石工)을 불러다가 묘비명을 새기면 만판이겠는 걸요.”

      아내는 그제야 내가 내 묫자리를 그렇듯 장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내가 처음에는 “남의 땅인데... .”하며 마뜩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달리 대꾸했다. 어차피 봉분(封墳)도 짓지 않고 평장(平葬)하여 잔디만 입힐 터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아내도 그 점에는 동의했다.

      그때부터 둘은 정성들여 묫자리를 다듬어나갔다. 아내는 남들 봉분 둘레만치 돌들을 주워와서 타원형 돌벽을(?) 울타리처럼 둘러쳤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현지 아빠, 우리 둘 가운데서 누구가 되었든먼저 죽는 이를 여기에다 ‘끄러묻어(끌어묻어)’ 줍시다. 하기야 나이로는 내가 당신보다 세 살 위일지라도, 여자인 내가 더 오래 살아야겠지요.”

      그랬던 것이 일 주일 전 쯤. 격일제 근무로 비번 날 새벽에 농장에 돌아오면, 우리 내외가 나란히 묻힐 가묘를 둘러보게 된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든든하다. 낮 동안 아내는 여느 봉분 너비만한 그 자리에다 ‘꽃잔디’를 심어두고 물조루로 물을 준 흔적도 있다. 더 나아가 개울에서 반듯반듯한 돌들들 주워 와서 장식까지 해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침 오늘은 낮 동안 촉촉 가을비가 내렸다. 나는 다른 데에서 잔디를 떼다가 뻘(벌)에 붙이고 흐뭇해했다.

      끝으로, 언젠가 객지 친구 ‘태00’가 술김에 들려주던 이야기를 내 신실한 애독자들한테 덧붙이기로 한다.

      “윤 형, 우리는 다들 지금 전기장판으로 예열(豫熱) 중이야. 굽히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여기에다 전압인지 전류인지 모르겠으나 도수(度數)를 잔뜩 높이면 굽히지. 아니지. 바짝 타서 한 줌 재가 되지.”

      그 친구의 취중(醉中) 넋두리는 정확하다. 참말로, 우리는 전기장판 등 열기구로 예열중일 따름이다. 여차 하는 순간에는 화장(火葬)되어 한 줌 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을. 하여, 매순간마다 엄숙해질밖에.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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