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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미취업자
    수필/신작 2021. 10. 16. 19:31

     

                                                                 청년 미취업자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내가 2010.1.10. 인터넷 매체(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등)에 올린 ‘꿈을 꾼 후에’라는 수필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 클래식음악 마니아인 나.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가운데에는 가브리엘 포레( Gabriel Faure,1845~ 1924, 프랑스)도 있다. 그의 이름에 ‘가브리엘’이 붙은 것은, 성모 마리아님께 날아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셨나이다.” 알려주고 날아간 ‘가브리엘 천사’를 본보기로 삼으려는 데에서 따온 이름. 나의 세례명 ‘요셉’이 예수님을 기른 ‘요셉 성인’을 모본으로 삼으려는 데서 비롯되었듯. 그가 작곡한 ‘레퀴엠(Requiem;진혼곡; 주여,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은, 여타 레퀴엠 작곡가들의 곡에 비해 ‘따사롭고 온화한 레퀴엠’으로 부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음악 가운데에는 레퀴엠 외에도 ‘꿈을 꾼 후에’·‘뱃노래’· ‘시칠리아노’도 있다.

    (하략)>>

     

     

      나는 시골 고향집을 나섰다. 내 수중에는 고작 30,000원. 그 돈은 세상에 태어나 최초로 손수 번 돈으로, 마을 ‘취로사업’에서 노임으로 받았다. 그 돈이야말로 나한테는 종잣돈에 해당한다.

      고향 청송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다. 그곳 안동에서 열차로 갈아타고 여러 곳을 경유하여 ... 어쨌든, 청주(淸州)로 가야한다. 그곳 청주에서 4년간 대학을 다니면서 이곳저곳 자취방을 옮겨 다녔는데, 마지막 자취방 그 골방에는 연탄화덕이 있고, 내 이부자리가 그대로 있으며, 먼지 묻은 책들이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 있다. 하여간, 나는 그곳으로 얼른 돌아가야 한다. 시쳇말로, 답이 나올 때까지 취업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나야말로 취업준비생이다. 이미 십수 차례 언론계 공채시험에서 낙방하였지마는... 물론, 나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청년 실업자’이지만, 그 말 ‘청년 실업자’만은 적정한 표현이 아니다. 실업이란, 말 그대로 단 한 번이라도 취업했다가 일자리를 잃은 상태를 이르는 말이지 않은가. 나는 여태 취업해본 적 없으니, ‘취업준비생’이 맞다. 학과 동기생들은 이런저런 직장에 이미 다 들어가 있다는데... .

      사실 말년의 내 어머니는 마음의 병을 얻어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이 대구의 어느 허름한 방을 얻어 손수 밥 지어 드시고 계신다는 사실을 풍문으로 들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열 자녀 가운데에서 아홉 번째로 달린 이 자식을 유독 사랑하시는데... . 그 불쌍한 노파(老婆)를 찾아가 문안인사라도 드려야 옳거늘,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라도 해야 옳거늘, 내 몰골이 말이 아니라서, 내 살길이 막막하여 이렇듯 울음 삼키며 길을 떠나고 있다.

      켜켜이 먼지가 쌓이고 냉기(冷氣)가 흐르는 그 자취방을 생각한다. 나는 얼른 돌아가 연탄화덕에다 연탄불을 피워야 하리라. 방 구석구석도 살펴야 하리라. 내가 그 동안 방을 비운 사이 쥐들이 구멍을 뚫어두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자칫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 댁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시며 나를 반겨 주실까? 이렇게 말씀하실 것만 같다.

      “학생, 어디 있다 이제야 돌아왔어? 너무 상심 말어. 설마하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려구?”

      안동시외버스터미널. 고향집에서 함께 출발한 이가 있었다. 백씨(伯氏)다. 그는 70대 후반으로 몹쓸 병인 혈액암을 앓고 있다. 본인은 모르지만, 조카들은 말기라고 넌지시 알려주던데, 그는 안동의 공립병원에 입원코자 그렇듯 나와 함께 길을 나선 것. 나와 백씨는 각자 가는 길이 다르니, 아쉽더라도 여기서 헤어질밖에.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

      참말로, 아득하기만 하다. 반듯한 직장 하나 구했으면 참으로 좋겠거늘... . 나는 시외버스- 열차 -시내버스 갈아타고 갈아타고를 거듭하여 청주의 그 자취방으로 향한다.

    나는 그곳에서 또다시 영어책을, 영어교재를 파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가 밥숟갈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 되는 현실을 무척 안타까이 여기며... .

      깨어나니,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에 거듭 흐르고 있다. 그게 꿈이었다는 것을. 벌써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으며, 나는 천신만고 끝에 어느 국영기업체 공채에, 그것도 300:1 경쟁을 뚫고 합격했던 터. 그로부터 사반 세기 동안 단 한 번도 체불(滯拂)않던 직장생활을 하였으며, 가정을 이뤘고, 두 딸 아이를 얻었으며... .

      곧 털고 일어나 어느 아파트 경비실로 갈 텐데... . 그곳에 가면 그야말로 돈이 버글버글한데, 움직이면 돈인데, 왜 자주자주 이러한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하더라도, 얼마나 다행이냐? 이 얼마나 축복이냐?

      다시 위 첫 단락에서 소개한 본인의 수필,‘꿈을 꾼 후에’의 말미(末尾)를 갖다붙이며 ... .

     

     

      <<잠에서 깨어나니, 그건 꿈이었다. 참말로, 이러한 꿈을 대체 얼마나 자주 꾸는지 모르겠다. 역산(逆算)해본즉,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에 나는 반듯한, 당시 유일했던 통신회사에 입사를 해서 사 반 세기 무사히 다녔고, 체불 없이 제법 많은 급여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은퇴하여 아내와 두 딸아이와 아파트 두 채와 1,000여 평 농장과 농막과 강아지와 닭들과 염소들을 두루 건사한다. 한마디로, 떼부자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는 이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물게, 수필작품을 종이책 기준으로 30~40권 분량 보유한 수필작품 부자이다. 돌이켜본즉,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시기는 초년시절 20대뿐이었다. 그러함에도 이러한 꿈을 종종 꾸다니! 깨고 나면,‘휴우! 얼마나 다행인가? 현실이 아닌 것만으로도 난 행복한 사람인 걸!’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미취업자 후배 젊은이들한테 이 글이 격려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미취업자 젊은이를 자녀로 둔 어버이들한테도 이 글이 격려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감히 말하노니, “노리는 자한테 기회가 오는 법. 두드리면 문은 열릴 것이다.”

    내 양친은 살아생전 입버릇처럼 일러주었다. “ ‘야들아,‘진근이(盡根이;끝까지)’ (지렛대로) 쑤시면 (바윗돌 안) 뱀장어가 나온다.’고 했대이(했다).”

      끝으로, 내가 이러한 악몽 아닌 악몽을 자주 꾸고 있으니, 전문의를 찾아가 심리치료를 보아야 할지 여부를 가족들과 내 신실한 애독자 여러분께 조언(助言)을 구할 요량이다. 일종의 트라우마(trauma)는 아닐까 하고서.

    이제 컴퓨터를 꺼도 좋으리.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 ‘게리 카’ 콘트라베이스 연주 거듭듣기는 꺼도 좋으리. 곧 털고 일어나 나의 또 다른 하나의 직장인 어느 아파트 경비실로 향해야겠기에. 끝.>>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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