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4) - 아내, 아내, 그의 아내-수필/음악 이야기 2022. 9. 13. 16:03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4)
- 아내, 아내, 그의 아내-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그의 아내는 음악에 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비평가요, 훌륭한 조언자였다. 사실 그는 촌뜨기였으며,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바도 없다. 게다가, 하류 계급의 청년에 불과했다. 그는 피아노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자로 만난, 귀족의 9세 연상의 여인을, 30대 후반의 여인을, 사모하게 된다. 양가(兩家)는 난리가 났다. 그러했음에도 그들은 결혼에 골인.
어느 날 그는 평소처럼 새로운 악상이 떠오르자, 흥얼대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즉흥연주를 듣던 9세 위인 아내가 즉시 반응했다.
“여보, 너무나 멋져요, 다시 한 번 제게 연주해줄 수 없을까요?”
그는 누님 같은 아내의 그 격려의 말에 힘입어, 그 작품을, 마치 밀가루반죽을 늘이듯 한껏늘여서, 그 유명한 <수수께기 변주곡>을 만들어낸다. 총 14편에 달하는 그 변주곡. 그는 지인(知人)인 이들의 행동거지를, 관현악으로 표현하는 음악으로, 그렇게 만들어내게 된다. 거기에다 부제로, 이니셜을 하나씩 붙여나갔다. 제 1곡은 자기 아내의 이름 이니셜인 ‘C. A. E.’을 붙였다. 아내 ‘캐롤라인 앨리스 엘가’를 뜻하며, 오보에로 연주하게 되는데, 문을 들어서면서,“여보, 나 왔소.” 억양에 맞춘 휘파람 소리.
건너뛰어, 제 3 변주는 이니셜이 ‘R. B. T.’. 작가 겸 아마투어 배우인 ‘리처드 박스터 타운젠트’의 성대묘사.
건너뛰어, 제 9 변주곡, ‘Nimrod(님로드)’. 사실 그의 이 연작물 가운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는 곡이다. ‘님노드’는 구약성경의 인물인, ‘사냥꾼’에서 온 말. 이 작품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인, ‘Jagar(재거)’에서, 장난스럽게 부르고자... .그의 이 시리즈물은 제 9 변주곡으로 하여 더욱 빛났다.
건너뛰어, 제 12 변주는 그 이니셜이 ‘ G.R.S.’. 첼리스트 ‘베이질 네빈스’. 그는 후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음악인의 최후 역작으로 일컬어지는 <첼로 협주곡>을 쓰도록 영감을 준 이.
건너뛰어, 제 13 변주에는 유일하게 이니셜이 없다. 뉴질랜드로 이민 가버린 그의 전 약혼자 ‘헬렌 위버’를 나타낸다는 설도 있다. 그는 너무도 가슴 아파, 아예 이니셜도 쓰지 않았을까.
그는 끝끝내 제 1변주곡부터 제 14번 변주곡까지 전체의 주제를, 우리들한테, 현대 음악평론가들한까지 여전히 숙제로 남겨놓고 이승을 떠났다.
‘ 수수께끼여, 수수께끼여!“
그 수수께끼는 다음 호에서 더 풀어가리니...
이 작품의 주인공도 ‘수수께기’로 아직은 남겨두리니.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7) (2) 2022.09.20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5) - 아내, 아내, 그의 아내- (0) 2022.09.15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3) - 선천적으로 장애인으로 태어난 음악인- (0) 2022.09.09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2) - 여행을 엄청 싫어했던 음악인- (0) 2022.09.05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1) - 그의 앨범, ‘<Elements>'를 중심으로- (0) 202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