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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25)수필/신작 2014. 5. 27. 07:36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25)
- 악보(樂譜)를 최초로 고안한 음악인-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호기심은 한 인간을 놀랍게 발전시킨다. 어떠한 인간이, 인간애로 말미암아 새로운 제도나 새로운 도구를 고안해낸 경우, 그는 사후(死後)에라도 위인으로 추앙을 받게 된다. 동서고금 선각자(先覺者)나 선지자(先知者)나 예언자나 선구자(先驅者)는 살아생전에는 둘레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한 적이 많다. 흔히들 ‘기득권 세력’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그 둘레 사람들이다. 그들 기득권 세력은 자기네가 움켜 쥔 것을 잃을세라, 안절부절 못한다. 오죽 했으면, 예수님께서도 그러한 말씀을 하셨겠는가. 바로 이러한 내용의 말씀이다.
“그 어느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 대접받은 적은 없다.”
당신은 온갖 기적을 일으켰으나, 막상 고향에 가서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자 고향사람들은 당신이 목수의 아들로 비천하게 자란 어릴 적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비아냥댔다. 그에 따른 말씀이었다.
음악 이야기를 하려는 이가 이처럼 엉뚱한 이야기부터 하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인류 최초로 악보를 고안해낸 이를 소개하려니, 가슴이 너무 벅차서 어쩔 수 없이 위와 같이 장황하게 이야기 하였다.
나는 문득, 음악에 쓰이는 문자(文字)인 악보를 최초로 고안해 낸 이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본디 인류는 문자가 없었다. 그러기에 많은 이야기는 구전되어 왔다. 살을 붙이고, 뼈를 보태고 하면서. 구전설화니 고담(古談)이니 하는 것들이 거기에 해당한다. 그랬던 것이 문자를 갖게 되면서 활자화 되고, 책으로 엮여 천년 만년 후대까지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한데 유독 음악만은 뒤늦게까지 독특한 문자를 가지지 못하였다. 오로지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왔던 것이다. 교회 수도사(修道士)이자 성가대 단원이었던 그. 그는 몹시 고민하게 된다. 노래를 누구로부터 온전히 전수(傳受)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10년 걸리는데, 이를 극복할 방도가 없을까 하고서. 그는 늘 “누구나 음악을 쉽게 읽도록 하고 싶다.”를 생각했다. 그는 거의 악보를 만드는 데 한평생을 바쳤다. 그는 드디어 4선보를 창안해 내었다. 그 4선보로 <<그레고리 성가집>>을 기초하였다. 그러자 교회 성가대 지휘자 등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미움을 사게 된다. 얼핏 생각하면, 그것이 획기적인 일인데 왜 그런 일이 생겼겠나? 그들은 밥줄이 끊어질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자기네 전유물인 음악이 일반화 되어버리면, 당연히 그런 결과를 가져올 터. 쉽게 말해,10년 걸려서 익힐까 말까 한 특정 곡을 단 10분만에 악보를 통해 제자들이 익혀버리면 실직을 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까지는 순전히 입으로 외워 노래를 불렀단다. 그는 몸담았던 수도회에서 그런 이유로 쫓겨난다. 그러나 그의 절친한 수도사와 당시 주교였던 ‘테오달도 주교’만은 그의 노력을 인정하여 널리 알려주었다. 그가 대체 누구일까? 바로 ‘구이도 다레초(Guido d’Arezzo, 이탈이라 아레초,990~1050)’다. 그가 고안해 낸 악보를 일컬어, ‘실용적 기보법(記譜法)’이라 한다. 한마디로,그는 근대서양 기보법의 기초를 다진 이다. 3도 간격으로 그은 4개의 선과, 대문자와 소문자 등으로 기재되며 C선은 붉은 색, F선은 노란 색… . 등등의 설명이 붙어 있으나,나는 어려워서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대신, 그는 손을 그리고 거기다가 온갖 음악문자(?) 표시를 해둔 게 하나 더 있다. 그것을 일컬어 ‘구이도의 손’이라고 한단다. 그의 이름과 관련된 기억술인 계명창법이라고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 7음계의 이름도 그가 창안해내었다는 사실. 그는 <<세례자 요한 탄생 축일의 저녁기도>>라는 곡의 가사에서 첫머리들을 따서 계이름으로 정했단다.하나하나 살펴보면, 흥미진진하다. Do :Domius(하느님), Re : Resonance(울림, 하느님의 음성),Mi: Miracle(기적), Fa:Famille(가족, 제자),Sol:Solution(구원, 하느님의 사랑),La: Labii(입술), Si: Sanctus(거룩),
Do :Domius(하느님). 그리고 ‘도레미파솔라시도’ 전체는 예수님의 말씀인 “나는 알파와 메가요,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다.”에 해당한단다. 특히, ‘도’에서 시작하여 다시 ‘도’로 끝난 계이름은 그런 의미를 지녔다는 거 아니겠나. 또 그리고 ‘도미솔’은, 위에서 소개한 풀이를 조합해보더라도, ‘하느님의 기적 같은 사랑’이 된다는 거. 이는 지난친 비약이겠지만, 음악은 하느님을 찬양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결론까지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서양음악은 종교음악에서 비롯되었고, 많은 음악가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곡을 작곡하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너무 긴 이야기 하면, 흥미롭지 못할 테니까. 어느 선각자 내지 선지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세상에 빛을 밝혀준 예가 많다. ‘구이도’도 그러한 인물이다. 그의 노력으로 우리는 음악이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다. 실로, 추앙해야 할 위인이다. 작가인 나는 새삼 깨닫는다. 작은 호기심으로부터 모든 작품이 빚어진다는 것을. 거기다 더 보태자면, 끊임없는 인간애와 자연애가 곁들여져야만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 구이도가 보여주었듯, 현실에 만족하려는 기득권 세력에 항거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열어가는 태도는 더 이상 말 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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