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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패(門牌)
    수필/신작 2023. 1. 21. 11:21

     

     

    자세히 아랫글 살펴보세요.

    윤 작가의 글은 늘 그러했지만,

    아주 사세한 데서 출발.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규합되어 가되, 엮여서 가되,

    결국은 '온전한 한 덩어리'가 됨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딴은, '(감정) 절제된 문장'  꾸리려고 늘 애는 씁니다만... .

     

                                            문패(門牌)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오늘은 섣달 그믐날 새벽. 어느 아파트 ‘경비원 B’인 나는, 초소의 투명한 유리출입문에다 ‘경비원A’를 위해 ‘ 010-3506-XXXX’ 명패(名牌)로 돌려 걸어둔다. 이 명패는 아스테이지(-紙)로 코팅한 것으로, 그 뒷장에는 나의 신분 ‘010-2877-5105’가 적혀 있다.

      a) 약속된(?) 시간에 맞교대자인‘경비원A’가 들어선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뚝대면서.

       “형님, 오늘도 어김없이 오셨군요. ‘문패’를 이미 이렇게 갈아 달아두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문패’라는 말을 참으로 오래간만에 듣는다는 말과 함께, 설날인 내일 종일토록 근무하게 될 이 아우를 위로해주었다.

        지금은 다시 나의‘만돌이농원’. 농막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선풍기형 전기난로와 전기 패널을 모조리 가동시킨 후 데스크 탑 컴퓨터를 켠다. 사실 나는 격일 새벽마다 맞교대자 ‘경비원A’와 인수인계 마지막 절차가 그 ‘문패 바꾸어 달기’다.

      b)  느닷없이 혼잣말을 하게 될 줄이야!

        ‘맞어. 그건 분명 나의 문패야.’

         직업 관계상 귀성객(歸省客) 행렬에 끼어들지 못한 지가 어언 10년. 누군들 고향이 그립지 않으랴면... . 하기야 이젠 그곳에 가도 양친은 하늘나라로 가시고 아니 계신다. 몇 해 전 내 백씨(伯氏)도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해서, 내 옛 고향집의 기둥에 걸려 있던, 그 자랑스럽던c) 문패마저 사라져버렸다.

       내 어릴 적 어느 조각가가, 아니d) 문패쟁이가 집집이 방문판매를 한 적 있다. 내 아버지도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문패를 그분한테 주문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문패쟁이는 주문한 직사각형 석재 문패를 한 짐 지고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아버지는 사랑방 기둥 높이 그 문패를 달면서 매우 흐뭇해했다. 마치 큰 벼슬이라도 얻은 듯.

     e)  ‘尹悌悳’이 아래쓰기로 도장처럼 부조(浮彫)된 문패. 당신의 부친이시자 내 조부(얼굴 한 번 뵈온 적 없다.)는 면장을 지내셨다고 하였다. 해서, 당신 슬하의 아들들한테 차례차례 ‘仁’·‘義’·‘禮’·‘智’·‘信’오행(五行)의 중간자 이름을 지어나갔고, 막내인 내 아버지가 태어나자,‘공경할 悌’를 이름에다 넣었던 모양. 그리고 돌림자는 ‘큰 悳(‘德’과 동자이나 작명학상 획수를 맞추고자.)를 넣었던 모양. 내 아버지는 당신이 f)저승으로 떠난 다음 돌려 달 수 있도록, 그 문패 뒷면에다는 맏이인 ‘尹景澤’까지 새겼다. 마치 우리 둘 경비원을 위해 관리사무실에서 아스테이지 앞, 뒷면에다 휴대전화번호를 각각 적어 코팅해주었듯.

       g)그랬던 내 아버지, 내 백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고, 대를 물려 달아두었던 그 문패의 행방마저도 묘연하기만 하고... .

        젊은 날 나한테도 문패와 유사한 게 많았다. 우리는 그걸 ‘명패’라고 불렀다. 삼각 프리즘 모양의 그것들. ‘총무과장 윤근택’·‘마케팅과장 윤근택’·‘고객서비스과장 윤근택’·‘민원실장 윤근택’ 등. 사실 그때그때마다 부서명만 바뀌었을 뿐, 그 업무가 달라진 것도 별로 없었는데도 회사에서는 멍청스레(?) 그런 짓을 거듭거듭 했다. 다른 곳으로 발령되면 그 이름 ‘윤근택’만 쏙 빼 들고 가서 꽂으면 되도록 만들어주었던 그 명패들. 그래도 나는 가급적이면 명패 제작업체에다 생돈(?) 물어주고, 다음 사람을 생각해서 새로 제작케 하는 등 그 명패들을 죄다 기념품으로 간직하는 편이다.

       h)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른 지금. 그 문패가, 그 명패가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이랴! 내 아버지도 가고, 내 백씨도 가고... 내 고향길은 더욱 아득해지고... 내 젊은 날도 다 가버렸나니. 그래도 아파트 경비원 생활 10여 년 차, 제복을 갈아입은 회수 14회. 그때마다 아스테이지에다 코팅된 내 정체‘010-2877-5105’가 아주 자랑스런 명패가 되었다. 휴대전화기 벨이 울려 받아보면, 고운 입주자님들 목소리 반갑기만 한 것을.

       “아저씨, 택배 찾으러 왔는데요, 아니 계시네요. 지금 어디 계세요?”

       사실 요즘은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집들은 문패가 없다. 대개가 단독주택이 아닌, 공동주택, 즉 아파트에 사는 까닭이다. ‘XXX 동 YYY호’가 곧 문패다. 안타깝게도, 세상이 하도 살벌해서 변변한 문패 하나도 버젓이 내 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도 있고 해서, 자기 이름을 세상 사람들한테 널리 알리기를 꺼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치인들, 아니 정치 야바위꾼들을 포함한 일부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만이 자기 이름을 세상에 내세우려할 따름.

       하더라도, i)나는 새봄이 되면, 또 다른 나의 문패를 정성스레 닦아야겠다. 이‘만돌이농원’입구에는 어른 두 사람이 양팔을 벌려 맞잡아야 만치 둘레가 큰 바위가 놓여 있다. 일찍이 우리 내외는 석물공장 사장인 조각가를 모셔, 그 큰 바윗돌에다 제법 굵은 글씨로 음각(陰刻)하였다. ‘만돌이 농원 010-2877-5105’라고. 그때 그 조각가는 그 음각된 글씨에다 색료를 채워주어 글씨가 선명하였다. j)그랬던 것이 세월이 흘러 그 색료가 바래었으니, 새봄이 되면 그 문패를 깨끗이 닦고 음각 글씨에다 선명하게 색료를 되채워 넣어야겠다. 분명 그것은 나의 영원한 문패일 테니.

     

     

       작가의 말)

       사실 하고픈 말은 참으로 많은데,‘문패’와 관련해 챙긴 자료도 엄청 많은데... .

     

       * 위 소문자 영어로 밑줄 친  부분들을 꼼꼼히 살펴보시길. 이는 수필평론가인 나의 자평이다.

     

     a) 약속된(?) 시간에 맞교대자인‘경비원A’가 들어선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뚝대면서.

        글쓴이는 '도치법'에 쓰이는 쉼표를 부려 쓰고 있다. '관절염'이란 어휘를 부려 씀으로써,

        그 연세임에도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분을 묘사하지 않는가. 존경심까지 곁들여서.

     b)  느닷없이 혼잣말을 하게 될 줄이야!

        글쓴이는 이 말로써 새벽에 그가 행한 '문패 바꾸어 달기' 기억을 환기하고 있다. 이는 문장수사법상 '돈오법'과 맞물려 있다.

        c), d), e)로 연상작용이 이어져나감을 알 수 있다.

        f)에서는 '오버랩' 곧, '겹치기'가 잘 드러나 있다.

        g)와 h)에는 선친과 백씨에 대한 그리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정한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한자락 깔려 있을 것이다. 시간적으로, 한 해가 가는  '섣달 그믐날'을 배경으로 하여서. 이를 놓치면 이 글은 맹탕이다.

        i)와 j)에 가서는 위 모든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연하게  아니, 덤덤하게 노후를  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가. 생활인으로 돌아온 글쓴이의 마음이 읽혀지지 않는가.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그랬더니, 내가 새롭게 얻은 뮤즈이며 여류 수필가인 그이가 '독후감' e메일 아래와 같이 보내왔다.

        설령, 그이마저 잃을지라도, 내 할 말은 다 해야겠다.

     

      < 책 발행 후 분별없이 증정하고 나면, 정작 자신의 소장용도 없어질 때가 많지요. 제 수필집 1권도 품절되어,  인터넷 중고서점에 몇 년씩이나 기다렸다 겨우 한 권 나왔다기에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그 책 다시 사서 소장하고 있어요. 
    윤쌤 책 재판하신다니 축하드려요.
    저도 한번 읽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아침부터 문자 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몇 자  치다가, 자꾸만 다른 일들이  생겨, 글의 호흡이 끊겨 중단했다가 이제서야 겨우 답글 씁니다.
    윤쌤 글 "문패"는 착상이 좋네요. 경비실의 연락처 전화번호 명패와 직장생활을 할 때 각종 직위에 대한 명패, 집안의 내력과 추억이 담긴 아버지의 문패까지 연결고리가 잘 이어져, 글의 구성이 매끄럽고 설득력있게 전개되고 있군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급히 써서 그런지
    읽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하나, 둘 눈에 띄는데, 화자의 이름,1) 화자의 전화번호를 모두 드러내는 것은 자제하시고 일체의 군더더기를 싹 빼버린다면, 더 좋은 글로 독자들이 교감할 수 있겠어요. 2)그리고 "느닷없이 혼자말을 하게 될 줄이야."
    이것 윤쌤 글에서 감초처럼 자주 등장하는 점 잘 아시죠?

     

    설령, 그랬을지라도 작품에 똑 같은 말 반복되면 독자는 식상하다는3) 것...

     

    요즘은 주택보다 아파트가 많다보니, 문패보기도 쉽지 않은 4)터. 5)문패를 새겨주던 사람들 (문패쟁이들)은 직업을 다른 걸로 바꾸었겠죠?
    윤쌤의 "문패"는 과거 회상이나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성을 제시한 점이 이 글을 살려냈어요.
    요즘같이 살벌한 세상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옛날처럼 버젓이 내 걸 수도 없으니 그런 현실이 안타깝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과 일부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이나
    자기 이름을 세상에 알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 이 부분은 충분히 공감함)인데 ,자칫 이 글이 자기 현시나 비판 위주로 흘러버리면 안될 것 같네요.
    윤쌤 글을 다시 읽다보니, 문패라는 소재를 통해 윤쌤이 말하고자 하는 a)주제는,
    어디다 초점을 맞춘 것인지,
    좀 애매한 부분 6)발견. 시선의 다양성은 보이지만 예시를 통한 일반화를 독자가 짚어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어요. 말미에 와서 주제의 제시가 바뀌거나 7)미약해지면,
    글의 의미가 불확실해지죠. 
    이 시대에 와서는
    가치가 줄어든 문패와 명패에 대해 회의적 소회이나,
    내 이름보다 경비실에 적어 둔 내 전화번호가 나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알게 해 준다는 8)사실.
    같으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본캐"와 "부캐"가 있는데, 부캐가 본캐를 압도하는 9)세상, 사회의 요구에 따라 나의 본질은 흐려지고 새롭게 탄생한 "제2의 나"가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그것이 진짜 내 모습인양 행세를 한다는 것에 대해 쓰고 마무리 할 것 같아요. 이건 제 생각... 
    목, 허리,
    팔 아파서 10)여기까지.... >
     
      이상 그이의 e메일 복사해다가 붙임.
     

     * 위 그이의 e메일 읽으면서 느낀 점.  첫째는, 남의 글을 참으로 정성스레 읽었다는 점에 대해 고마움. 둘째는, 그이는 내가 가장 중시하는 쉼표의 기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는 점. 셋째는, 오해가 한,둘 있다는 점. 끝으로, 앞으로 관심있게 그이의 문학적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각오.

     

      (가) 쉼표 사용에 관한 문제

     

       우리 맞춤법 규정(최초 문교부 고시 88-1. 그 이후 몇 차례 보완된 것으로 안다.)에, 쉼표 사용에 관해서는 정확히 15개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그이의 글에서 쉼표를 빠뜨린 부분을 모두 주기해 두었다. 그이가 그 쉼표 기능 15개를 새삼스레 공부하였으면 참 좋겠다.

       나는 매양 말하곤 하였다.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기초적인 것이 가장 전문적인 것이다. 쉼표만 정확히 사용할 줄 알면, 나는 그를 훌륭한 문장가로 본다."

       위 ' 7)미약해지면,'의 경우는 '절(주어절) 절(종속어절)' 사이에는 쉼표를 친다.'를 위배하였기에 내가 쉼표를 쳤다.

       맞춤법 규정 가운데에서 쉼표 규정 15개 가운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문장의 연결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할 때 절과 절 사이에 쓴다.'

     

       음악 애호가이기도 한 나. '쉼표'는 음악에서 '숨표'와 같다. 쉬어야 할 곳에서는 마땅히 쉬어야 한다. 쉼표는  우리네 생리작용과도 같다.

     

      (나) 세부사항

     

    1) 화자의 전화번호를 모두 드러내는 것은 자제하시고 

     

      그 점 내 모를 리 없다. 내 맞교대자 경비원의 전화번호는 비밀로 적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공인이 터에, 굳이 휴대전화번호 뒷번호까지 숨길 일이 없다. 북한의 김정일이나 미국의 바이든도 내 개인정보 다 가지고 있을 텐데... .

    2)그리고 '느닷없이 혼자말을 하게 될 줄이야.'
    이것 윤쌤 글에서 감초처럼 자주 등장하는 점 잘 아시죠?

     

      그 연결고리가 없으면, 다음 이야기 어떻게 풀어나가라고? 농막에 와서, 새벽에 내가 행한 '문패 갈아달기'를 '돈오(갑자기 깨달음)'함으로써 이야기 꾸려 가거늘... . 그게 나의 여러 글에 자주 등장하든 말든, 그것은 나만의 독특한 '문장 기술'이니 그 점은 문제 삼지 않았으면 한다.

     

    3) 위 '4)터.'와  '6)발견.'

     

      평소 내가 좋아하는 문장구조다. 과감히 술어를 생략하고 명사 다음에  '마침표(.)'로  매듭을 짓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습관과 맞물려 있다.

     

    4) '무리한 관형어절화의 문장을 피하라'는 문제

     

     'a)주제는,'의 앞부분은 무리한 관형어절이다. 영어권에서는 '형용사'라고 하지만, 우리네는 '관형어'라고 한다.

       '~~하고 ~~한 나는' 꼴의 '대갈장군형 문장'을 피하라는 말과 통한다. 가급적이면 주어를 문두에 내세우라.

      부득이, 나는 그이의 문장을 쉼표(,)로 보정하였다.

     

    5) 줄임표는 3의 배수이다. 단, '문교부 고시 88-1' 이후  완화된 맞춤법 규정에는 3의 배수가 아니어도 눈감아 주기는 한다..

     

     10)여기까지.... 

      '여기까지...  .'면 더욱 좋다.

     

     ( 다) 기타사항

     

      '압축'과 '생략'도 유분수이지, 당나귀 거시기 하고 귀를 빼면 무엇이 남는다는 말? 하더라도, 위 글을 독후감으로 보내온 그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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