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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20) - 지금 나는 ‘먹통’-수필/신작 2023. 2. 2. 17:37
저는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글을 쓰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온 사람 같아요.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20)
- 지금 나는 ‘먹통’-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나의 뮤즈,
지금 나는 ‘먹통’이라오. 이따가 그 연유를 소상히 밝히겠지만, 나의 휴대전화기 번호 ‘010-2877-5105’는 잠정적으로 먹통이라오.
사실 이 농막에는 일반전화번호도 있다오. ‘053-813-1818’이 일반전화번호라오. 정말 외우기 쉬운 번호가 아니오? 언뜻 그 숫자를 발음하면, ‘始發!始發!’이지 않소? 욕이지만, 예전에 다방이 흥했을 적에는 매우 인기 있던 번호라오. 다방의 전화번호로는 ‘1233’이나 ‘1288’도 아주 좋고, 아주 자극적인 번호 아니오? 이제금 그대의 남자가 된 나. 그대도 아시겠지만, 나는 당시 국영기업체였던 ‘한국전기통신공사[KT의 전신(前身)]’의 1기생 공채 합격자였다오. 그것도 ‘300: 1’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던 이. 당시는 일반전화 하나 갖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다오. 일반전화 하나 놓기도 어려웠지만, 그 선호번호를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오. 그 친정 회사(?) 근무 막판에, 나는 일반전화번호 부여 등을 맘대로 주무르는(?) 자리에까지 갔다오. 해서, 최종적으로 정한 번호가, 농장에는 ‘053-813-1818’이고, 내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053-814-6789’. 혹여, 나의 개인정보를 이렇게 까발리면, 그대께서는 우려하실는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가족도 그 동안 개개인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어서, 일반전화기는 어느새 장식품으로 전락해 있어서... .
나의 뮤즈,
사실 이 농막의 일반전화 ‘053-813-1818’은 고장 난 지 오래라오. 매월 친정댁인인(?) ‘KT’에 요금만 물어줄 뿐. 그런데 오늘만은 그 일반전화가 무척 아쉽소. 그대의 목소리가 하필이면 이런 날 더욱 듣고 싶으니까. 사실 전화도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실수로(?) 걸어주는 분이건만... .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내 휴대전화기가 먹통이 된 터라, 금단현상이 일어났다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지에 관해서는, 그대 흥미 돋우려고 아직은 잠시 미뤄두고... .
나의 뮤즈,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들려드리려 하오. 미국의 장의사(葬儀士)였던 ‘스트로우저’ 이야기라오. 그는 어느 날 고객수가 나날 급격히 줄어든 걸 깨닫게 되었다오.
‘왜 이런 일이? 내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고... .’
그는 추적했다오. 그 결과, 밝혀진 사실은, 시내 전화국 교환수의 장난이었음을 알게 된 거요. 우리 식으로 각색하겠소.
고객들이 이렇게 ‘114 안내 전화'를 건 게요.
“아가씨(교환수님), 경산 시내 장의사 한 군 데 대어주세요.”
그러면 그 교환수는 ‘스트로우져’네 장의사가 아닌, 자기 약혼자네 장의사 쪽으로 코드를 꽂아댄 거요.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스트로우져. 그는 열 받아서, 장의사인 그가 손수 그 유명한 ‘ST 기계식 교환기’를 개발하게 되었다오. 교환양 없는 교환기. 그게 그 유명한 ‘스트로우져 교환기’라오. 줄여서 ‘ST교환기’로 불렀소. 전자교환기가 나오기 전. 내가 최초 근무한, 고향 청송의 ‘청송전신전화국’에서는 그 ‘스트로우저 교환기’를 운용하고 있었다오. 넓은 공간 한 층을 차지해서, 깡통처럼 생겨먹은 그 ‘Step by step’방식의 ‘드르륵’ 소리 내던 교환기. 내가 그 회사에 입사했던 1984년만 해도 그 교환기는 'EMD교환기'와 더불어 명물이었소. 그 이후, 우리 엔지니어들이 '스웨덴의 에릭스사'에서 개발한 ‘AXE-10 전전자교환기' 프로그램을 훔쳐왔는지, 베껴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TDX-1전전자 교환기'를 개발함으로써, 이를 거듭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렀다오. 우리가 통신강국 내지 ‘IT강국’이 된 게 우연은 아니라오. 사실 나는 당시 사무직이었으나, 그래도 통신 발전 과정을 생생히 목도했다오. 그 중심부에 나도 있었다오.
사랑하는 나의 뮤즈,
내 이야기 날밤 새워도 다 못할 것 같으니, 이제 나의 뮤즈인 그대께 더욱 압축해서 전하리이다. 하도 그대가 나의 자품들에 관해,‘압축’과 ‘생략’을 요구하며 잔소리해대는 터라서.
윤쌤의 휴대전화기가 잠정 죽은 데에는 이유가 있소. 오늘 새벽, 나는 나의 영토이고(?) 유토피아인 이 ‘만돌이농장’으로 오기에 앞서, 늦잠자는 아내와 과년(過年)한 큰딸한테 혼잣말처럼 하고 있었다오.
“요안나 프란체스카 자매님, 윤 선생님, 이 아빠의 휴대폰이 ‘배터리’가 너무 잘 닳아요. 가수 ‘홍진영’한테 어제 전화했더니, ‘아저씨, 사랑의 배터리가 다 됐나 봐요?’ 하던데?”
그랬더니, 재치 있는 큰딸이 낮 동안 자기가 아는 점포로 이 애비의 신분증을 들고 가서, 휴대폰 단말기를 교체한 모양이오. 해서, 내가 지금껏 쓰고 있던 휴대폰은 불통인 듯하오. 게다가, 일반전화 ‘053-813-1818’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장 난 상태로 방치하고 있었으니... .
나의 뮤즈,
이 산속 한갓진 농막. 나의 세상과 소통수단은 이제 딱 하나만 남았다오. 인터넷 회선이 살아 있고, 나는 이처럼 그대한테 연서(戀書)를 써서 온라인으로 금세 띄우게 될 텐데... . 실시간대로 소통이 가능하건만, 띄운들 다 무슨 소용? 그대는, 그대는, 그대는 어차피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메아리도 없이 ‘똑똑’ 떼먹기만 하는 걸.
작가의 말)
나의 뮤즈께서는,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서 읽어주시길.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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