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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장여자 이야기
    수필/신작 2014. 5. 31. 08:57

                      남장여자(男裝女子) 이야기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텔레비전은 나의 수면제다. 평소에는 텔레비전을 거의 아니 본다. 본디 밤잠이 없는 나. 그래도 다음 날을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야 할 적이 많다. 바로 그러한 때에 텔레비전을 켠다. 반듯 누워서 손가락으로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대며 채널을 바꾸다 보면, 이내 스르르 잠들게 된다. 이처럼 텔레비전이 나한테만은 수면제다. 흥미가 있다거나 유익하다거나 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더란 걸 반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젯밤은 예외였다. 눈이 감기기는커녕 끝까지 그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보게 되었다. 어느 텔레비전의 LET 美人 시즌 4란 프로그램이었고, 그 프로그램의 부제는 남장여자이었다.

    스토리의 전개는, 마치 껄렁패인양 남자복장을 하고 남자걸음을 하고 길을 걷는 여자의 모습 방영부터 시작되었다. 길을 걷는 이들이 그를 한번씩 힐끗힐끗 쳐다보고 지나갔다. 분명 그는 여자라고 하였다. 그녀에게 아픈 추억이 하나 있었다. 중학교 시절, 그녀는 길에서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성추행을 당했다. 그녀는 그 길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그 충격이 행동변화로 나타난다. 자기도 그 남학생들처럼 거친 사람으로 남들한테 보이게 되면, 다시는 그러한 일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몸에다 문신을 온 데다 새기고, 머리를 산발하고, 복장을 아주 텁텁하게 해가지고 다니게 된다. 눈길도 매섭게 변하고, 턱도 나오고, 목소리도 남자 목소리로 변하고 만다. 심지어 집에다 샌드백을 달아두고 권투선수들처럼 그 샌드백을 치기도 하였다. 처한 환경이나 마음가짐이 사람의 외형조차 그처럼 서서히 바꾸고 만다는 것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녀의 양친은 아들 같은 딸로 인해 마음고생을 그 동안 엄청나게 하고 있었다.

    그러했던 그녀. 때마침 용기를 내어 그 텔레비전의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많은 분야의 의학박사, 미용사, 패션디자이너 등 수많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특정 환자를 선발하여 지극정성 무료로 고쳐주는 과정. 한마디로, 한 여성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미인으로 만들어주는 작업이었다. 그녀는, 매일 자고 나면 턱수염 등이 온몸에 자라는 경쟁자 아가씨를 젖히고 제1LET 美人 대상자로 뽑힌다. 사실 나는 그 턱수염아가씨도 함께 치료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 그 남장여자한테 수 십 명의 전문의들이 매달렸다. 툭 튀어나온 턱 관절을 바로 잡고, 눈을 교정하고, 콧날을 세우고 걸음걸이를 교정하고, 요가를 시키고, 목소리를 교정해주고 헤어스타일을 고치고, 의상을 바꾸어 입히고,

    메이크업을 하고 . 장장 85일간 남자에서 온전한 여자로 바꾸어 가는 데 투입된 전문가들 수효와 노력, 시설장비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니 6천여 만원 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 나는 너무너무 감동했다. 절세미인이란,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었다. 그녀의 양친도 뒤늦게 스튜디오에 초청되었다. 그 장면을 보아하니, 사전에 짜고 친(?) 흔적이라고는 없었던 것 같다. 양친은 얼떨떨해 했다. 자기네 딸을 전혀 몰라 봤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황신혜씨를 비롯한 많은 미인들에게 차례차례 다가가 네가 우리 딸이냐? 할 지경이었으니까. 그러자 미인으로 변신한 그녀는, 참으로 교양 있고 참으로 매력 있는 요조숙녀의 모습으로 양친에게 다가가 매달려 마구마구 울어댔다.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말처럼 그녀는 천상(天上) 여자 였다. 양친은 그래도 자기 딸을 몰라 봤다.

     아빠 엄마, 저 이제 착한 여자로 살아갈 수 있어요.

     감동 이상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었다. 사실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그녀를 대형 거울 앞에 세워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라고 권유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도 자신을 몰라 봤다.

     저 안에 있는 이가 누구지? 여기 진행자 가운데 한 분 맞죠?

    과거 아픈 기억으로부터 완전 해방된 25세의 아가씨, 요조숙녀로 거듭 태어난 아가씨. 나는 어젯밤 그 늦은 시간에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도 흘렸다. 그리고 그처럼 훌륭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tvN이란 텔레비전 방송사에도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그 많은 전문가들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냈다.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만치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도 없다고 들었다. 성형외과전문의들이 돈을 잘 버는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오히려 전문의들의 의술수준에 찬사를 보냄이 옳다. 내가 어젯밤 그 남장여자를 본 즉시 생각을 바꾸었다. 여성들의 외형적 핸디캡은 그녀를 한평생 괴롭히게 될 텐데, 이를 바로잡아 준다는 거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그 환자의 정신건강까지도 돌보아 주는 셈이다. 아무튼, 감동먹은 밤이었다. 전문가들의 따뜻한 손길이 계속 이어져 어둠 속에 있는 많은 젊은 여성들한테 빛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녀들은 어젯밤 내가 본 남정여자의 경우처럼 인생이 바뀔 게 아닌가.

    끝으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한테 권할 게 하나 있다. 자기를 닮아 못생긴 딸을 두었다고 한탄만 하지 말라. 억만 금을 들여서라도 딸의 얼굴을 고쳐주어라. 아니, 오로지 딸의 성형수술 비용을 장만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도 좋을 성싶다.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애비의 참 도리인 것 같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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