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0)수필/음악 이야기 2024. 2. 14. 19:45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0)
- ‘올드 로망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나는 77학번. 그로부터 군복무 3년 후 대학 1학년 2학기로 복학했다. 1980년. 그게 벌써 역산(逆算)해본즉, 2024년을 기준해서 44년 전. 나는 그녀를 그 이후 직접 만난 적 없다. 둘은 손목을 잡아본 적도, 입술을 한 번 맞춘 적도 없다. 그녀는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이었다. 그녀는 그 이후 중고등학교 미술과목 선생님으로 지냈음을 알게 되었고, 개인전도 수 차례 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그러한데 우리 둘한테 44년의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여태 인연의 끈은 이어진다. 그녀가 얼마 전 휴대전화 메시지로, 어떤 사진을 보내왔는데, 돋보기 안경을 끼고 찬찬히 살펴본즉,영어 이니셜로 ‘Mi Ok ??’로 되어 있었다. 장한 일. ‘대한민국 미술가협회 회원’으로 진작에 데뷔하였음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기 개인 전시회 출품 작품 사진도 한 장 문자메시지로 보내 왔는데, 그 작품은 숫제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 동산’이었다. 봉우리와 능선이 제대로 조회된 듯하였다. 그 화면을 보는 순간, 나는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연상하였다. 사실 어느 미술평론가가 모네의 그림을 얕잡아 보아, ‘당신네들, 전부 모네의 ‘인상’같은 작품을 그리는 인간들’이라고 깎아내린 데서 비롯된, 미술계의 사조임을 알고 지낸다. 한편, 그녀의 그 유화 한 폭은 ‘드뷔시’가, 시인이었던 ‘말라르메’의 시를 기초로 하는 <바다>를 떠올리게 하였다. 물론, 나는 그러한 감상평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건만, 무응답. 하기야 내가 얼굴도 못 생겼고, 교양도 없는 사람이며, 수놈 같은(?) 박력도 없는 남정네이니... .
내 이야기는 압축과 생략. 오늘 나는 그녀한테 아래와 같은 휴재전화 문자메시지를 띄웠다. 물론, 이번에도 대꾸는 없지만... .
< 김화백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질리기도 할 터인데, 바로바로 클릭해주시는군요. 저는 자기 암시. 기왕지사 시작한 일이니, 대한민국 최고봉 수필작가로, 우리의 ‘수필문학사’가 기록해주길 바랄뿐. 부디, 강건히 지내소서. 부군이신 ‘김??’님께서도 강건히 지내시죠?>
이어서, 나는 문자메시지를 하나 더 날렸다. 물론 메아리는 없었다.
< 님께만은 꼭 전해야 할 이 곡. 기억 제대로 아니 나지만... 그때,그때 님은 제게 ‘ 잠시잠깐 얼굴 한번 보겠다'며 오셨겠죠. 대구의 어느 공중전화 부스 안. 해는 저물 대로 저물고... . 사실 휴대폰도 없던 시절. 그곳 ‘거창’으로 가셔야 할 님. 서방님께 다급히 전화거시데요.
“인 ?씨, 여기 대구. 눈이 엄청 외서, 시외버스 가려나 몰라?”
그 다정한 목소리를, 공중전화 부스밖에서 생생히 엿들었던 저. 사실 그 순간, 임자가 누구이든간에 상관않고 달려들어 님의 입술이라도 훔치고 싶었는데... .
아마도 죽는 그날까지, 이 ‘스비리도프’의 <올드 로망스>와 겹쳐져, 잊지 못할 걸요. 나의 영원한 ‘플라타너스길 여인’이시여! 제발 더는 늙지 마소서. 이러기를 40여 년?
< 위 문자메시지 띄워놓고 보니, 그게 바로 예술성 있는 수필작품 될 듯. 하여, 님께서는, 손목 한 번 잡은 적 없도 없는 님께서는 영원한 제 뮤즈이시군요. 그 펄럭이던, 주인 떠나고 펄럭이던 그 2층 아뜰리에의 커튼과 겹쳐지면서요.
하여간, ‘스비리도프’의 <올드 로망스>가 우리의 주제곡. 제발, 더는 늙지 마소서.
이 곡은 우리의 음악이라오. 영원히 맺을 수도 없는...
.https://cafe.daum.net/sksey2/WWsJ/4109?q=%EC%8A%A4%EB%B9%84%EB%A6%AC%EB%8F%84%ED%94%84%20%EB%88%88%EB%B3%B4%EB%9D%BC&re=1&re=1
'수필 >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2) -‘윤 수필가, 시간여행을 떠나다 - (0) 2024.02.22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1)- ‘윤 수필가, 어쩔 수 없이 해외여행 나서다- (1) 2024.02.20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59) - ‘습작메모’- (2) 2024.02.14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58) - ‘다듬이소리’ (3) 2024.02.02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57) - ‘미니멀리즘(minimalism) 음악’발원지를 좇다- (2)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