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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59) - ‘습작메모’-
    수필/음악 이야기 2024. 2. 14. 14:03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59)

                          - ‘습작메모’-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내가 ‘미니멀리즘 음악’을 파고들며, 당해 작곡가들의 곡들을 집중적으로 들어온 지 꽤 된다. 한마디로, 매력 있는 음악장르이다. 아니다. 매력 단계를 지나, 마력(魔力)까지 지녔음을 깨닫게 된다. 여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으나, 마약중독도 이러한 것일까. 말 그대로, 미니멀리즘 음악은 ‘재료를 최소화하여 단순 반복적 멜로디로’ 중독성을 더해준다. 잠시. 현대미술에도 ‘도널드 저드(1928~1994, 미국)’를 비롯한 미국 일군(一群)의 현대미술가들도 미니멀리즘 미술을 추구했다는 거. 도널드 저드는, 마치 ‘도미노 게임’처럼 판자를 가지런히 세워두고서, <무제(無題)>라고 이름붙인 대표작을 내어놓았다.

        이제 내 이야기는 아주 엉뚱한 데를 향한다. 분명 나는 위 제목을 ‘농부 ... 음악 이야기’로 설정해두었다. 그러한데 나는 문학의 영역인 수필작품을 적으려고 한다. 그 시기로 따져, 나는 그 많은 미니멀리즘 음악가들과 그 다양한 미니멀리즘 미술가들에 훨씬 뒤쳐져 있지만... . 자주자주 내가 40년가량 수필작품 창작을, 그것도 5,000편 이상 적어오면서 종종 토로했다.

        ‘너무도 흔해빠진 이야기들. 다들 문맹자들은 아니지만, 현대인들은 살이에 바빠, 남의 글을 정성들여 읽을 겨를도 없어. 어처구니없게도, 작가인 나는 자기 글 적기에도 바빠, 남의 글을 읽을 사이도 없고... . 이 무슨 아이러니? 그러니 속된 말로 뭐 삼빡한 게 없을까?’

        해서, 감히 나는 지금부터 적게 될 ‘습작메모’를, 역설적이게도, ‘완성작’으로 주장하게 이르렀다. 사실 아래 ‘습작메모’는 어느 여류시인과 어느 서양화화백한테 동시로 띄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다. 해서, 데스크 탑 컴퓨터 옆에 휴대전화기를 두고, 그때 그 문자메시지를 다시 읽어가며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심지어 오· 탈자까지 그대로 옮기려고 한다.

     

        <지금부터는 습작메모. 난들 왜 그러고 싶지 않겠어요? 경산시 백천동에 자리한 ‘월드 메르디앙 아파트’후문 경비실. 사실 ‘메르디앙’은 프랑스말로 ‘절정’을 일컫는다는군요. 영어 ‘climax’에 해당한다는군요. 곧 밤 열 시가 올 테고, 나는 자리를 옮겨 숙소로 갈 텐데요. 그때부터 새벽 두 시까지 휴게(잠). 전자레인지에다 30초 구워낸 중국산 쥐포를 안주 삼아, 몰래, 화장실에서, 커피 종이컵으로 두 잔반가량 드링킹. 사실 소주 제조회사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도수를 25도에서 16.5도로 대폭 낮추어 만들고 있어요. 더 많이 팔 요량으로요. 주표적은 님과 같은 여성들이라는데요? 여러 병을 연거푸 따라주어도 끝끝내 취하지 않을 님을,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요? 16.5도로 낮춰버린 소주는 약발을 받지 못하니... . ‘에라이, 빌어먹을!’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소주는 물에 가까워지겠네요. ‘빈 회수용 소주병 100원’만 산더미처럼 쌓이겠네요. 나를 포함해서, 아파트 경비원들 그걸 수거하는 데 수고만 가중되겠는 걸요. 시인 유치환의 말마따나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

        여기서 잠시 더듬고 넘어갈 갈 게 하나 있어요. 술의 농도는 당해 지역의 평균기온과 관련이 있다는 거 아닙니까? 혹한의 ‘툰드라 기후’ 러시아의 ‘보드카(vodka)’는 40도 내외, 2022년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2.9도, 그리고 내 하나뿐인 열 번째(지금은 고인이 되신 내 양친 기준으로)아우가 몇 해 동안 돈벌이를 위해, 가서 몇 해 머물렀던,‘카다피 정권’아래 열사(熱沙) 나라‘리비아’. 그 나라는 국법으로 음주 시 처형 등등 논리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사항들. 하지만, 나는 우리네 정상체온이 36.5도임을 감안하여, 그 체온을 보상(報償) 내지 보정(補正)해주는 게 알코올의 농도라는 걸 일찍부터 알고 지내지요. 물론, 이슬람국가들의 음주금지법령들은 종교적 이유도 있겠으나, 술 마시고 헉헉대다가 뒈지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위정자들이 눈물겨운 배려를(?)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요.

        페이지 빨리빨리 넘겨야겠어요. 기말고사 다가오는 터에. 이 ‘윤쌤’은 금세 추억에 잠겨요. 저기 직선거리 500미터? 경부선 철로. 차창마다 불을 달고 열차가 내달리네요. 기적까지 길게 울리면서요. 난들 왜 그날로, 그 푸르던 젊은날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겠어요? 어느새 집의 나이로 예순여덟. 난들 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싶지 않겠어요? 부동항(不凍港)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종점 ‘야로슬라브스키역’까지 달리고는 싶지요. 난들 왜 ‘테제베(TGV)’를 타고 싶지 않겠어요? 왜 난들 말년의 ‘드보르작’처럼 날마다 ‘프라하 중앙역’ 벤치에 앉아, 유럽 여러 나라를 오가는 열차의 시간표를 외우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 무슨 큰 자랑? 나는 해외여행은커녕 제주도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몰라요. 내 선친 ‘송호(松湖) 영감(당신의 택호였음)’도 이승에서 누린 나이 84세 되도록 단 한 번도 명승지를 다녀본 적 없어요. 슬하에 나를 포함해서 다들 다섯, 딸 다섯을 두었던 분. 오로지 일이 취미였던 당신. 마침 오늘은 섣달 그믐날. 난들 ‘까치설날’인 오늘 서글프지 않겠어요. 지난 날 월드컵축구 4강을 이뤄낸 ‘히딩크’ 감독의 말을 패러디하는 걸로 두서없는 푸념 끝.

        ‘나는 아직 돈이 고파요.’>

         2024.2월 9일.오후 9:39

     

        이어서, 나는 위에서 소개한 양인(兩人)한테 다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다시 날렸다. ‘2월 10일 토요일 오전 3:11’이란 기록이 남아 있다. 설날.

     

        <설날. 또 다른, 먼 데 자리한 낯선 아파트 경비원 땜빵 중. 향수,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 세월 무상함 등을 느끼며... . 이럴 때에 딱 어울리는, ‘고(故) 제임스 라스트 옹(翁)(1929~2015,독일 브레멘)’이 이끌었던 ‘제임스 라스트 팝 오케스트라’의 그 많은 연주곡들 가운데에서 ‘ Country train’. 듣기 시작. 아래 주소를 베껴다가 붙여서 들어보시길. 사실 나는 그분을 이 지구상의 그 많은 음악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여러 글에서, 그 이유와 함께 밝힌 바 있다. 하여간, 그 곡을 들으시면, 금세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 겁니다. 아직 내가 인터넷에 약해서... .

        https://asncom.tistory.com/2728288

     

     

        작가의 말)

        감히 나는 음악과 미술과 문학을 융합하고자 한다. 대체,‘cross over ’가 무얼 의미하는가. 사전적 의미로도 ‘넒나듦’이지 않은가. 교섭(交涉), 교섭, 교섭.

        설날 수필작가 윤근택은 온갖 생각에 잠겼다는... . 둔감해서, 아직도 눈치 채지 못하는 애독자님들께 꼭 짚고 넘어가야할 말.

        ‘분위기만, 상황만 그려보시길. 해서, 이게 언뜻 보기에는‘습작메모’즉,‘미완의 수필작품’같지만, ‘완성된 수필작품’이라고 강변한다.

        꽤 오랜 동안 들어온 여러 음악가들의 ‘미니멀리즘 음악’에‘움달아’, 수필작가인 나도 드디어 이런 글을 적는 단계에까지 닿고 말았다. 내 살과 피가 된 다음에 즉, 체화(体化)된 이후에 비로소 빚을 수 있는 글이라고... .

       사족. 후일 내 죽은 후에라도 어느 문학평론가가 이 글 재해석하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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