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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7) - 물편의 노래들 -수필/음악 이야기 2024. 3. 13. 20:57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7)
- 물편의 노래들 -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예술가한테는 ‘모티브’라는 게 있다. ‘영감’이라는 게 있다. 나는 늘 이들 둘을 생명수처럼 여긴다. 나는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음악 듣기’가 일상이 되어 있는데... . 이번에는 ‘실비 바르땅(Sylvie Vartan, 1944년~, 불가리아 소피아 태생, 프랑스 거주)’의 대표곡인< Maritza (마리짜 강변의 추억)>을 다시 듣게 되었다. ‘마리짜’는 그녀의 고국인 불가리아에 자리한 강. 그녀가 8세 때 양친의 손에 이끌려, 공산화된 조국을 떠나, 특히 당시 외교관이었던 부친을 따라, 파리로 정치적인 망명을(?) 한 이후 유년시절의 추억을 회한과 함께 노랫말에 담고 있다. 후일 그녀는 고국을 찾아, 눈물지으며 그 노래를 열창했단다. 한 소절만 소개.
‘마리짜는 나의 강, 세느강이 당신 강인 것 것처럼’
잠시 엉뚱한 이야기. 음악은 그 선율도 선율이지만, 그 곡이 만들어진 계기, 숨은 이야기, 그리고 노랫말 등을 살펴보는 것도 꽤나 흥미롭고 유익하다. 즉, 약간의 해설이 곁들여지면, 당해 음악과 친숙도를 더하게 된다. 사실 내가 이처럼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7)’까지 적어올 수 있었던 것도 그 해설 등 웬만큼 사전 지식 바탕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요컨대, 나름대로 ‘음악 감상’에 관한 기본 소양을 차근차근 68년 동안 쌓아왔다는... .
<라 마리짜>를 ‘거듭듣기’하다가, 문득 떠올린 아이디어가 있으니... .
‘기왕지사 시작했으니, 간략간략 ‘물편의 노래들’을 나의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한바탕 모아서 소개하면 어떨까?’
해서, 지금부터는 마치 ‘중간고사 벼락치기 공부’하는 학생처럼, 커닝 페이퍼를 작성하는 학생처럼, 애독자님들께 ‘물편의 노래들’ 전해 올린다. 이는 음악 장르 가운데에 일컫는 ‘모음곡[組曲; suite]’‘과는 별개의 개념이지만... .이하 무순(無順)이다.
1. 슈베르트의 가곡, <물 위에서 노래함>
31세 나이로, 매독으로(?)으로 인하여, 가난에 찌들려, 자기 형님댁에서 초라히 생을 마감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 그는 어느 시인의 시에다 곡을 입혔다. 후일 ‘프란츠 리스트’는 그 곡에다 피아노곡으로 덧입혀 편곡하였는데, 참으로 들을수록 아름다운 곡.
그 노랫말 한 소절.
‘ 거울처럼 비추는 물결의 빛 가운데/ 백조처럼 흔들리며 미끄러지는 작은 배’.
2. 헨델의 <수상음악(水上音樂) 20곡>
본디 그는(1685~1759,향년 74세, 독일)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8, 향년 73세,독일)와 동갑내기로, 독일에서 태어난 음악인. 그는 이런저런 이벤트를 무척 좋아했으며, 음악을 직업으로 여겨,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던 거구(巨軀)의 남정네. 종교적인 이유로, 자기 조국 독일은 ‘오페라’를 못하도록 하자, 영국으로 도망감. 거기서 오페라 <리날도>로 대박. 하필이면, 독일에서 자기 후원자였던 이가? 자기를 새로 총애했던 영국 국왕 앤이 49세 나이로 서거하자, 본디 그의 후원자였던 독일의 게오르그 선제후가 영국의 ‘조지 1세’ 국왕으로 겸직(?). 속된말로, 그길로 헨델은 ‘어 된 신세’.
‘ 그 눔의 유럽 통치체제도 참으로 웃겨!’
평소 귀국 종용받던 헨델은 최대 위기. 해서, 헨델은 조지 1세한테 아부하고자, 왕 일행이 템즈강 뱃놀이 올 걸 미리 예상 해서, 무척 신경써서 곡을 적고, 악단을 이끌고, 왕 일행 놀잇배 옆에다 바짝 배를 붙이고 연주하였던 곡들. < 왕궁의 불꽃놀이>도 실은 ... .
3.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그는 의뢰(청탁)를 받고서도,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 마감일이 가까워오자, 그는 고민하였다. 그러다가 속된 말로, 당시 별 볼 일 없는(?) 시인의 시를 떠올렸고, 급한 나머지 그 제목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곡을 적게 된다. 그의 제자들은 작품 제목에 꾸물대는 그에게, “그냥 밀어붙이세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면 되겠는 걸요!”
그게 후일 자기 부친인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더불어, 매년 비엔나에서 개최되는 ‘신년 음악회’ 앙코르 곡이 되었을 줄이야! 청중들이 모두 일어나서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그 <라데츠키 행진곡>에 이어서 연주되는 그 곡.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그 곡. 사실 나는 그들 부자에 관한 음악 에피소드를 두어 차례 이 연재물에 이미 적어 두었다. 그래도 새삼스레, 여기서 결코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놓칠 수 없는 사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1825~1899)’는 1867년, 나이 42세 때에 이 곡을 적었다. 그런데 ‘이바노비치(1845~1902, 루마니아 군대악장 겸 연주자)'는 1880년에(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위 작품 작곡 3년 후) <다뉴브강의 잔 물결>이란 곡을 적었다. 그 곡은 당시 내가 다니던 중학교 음악교과서에도 버젓이 실려 있었다. 적어도, 음악 칼럼니스트라고 자임한 윤근택의 ‘더듬이’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단언컨대, 그 곡은 표절 냄새가 물씬하다. 그 이후 한반도 최초 성악가로 일컫는 ‘윤심덕’은 현해탄에서 유부남과 사랑으로 말미암아 자살했다는데... . 그녀의 그 유명한 <사(死)의 찬미>는 위 이바노비치의 곡에다 노랫말을 붙인 거. 거슬러, 거슬러, 거슬러, 그 원전(原典)은 어느 시인의 시. 듣자하니, ‘도나우강’ 혹은 ‘다뉴브강’으로 일컫는 그 강은 여러 나라를 경유하면서, 맑지도 않은 흙탕물 수준이라던데... .
4. 끌로드 치아리(Claude Ciari,1944~, 프랑스 출신 기타리스트)의 <Solenzara(추억의 소렌자라)>
그는 11세 때에 큰아버지가 인도 여행 선물로 사다준 기타를 메고 맹진한 이. <첫 발자욱>, <물위의 암스테르담> 등으로 우리의 기억에 영원히 남는 명기타곡 연주한 뮤지션. 그의 명연주곡 가운데에는 < Solenzara>도 있다. ‘소렌자라’는 나폴레옹이 태어났고, 나폴레옹이 죽는 그날까지 그리워했던 섬나라, ‘코르시카’에 자리한 어느 해변. 사실 ‘코르시카’는 그곳 뮤지션 ‘루 구엘푸치(1956~2021)’가 부른 <코르시카>로 전세계에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나는 ‘루 구엘푸치’의 그 특유한 ‘멜리스마(melisma) 창법(唱法)’도 기억하고 있다. ‘Cooooooorsica’로 길게 아홉 개 ‘o’로 늘이던... .
어쨌든, 본디 <소렌자라>는 노래였는데, ‘끌로드 치아리’는 기타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하였다.
그 노랫말 앞부분은 이렇다.
‘솔렌자라 해변에서 우린 우연히 만났어요/ 어느 어부가 기타를 치며 여름밤에/ 노래하고 있었어요/ 이같이 감미로운 가락을 해변가에서... . 매일 밤 우리는 춤을 추었고/낮이면 당신은 떠나갔지요/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듣자하니,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기타연주자‘끌로드 치아리’는 일본 음악 여행 중 일본 여자와 눈이 맞아(?) 결혼한 후 일본에서 눌러 산다던데... .
5. ‘더 챈테이스(The Chantays)’의 <변덕스런 나일강>
그들 악단은 1963년 <변덕스런 나일강>을 연주하여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부득이, 글 분량을 감안하여, 소개는 이것으로 끝. 하더라도, 그 노래 또한 ‘물편의 노래’였다.
6.보니 엠(Boney M)의 <바빌론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
사실 1970년에 발표한 그 레게(Reggae)음악의 가사만은, 흥겨운 멜로디와 달리,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이 ‘바빌론 유수(流囚’) 때에 포로로 잡혀가서 70년 동안 노예생활을 한 걸 토대로 한... .
노랫말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 바빌론 강가에서 포로로 끌려간 유대인들은 성전이 있었던 시온(Zion)을 생각하며 울었다. 성가대원이었던 이들한테 (승자인) 그들은 히히덕대며 자기들을 위해 노래 불러달라고 하였다.’
7.‘쿠스코(Cusco) 악단’의 <아푸리맥(Apurimace>
본디 잉카인들이 아닌 그들 악단. 1985년 현 페루의 도시인 잉카를 정말 애절하게(?) 연주하였다. 당시 40대였던 나는, 울릉도 2년 근무 중 그들 음악만 즐겨들었다. 그들 앨범 가운데에서 첫 번째 트랙에 들어 있던 곡, ‘아푸리맥’. 내 기억으로는, 아푸리맥이 ‘우르밤바’ 도시를 가르지르는, 아마존강의 발원지로 알고 지내는데,,, .
8. 스티븐 포스터(Stephen Foster,1826~1864, 향년 37세)의 <스와니강(Swanee)강>
그는 미국의 작사가 겸 작곡가 겸 시인이었다. 그는 가난과 고독으로 향년 37세로 요절하였다. 그는 ‘미국 민요의 아버지’로 칭송. 어느 날 에피소드. 의뢰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서 가곡을 적으려고 하였다. 거의 다 적은 <고향의 사람들(Old forks...)>. 완성도가 떨어지자, 형 ‘모리슨’한테 2음절의 강 이름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형은 ‘야즈강’과 ‘페디강’을 제시한다. 영 마음에 아니 들었다. 그때부터 형제가 지도책을 펴서 찾은 ‘수와니(Suwannee)’. 미국 조지아주 늪지대. 포스터는 그제야 “됐어!”하면서 발음하기 좋은 ‘스와니(Swannee)’로 바꾸어 곡명을 정했다는... . 사실 ‘Swan-’은 ‘백조’도 연상케 한다. 지금은 플로리다주 주가(州歌)가 된 그 곡.
9. 이브 브레너(Eve Brenner, 프랑스 출신 스캣송 가수)의 <강가의 아침(Eve Brenner - Le Matin Sur La Rivière>
그녀는 노랫말 없는 노래를 불렀다. 바로 <강가의 아침>. 안개 자욱 피어오르는 강가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잠시. 그러한 '스캣송'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또 다른 여자가수 소개도 해야겠다. ‘다니엘 리까리’의 <목소리를 위한 협주곡>이 있는가 하면.. . 저 구 소련 ‘라트비아’ 출신인 ‘이네사 갈란테’의 <아베 마리아>. 특히, 이네사 갈란테는 그 곡 하나로 우뚝. 고작 ‘아베’, ‘마리아’, ‘아멘’이라는 노랫말밖에 들어 있지 않은 그 곡으로... .사실 그녀가 그 노래로, <데뷔>라는 앨범으로 데뷔하기 이전에는 그 곡이 ‘줄리오 카치니’의 곡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사실은 ‘블라드미르 바빌로프(1925~1973)’의 곡이었다. 그녀의 노래 덕분에(?) 진실이 밝혀진 셈. 마치,'알비노니'가 지었다고 여겨왔던 '아다지오'가 '지아조토'의 작품임이 밝혀졌듯. 사실 미국의 '사무엘 바버'(1910~1981)'는 '현을 위한 아다지오'라는 아름다운 곡을 적긴 하였으되, 여태껏 작곡가 진위를 다퉜던 알비노니와 지아조토는 1670년대 작곡가들이었다는 점도 결코 놓칠 수는 없다.
잠시 쉬어가기)
위 아홉 개 예화(例話) 소개도 내 힘에 부친다. 하더라도, ‘기왕지사 벌린 춤’이니, 열 개는 ‘꽉꽉’채워야하지 않겠나. 내가 그 노랫말 등을 공부하지 않고서 위 글을 적었을 리는 만무하고... .
이 대목에서, 나의 몇 분 뮤즈들한테 볼멘소리를 아니 할 수가 없다
“정말, 나는 게을러터진(?) 님께서, 자기가 추구하는 예술장르에서 헐겁게(?) 벗어나, 여타 예술장르, 특히 음악에 관심 더 기울여 주시길. 모든 예술의 총아는 역시 음악. 여태껏 공부해본즉, 기저귀를 차고 바이올린 연주한 음악인들도 참으로 많더이다. 음악장르에 비하면, 문자를 익힌 이후에 비로소 이뤄지는 우리네 문학은 그 장르 불문하고 ‘하바리(下바리)’에 불과하더이다..”
10. 대한민국 민요인 <한강수 타령>
내가 굳이 길게 이야기할 게 뭣 있나? 그 노랫말은 여러 갈래로 변형되어 왔으나, 원형(元型)은 그대로 유지. 그 노랫말을 그대로 여기에가 베껴다 붙이면 끝.
‘한강수라 고 맑은 물에 수상선 타고서/에루화 뱃놀이 가잔다/아하 에헤요 에헤요 어허야 얼사함마/둥게 디여라 내 사랑아’
이밖에도 내가 68년 살아오는 동안 들은 ‘물편 노래’가 얼마나 많겠는가. 지금은 저승에 가 계신 내 어머니, ‘배순기(裵順己)’여사. 당신이 동갑계취에서, 사랑방에서, 신들린 사람처럼 두드리던 그 ‘양은 다라 연주(?)’를 나는 아직 기억하나이다.
배 여사님, 부디 명복 누르소서. 그게 당신 남편의 택호이기도 하였던 ‘송호(松湖) 영감;송생동의 색시를 맞은 데에서 비롯.)’과 한평생 애환을 그렇게 연주하였다는 것을. 단정하게 쪽머리를 하고 비녀를 꽂았던 당신. 국 민학교 저학년에 불과했던 나는, 하학길에서 그 물편, 외가 근처‘송호(松湖)의 노래’를 들었나이다.
작가의 말)
나의 뮤즈님들, 제발 제 모자라는 글들 꽉꽉 채워서 읽어주소서.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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