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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5) - ‘윤 수필가,‘불의 땅’에 오다’-수필/음악 이야기 2024. 3. 3. 16:57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5)
- ‘윤 수필가,‘불의 땅’에 오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나는 지금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반반 차지한다는 ‘불의 땅’에 와 있다. 몇몇 날, 여태 다녀간 그 많은 세상의 여행가들과 달리, 그 많은 미식가들과 달리, 참말로 나는‘머리에 쥐가 나도록’, ‘A4 용지로 10여 장’ 메모해가면서 여행 스케치.
지금부터는 마치 세계사 기말고사 시험 공부하는 학생처럼 요점만 간단히 간단히.
이 섬 이름은 ‘티에라 엘 푸에고(Terra el Fuego)’ 이다. ‘불의 땅’으로 번역한다. 1520년 포르투갈 출신인‘마젤란(1480~1521)’이 에스파냐(현 스페인) 여왕을 꼬드겨(?), 지원금까지 두둑 받아, 그들 원주민들로부터 노획한 황금을 엄청 챙겨다 바치겠다고 하여 발견한 곳. 감히 말하노니, 사실 우리네 인류 역사서(歷史書)들은 죄다 승자(勝者)들의 기록물에 지나지 않는다. 속되이 말하자면, 거의 역사서는 사기(詐欺)다. 그 아픈 이면(裏面) 다 몰각한 채. 마젤란이나 콜럼부스나... . 그 많은 탐험가들이 그처럼 새로운 곳을 쉬이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개척한 식민지들이 좀 더 오랫동안 ‘처녀지(處女地)’로 남아 있었을 텐데... .그러한 비극도(?) 다소 늦추어졌을 텐데... .어쨌든, 마젤란은 그렇게 하여 새로운 섬나라를 기어코 탐험하고 말았다. 그가 원주민들 가운데에서 지금 아르헨티나가 점유하고 있는 땅의 ‘야간족(Yahan-族)’을 묘사하기를, ‘그들의 배꼽높이에 내 키가 닿을까 말까할 정도로 거구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 후예들을 거의 살해하지 않았더라면, 이 현세에까지 다들 살아남았더라면, 연봉이 어마어마한 프로농구 선수들도 되었을 텐데... . 마젤란이 이곳을 탐험했을 때에,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활화산이 용암을 분출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다. 사실 이곳은 남극을 향하는 기점이고, 시베리아나 몽골의 기후처럼 사시사철 추운 곳. 그러함에도 원주민들은 몸에 옷을 걸칠 줄도 모르고, 모여 앉아 모닥불을 피워 온 몸을 녹이고 있었다는데... . 그 연기를 본 마젤란의 착각으로(?) 말미암아, 그길로 이 섬 이름이‘불의 땅’이 되었다는, 참말로 웃기는 섬 이름. 루마니아 전신(前身)인 ‘왈라키아’의 정복자 ‘줄리어스 포퍼(1857~1893)’는 에스파냐 정부의 도움으로, 이곳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비인간적인 짓을, 살육을 감행했단다.
“원주민들을 (짐승처럼) 잡되, 코와 귀를 노획물로, 징표로 나한테 갖다 바치면... .”
기말고사가 임박했으니, 내가 벼락치기로 공부한 이 곳에 관한 사항들 좔좔. 저기 위에서 소개한 ‘잉카’와 ‘아즈텍’도 야만족(?) 에스파냐가 정복한 땅이며, ‘엘 콘도르 파사’와 ‘ 테오티와우칸’이란 애절한 음악을 각각 낳았다.
여기서 잠시. 이 글 완성도를 생각하여,‘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6)’일부분을 따다 옮겨야겠다.
< (상략)2.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a)
이 곡에 관해서는 본인의 또 다른 작품, ‘쿠스코’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자기표절하여(?) 소개하겠다.
잉카의 원주민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던 곡이다. 1,897년 그룹 ‘로스 잉카스(Los Incas)’가 117세 잉카 노인한테서 이 곡을 채록하고 레코딩하게 된다. 그 때부터 잉카음악의 한 장르로 월드뮤직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엘 코도르 파사’를 한번 들어보자.
‘콘도르야 콘도르야 나를 안데스로 데려다주렴/안데스의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콘도르야/나를 안데스로 데려다주렴 콘도르야/내 고향으로 돌아가 내 잉카 형제들과/그곳에서 살고 싶단다/그게 지금 내가 제일 원하는 거란다/콘도르야 콘도르야/형제들아 날 쿠스코의 중앙광장에서 기다려 주렴/그래서 우리가 다시 만날 때/마추픽추도 와이나픽추도 같이 오르게. //’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 칸티’는 스스로 ‘투팍 아마루 2세’라고 칭한다. 1,533년 에스파냐 정복자 피사로한테 나라를 잃자, 그는 반군을 이끌고 끝까지 저항하게 된다. 반군은 71년간 저항했다고 한다. 아직도 잉카인들은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가 부활한다고 믿고 있다. ‘엘 콘도르 파사’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순국용사 투팍 아마루 2세의 전설이다. 잉카음악이 대체로 그러하지만, 구슬프고 애절하고 우울하고 ... 통한이 묻어난다.
이 곡은 여러 버전으로 우리들 심금을 그때그때마다 새롭게 울려준다.(하략)>
기왕지사 내친걸음. 위에서 소개한 ‘테오우아키완’도 마저 소개함이 좋겠다.
본인이 적어, 개인 블로그에 올린 ‘윤 수필가, 테오티와칸에 오다’의 말미.
<(상략) 실로 통한(痛恨)의 세월 아니었겠는가. 한 때 찬란했던 문명을 지녔던 멕시코. 그곳의 전통음악이 그리 쾌활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늘 밤 내가 영문도 모르고 클릭한 ‘앨리스 고메즈’. 그녀한테도 아즈텍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슬프게 들릴 리가 없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아즈텍의 수도와 같은 이름인 ‘Teotihuacan’만 들었다. 그는 그 유적지를 찾아들었다가 영감을 얻어 그 곡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연주하는 악기는 그냥 팬플루트가 아닌 성 싶다. 그것은 인디오의 팬플루트라고 할 수 있는 께냐(quena)가 아닐까 하고서. 뿐만 아니라 아즈텍 전통악기인 ‘레인스틱(rain-stick)’도 연주하는 듯싶었다. 그리고 인디오 전통악기인 차랑고(charange)도 이따금씩 메고 나올 것만 같고.
어쨌든, 그녀는 초저녁부터 이 새벽까지 아즈텍 제국으로 역사여행을 함께 와 주었다. 고맙기 한량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곡 ‘Teotihuacan’은 그녀가 본향에 대한 향수와 서러움을 한숨 대신으로 취주(吹奏)한 것 같다. 그것은 어이없이 앗긴 이들의 상처 같은 것이기도 하다.(끝)>
다시 이곳, ‘테에라 엘 푸에고(불의 땅)’. 이곳을, 위 뮤지션들처럼 인류 최초로(?) 제대로 애절한 가락으로 소개한 뮤지션이 있으니... . 그가 바로 프랑스 출신 뮤지션인 ‘조엘 프란시스코 페리(1945~, 프랑스, 안데스 팬 플루트 주자 겸 작곡가)’이다. 그의 연주곡인 , ‘ 불의 땅’. 이 연주곡은 ‘2022년 KBS 클래식 FM‘전기현의 세상의모든 음악 선집’에도 들어 있다. 그는는 11세에 이미 드럼을 마스트하고... . 그는 ‘안데스 플루트’는 물론, 만돌린까지 자유자재 연주하는 이. 안데스 태생보다 더 강렬한 안데스 사운드 들려주는 전통 인디언 플루트 거장.
이제 위 모든 여행담(?) 거꾸로 꿰맞춘다. 사실 나는, 그의 그 연주곡에 이끌려, 이곳 ‘불의 땅’을 무려 일주일째 구석구석 여행하고 있다. A4용지 10매가량 메모해가면서... .
이제 내 못다 적은 세계사 기말고사 ‘불의 땅’에 관한 커닝 페이퍼.
‘ 아시가미(Acigami) 호수. ’세상의 끝(Fin del munddo)’이란 이름 지닌 은빛 설산((雪山)우수아이아(Ushuaia州). 그 꼭대기는 비글호를 타고 탐험했던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의 이름을 딴 다윈봉. 엘 칼라파테 공항. 비글해협. 엘 데 푸에고 국립공원. 땅끝 우체국(Correo). 사막 여우. 랍스터 전문점. 1899년 아르헨티나와 칠레간 해협소송. 아르헨티나 지역은 로카, 칠레 지역은 에라루리리스. 당시 서명했던 두 나라 대통령 이름을 딴... . ‘Mamihlapinatapais( 마밀러삐나따빠이)’는 1994년 기네스북에서 전하는, 그 뜻이 가장 긴 단어. ‘불의 땅’ 한 쪽을 차지했던 칠레 부족의 말.‘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굳이 스스로 하고 싶지는 않은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자원하여 해 주기를 바라는,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이란 뜻. 그러한 야가족의 언어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는데... . ‘크리스티나 카테론(1928~2022,향년 93세, 칠레 야간족).
수필작가 윤근택은 나직 한숨짓는다.
‘역사적 사실에 관한 고민도 전혀 없이, 여행지라고 여기저기 마구 싸돌아다니는 세상의 여행객들이여! 사실 나는 그대들보다 더 철저하게 그곳들 구석구석까지 여행하였으며, 그들의 숨결을 온 가슴으로 관련 전통음악을 거듭 들으며 익혔나이다.’
작가의 말)
위에 적은 글은요,
제가 그곳 ‘불의 땅’에서 경험한(?) 사항들 의 1할대도 채 아니 되어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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