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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둘기 수난 세태(2)
    수필/신작 2024. 8. 20. 15:09

    비둘기 수난 세태(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지난 번 이야기 제 1화에서는 이 아파트 어느 댁 창밖 난간 에어컨 실외기 바닥의 비둘기 둥지와 배설물을 깔끔하게 청소해준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사실 달포 전에도 어느 요양보호사가 아파트 경비실에 찾아와, 자기가 모시는 노인 내외분의 성화에(?) 못 이겨, 나를 데려가서 유사한 작업을 행하게 한 적 있다. 한사코 사양했음에도, 두유 두 팩을 사례로 받은 적도 있고.

       내가 이 연작물의 완성도를 더하고자,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공부해본즉,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비둘기들 습성이 다소 이해가 되었다. 아파트 벽면에 돌출된 그 난간이, 그들이 날아와 쉴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에어컨 실외기 바람개비의 도움으로, 그들이 알을 낳고 아가를 키우는 데 적정하다는 게 아닌가. 우리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친숙하게 지내려는 비둘기들. 사실 우리네 인간은 ‘평화의 상징’이니, 길조(吉鳥)이니는 말로만이다. 비둘기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네 인간으로부터 내침을 당하고 있다.

     

       사례 1)

       지지난 번 어느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할 적 이야기.

       새벽마다 1동~3동 담당 미화요원 할매는 나한테 볼멘소리를 종종 하였다.

       “ 경비반장님, 비둘기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방법 없겠어요? 군데군데 농약이라도 놓아 죽여주면 참 좋겠어요. 별나빠진(?) 여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자기가 사는 3동 현관 앞 비둘기 똥 아니 치우면 야단이니까요. 비둘기가 웬수에요. 오줄없이 즈그들(자기들) 알도 제대로 간수 못하고 이처럼 바닥에 떨어뜨려 깨놨으니... .”

       기막힐 노릇이지만, 비둘기 배설물을 제대로 치우지 않는다고, 이미 몇 분 미화요원이 아파트측으로부터 잘렸다고 하소연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아파트 미화요원 할매들은 ‘새똥과 전쟁’.

       ‘맞아. 그건 새똥전쟁이야!’

       2019.1.22. 내 블로그 ‘이슬아지’에 올려둔 ‘새똥전쟁’이 겹쳐질 줄이야! 그 수필의 한 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다.

     

       <(상략)비료가 없어 농작물 수확감소로 이어져, 기아(飢餓)에 허덕이던 인류한테 은혜가 내려진 일이 있었으니... .

    그 유명한 ‘구아노(guano, 케추아어 ‘wanu’에서 유래함.)’. 이는 산호초 섬에 바닷새(Seabird)의 축적된 배설물이 바위에 쌓여 화석화한 덩어리(광물질)이다. 무기질이 많아 비료로 쓰인다. 중요한 구아노 산지는 남미(칠레, 페루, 에콰도르)나 오세아니아 제국(나우루 등)이다. 구아노의 어원은 에콰도르의 섬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비료로서 높이 평가된다. 새들의 배설물인 구아노는 질소 11~16%, 인산 8~12%, 칼리 2~3%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 아닌가. 아래 ‘< >’단락은 타인의 글을, 재편집하여 꼴라주(collage)한다.

       < 페루에는 수만 년 동안 새똥이 쌓여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새똥이 쌓였는데... . 이 구아노는 잉카시대부터 사용된 천연비료로 인산 함량이 높아서 식물을 키우기에 좋다고 한다. 요즘은 유기농식품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것이 구아노다. 그러한데 이 새똥을 둘러싸고 100여 년 전에 지금의 석유를 둘러싼 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는데... .(하략)>

     

        비둘기는, 아파트에서 주민들 눈치 보며 살아가는 비둘기는, 경비원 및 미화요원들한테 밉상이다.

     

       사례 2)

       지금은 참깨 수확 적기. 아내와 나는 커다란가빠[kappa]를 밭에다 좌악 펴고, 참깨를 찌고(솎아베기) 있었다. 아내는 알뜰한 여심(女心)으로 하여, 한 톨이라도 더 얻고자 작대기로 ‘지레털기’를 했을 것은 뻔한 이치. 내외는 볕에다 단을 지운 참깨를 내다 세웠다. 그리고는 잠시 농막 처마 밑에서 농주(農酒)를 마시고서 다시 밭으로 나섰다. 허망한 일. 가빠에 제법 되던 참깨알이 다 사라지고 없었다. 산비둘기 한 쌍의 소행이었다. 머리가 참으로 좋은 산비둘기들. 우리 내외가 한 눈을 판 사이 그처럼 다 쪼아가다니!

       사실 이건 약과(藥菓)다. 내가 듣고 알고 지내는 바, 콩이며 팥이며 옥수수며 온갖 곡식을 호미로 홈을 파서 직파(直播)하는 일은 피하라고 한다. 산비둘기들 가운데에서 척후병(斥候兵) 역할을 맡은 녀석이 농부의 행동을 숨어서 지켜본다고 하였다. 그리고 농부가 ‘이젠 오늘 작업 끝!’ 손을 탈탈 터는 순간을 기다린다고 한다. 그들 가운데에서 척후병은 동료들 산비둘기들을 ‘꾸!꾸!꾸!’ 불러 모아 이른바 ‘구수회의(鳩首會議)’를 열어, 농부가 넣은 씨앗을 깔끔스레 차례차례 빼내어 먹는다고 한다. 사실 나는 진즉부터 그 점을 알기에, 그 녀석들 헷갈리라고 관리기로 로터리를 쳐서, 부득이 직파할 일이 있으면, 어느 자리에 씨앗을 넣었는지 모르게 하기도 한다. 요컨대, 호미자국을 내고 씨앗을 직파하는 것은 초짜배기 농부나 하는 일.

     

       사례 3)

       내가 지난 7월 27일 부주의로 애마 ‘투싼 50조 9115’를 퇴역마(退役馬)로 만들어버린 이후, 생활패턴이 확 바뀌었다. 새벽 다섯 시 무렵, 가족이 사는 경산 중방동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남천(南川) 천변 산책로 겸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려 40,50분 출근길에 오르곤 한다. 정말 경관이 아름답다. 특히, 잔디밭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잔디밭에는 비둘기들이 군데군데 모여 위에서 언급한 대로‘구수회의’를 한다. 부지런히 잔디씨앗 등을 따 먹어댄다. 아름답다. 그런데 이상한 현수막이 여러 군데 걸려있다.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지마세요. 누군가한테는 피해가 될 수 있습니다. - 경산시’

        괴이하다. 비둘기한테 모이를 주는 일이 남들한테 피해를 줄 수 있다니? 그러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깊이 공부해본즉, 이해가 되었다. 잘 먹은 비둘기는 산란도 왕성할 것은 분명타. 그러한 산란은 비둘기 개체 수 증가로 이어져, 위 1 사례 및 2사례로 이어질 수 있으니... .

     

        ‘우리네 인간과 가장 친숙해지려는 비둘기들. 그들은 더 이상 길조(吉鳥)가 아닌가벼?’

     

     

     

     

       작가의 말)

       ‘비둘기 수난 세태’ 연작 수필은 한 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 기대하시길.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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