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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둘기 수난세태(3)
    수필/신작 2024. 8. 26. 14:44

    정말 믿으시겠어요?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않으면요,

    이런 글을 결코 쓸 수가 없어요.

    그것도 단숨에요.

    그것도 '쩨리뽕' 되어서 말이에요.

    님들은 '복덩이'세요.

    왜?

    생각해세요.

    저는요,

    여태 그 누구도 미워한 적 없어요.

    님들은 한 분, 한 분 

    제 먼 인생길, 특히 예술가로 걸어가는 중에 만난 귀인들이시니까요.

    감사해요.

     

     

                      비둘기 수난 세태(3)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지난 번 이야기 제 1화에서는 이 아파트 어느 댁 창밖 난간 에어컨 실외기 바닥의 비둘기 둥지와 배설물을 깔끔하게 청소해준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사실 달포 전에도 어느 요양보호사가 아파트 경비실에 찾아와, 자기가 모시는 노인 내외분의 성화에(?) 못 이겨, 나를 데려가서 유사한 작업을 행하게 한 적 있다. 한사코 사양했음에도, 두유 두 팩을 사례로 받은 적도 있고.

        이제 이 연재물 제 3화에 닿았다. 이 연재물을 적는 동안, 나는 뜻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였다. 굳이, 그 사정을 속속들이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자못, 감성적인 윤근택 작가를, 무척 안타까워하실 테니까. 대신, 명작으로 알려져 온 고(故) 김광섭(金珖燮, 1905 ~1977) 시인의 시, ‘성북동 비들기’부터 소개코자 한다. 사실 타 장르의 문학인 수필을 전공하는(?) 나한테 비친 그분의 당해 작품의 문학성이나 운율 따위는 별로다. 아주 엉망이다. 요컨대, 문장이, 행(行)이 결코 리드미컬하지 못하다. 모국어 공부에 소홀했던 게 뻔히 보여 아쉽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시인이라고 하는 이들은? 특히, 주제의식을 겉으로 다 드러내버린 그 천박성은(?) 넌더리. 그런 점에서라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수필작가, '김규련'의 '거룩한 본능'은 종교적 색채까지 겸한 명작이었다. '문명'과 '비문명'의 충돌 내지 마찰을, 그분은 결코 강변하지도, 내색하지도 않고 은근히 비춘... . 

     

          성북동 비들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들기만이 번지수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들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파아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시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젠 사람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새가 되었다.

     

       그런데 비해, 내가 너무도 존경하는 저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파블로 카잘스(1876~1973, 첼리스트)’의 비둘기에 관한 연주곡인 카탈루냐 민요곡, ‘새들의 노래(Song of birds)’는 세월이 가고, 내 나이 칠십 되도록 심금을 울려준다. 그 연주곡을 들으면 이내 두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 당신은 꼬맹이 시절, 마을에 음악 콘서트를 온 악단 가운데에서 첼로 연주자의 음(音)에 기절을(?) 하게 된다. 그런 다음, 아빠 엄마한테 매일 졸라서, 그날 보았던 악기를 사달라고 한다. 아빠엄마는 구차 없이 그 어린 아들한테 표주박에다 세 줄을 건 첼로를 만들어준다. 그것이 파블로 카잘스의 생애 최초 첼로. 그분이 13세 되던 해, 제대로 첼로를 공부하고자, 헌책방에 들러 낡은 악보를 하나 사게 되는데, 그게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가 사후 200년 후에 올까말까 한 연주자를 위해 적어둔 ‘무반주 첼로 모음곡’ . 카잘스는 쉼 없이 연구하여, 지시어 없는 그 악보를 통해, 무려 10 년 이상 연구하고... . 나이 60이 넘은 연후에 녹음을 했다.

       그런데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카잘스한테는 불행한 일이 생겨난다. 스페인 새로운 통치자인 독재자 프랑코 총통 출현.  그러자 그분은 정치적 망명을 택한다. 그분의 명성은 이미 전 유럽을 뒤덮은 상황. 그러나 그분은 프랑코 동조 세력 내지 묵인 세력 나라에서는 연주회도 결코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그분은 모든 연주회 앙코르곡은 위에서 이야기한 카탈루냐 민요, ‘새들의 노래’였다.

       그분은 노구(老軀)를 이끌고, 백악관에 두 번씩이나 초빙되어 연주하게 된다.

       그분이 말했다.

       “내 고향, 스페인의 카탈루냐에서는 새들이 ‘peace! peace! peace!’ 노래해요.”

        그분은 1963년 미국 자유의 메달, 1971년 UN 평화상, 1989년 그래미 평생 공로상 등을 수상하셨다.

     

     

     

       작가의 말)

       ‘비둘기 수난 세태’ 연작 수필은 한 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 또 기대하시길. 내가 생각해보아도 예술가는 아주 특별한 족속입니다. 비둘기 세태 해프닝으로(?) 말미암아, 나는 정나미 떨어진 이 아파트 경비실을 떠나, 18번째 아파트 경비복으로 갈아입을 테지만... .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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