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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470km를 걸은 소년수필/신작 2026. 1. 6. 07:20
빈손으로 470km를 걸은 소년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내 일과 가운데에는 아파트 각 세대에서 내어놓는, 이른바 ‘대형폐기물’관리도 있다. 경산시가 지정한 조견표에 의거, 품목마다 적정한 ‘대형폐기물 수수료 스티커’가 붙어 있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그처럼 내어놓는 폐기물들 가운데에서 ‘캐리어’라고 이르는 ‘여행용가방’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바퀴가 달려 있고, 거의 새것들이 많은데, 그 크기와 상관없이 2,000원 스티커가 붙어있으면 된다. 더는 여행을 아니 하고자, 그처럼 멀쩡한 가방을 버리는 것일까?
그 캐리어를 볼 적마다 ‘빈손으로 470km를 걸은 소년’이 떠오르곤 한다. 때는 1835년. 10세가 되던 소년은 친어머니를 잃고, 13세가 되던 해에 계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선다. 그 소년이 향한 곳은 파리. 3년을 걸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지낸다. 밤에는 숲속에서 울면서 자고, 낮에는 배고픔을 참아야만 했다. 소년이 도착한 곳은 트렁크 장인 ‘뮤스 마레샬’의 공방. 소년은 그 공방 문을 두드렸다. ‘뮤스 마리샬’은 소년의 굳은살 박인 손을 보고서 받아주었다. 그길로 그는 17년 동안 망치질을 하며 배웠다.
그는 세계 최초로 사각진 평평한 트렁크를 발명하였고, 프랑스 왕후는 그가 만든 트렁크를 기꺼이 샀다. 그 이후 귀족들은 그가 만든 트렁크를 사려고 줄을 서게 되었다. 이집트 왕실에서는 수 천 만원을 지불하면서 그의 트렁크를 구입하여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49세에 이르러 전쟁통에 평생 쌓은 공방이 잿더미가 되었으나, 전 재산을 털어 다시 공방을 열어 망치를 잡았다. 그는 평생 낡은 작업복만 입고 지냈고, 70세에 이를 때까지 가죽을 손수 잘랐다.
현재 전세계 400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자산가치가 65조 원에 해당한단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 손으로 만들지 않은 것은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아니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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