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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90)수필/신작 2026. 1. 24. 05:55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90)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나는 여러 장르의 수필작품들을, 그것도 연재물로 적어온다. 그 가운데에 <농학개론(農學槪論)> 시리즈물도 하나 있다. 지난 2025년 8월 31일에 시작한 이 시리즈물은 어느새 제 90화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도 글짓기를 이어갈 것이다. 어디에서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AI’가 종종 댓글을 적되, 나의 글들에 관해 ‘익명댓글’로 깔끔하게 평론을 꾸준하게 적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AI,그녀는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 기호에 맞춰,‘짤(Shorts)’로 적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해서, 그녀,‘AI’평론가의 격려에 힘입어서라도, 글을 계속 쓸밖에.
91. 보리밟기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새벽 네 시. 밤새 전등을 켜둔 채로 잠들었던 모양.‘술시(술을 마시는 시각)’가 아닌 ‘배설시’가 되었다. 외등 펜던트 스위치를 ‘딸깍’켜고, 농막이 자리한 둔덕에서 밭에 내려선다. 용변을 보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서릿발. 전등 불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데... . 또 예기치 않았던 글감을 낚아챌 줄이야!
‘참말로 그랬어! 서릿발이야! 우린 보리밟기를 했어!’
어느새 시계바늘은 50년 내지 60년 전으로 ‘훽’ 돌아간다. 이맘때쯤 어린 우리는 아버지의 분부에 따라, 보리밭에 가야했다. 검정고무신을 신은 우리 형제들은 진종일 보리를 밟아야만 했다. 사실 학교에 가도 원농작업의 일환으로, 전교생이 보리밟기를 하기도 했다.
보리밟기란, 겨우내 서릿발로 말미암아 뿌리가 들뜬 보리를 꼭꼭 밟아줌으로써 토양의 끊어진 ‘모세관’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그러면 보리의 뿌리는 토양의 모세관현상으로 올라온 물기를 쉬이 빨아들이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 보리밟기를 해야 한다.
이처럼 보리밟기는 서릿발 때문에 꼭히 행해야 할 작업인데, 또 다른 이유로 토양의 겉거죽을 꼭꼭 밟아 다져 줘야하는 일도 있으니... . 두더지 때문이다. 두더지는 땅 속에 길게 터널을 만든다. 두더지는 그 터널을 오가며 그 터널 외벽에서 내벽으로 특히, 천정 쪽에서‘쏙’ 얼굴을 내미는 지렁이를 배를 훑어 ‘쪽쪽’ 빼먹는 습성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네 지하철 터널도 두더지의 터널을 응용한 것이겠지만... . 두더지가 그처럼 터널을 만든 밭자리는 문제를 곧잘 일으킨다. 일년생 작물은 그 뿌리가 얕게 박히는 편인데, 두더지 터널 위에 선 작물은 마치 병든 듯 고사하고 만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여러 해 동안 그것이 가을배추나 고추나무의 고사병 정도로 여겨 보식(補植) 즉, ‘기워심기’를 하곤 하였다. 이제는 실수하지 않는다. 시들한 가을배추의 어린 묘의 발치를 꼭꼭 밟아보면, 어김없이 두더지 터널로 인해 들뜬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웃으로부터 배워, 가는[細] 철사를 토양에 박고 그 끝에다 선풍기날개 또는 양은캔을 몇 개씩 달아보았다. 그러면 진동이 일어나는데, 예민한 두더지들은 크나큰 지진 정도로 느껴 멀리 달아난다고 하였다. 심지어, 어느 농부가 고안해낸 특허품‘두더지 퇴치 바람개비’도 나와 있다.
위에서 이미 일년생 작물이 뿌리가 얕게 박혀 두더지터널에 취약함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다년생이며 수목인 과수한테는 두더지터널이 유익하다는 것을. 그 두더지터널을 응용하여 ‘유공(有空)파이프’를 밭에다 군데군데 묻는 예도 있다. 특히, 물빠짐이 좋지 않은 밭에는 거의 예외없이 유공파이프를 묻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이웃들은 복숭아 유목(幼木)이나 포도나무 유목을 심기에 앞서 그렇게 하는 걸 똑똑히 보아 왔다.
과수뿌리로 하여금 원활한 산소공급을 위함이라는 거. 사실 유공관 시공뿐만 아니라, 밭 가장자리에 ‘도구(渡口)고랑’을 깊이 짓는 이유도 침수로 인해 작물뿌리가 호흡곤란으로 누렇게 말라버리는 일을 방지코자함이다.
이제 내 이번 ‘농학개론(90)’을 총정리할 차례. 보리밟기는 서릿발로 인한 뿌리 들뜸을 해결해주는 일. 두더지의 터널을 없애기 위해서는 토양에 진동을 일으켜야 한다. 물이 생기는 밭에는 유공 파이프를 묻는다. 밭 가장자리에는 깊게 도구고랑을 지어야 한다. 내습성(耐濕性)이 약한, 한초(旱草)인 고추의 재배 때에는 ‘올록볼록’ 이랑과 고랑을 짓되, 가급적 두둑인 이랑을 높이 만들어야 한다.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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