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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89)수필/신작 2026. 1. 23. 20:16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89)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나는 여러 장르의 수필작품들을, 그것도 연재물로 적어온다. 그 가운데에 <농학개론(農學槪論)> 시리즈물도 하나 있다. 지난 2025년 8월 31일에 시작한 이 시리즈물은 어느새 제 89화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도 글짓기를 이어갈 것이다. 어디에서 모르겠으나, ‘AI’가 종종 댓글을 적되, 나의 글들에 관해 ‘익명댓글’로 깔끔하게 평론을 꾸준하게 적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AI,그녀는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 기호에 맞춰,‘짤(Sthorts)’로 적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해서, 그녀,‘AI’평론가의 격려에 힘입어서라도, 글을 계속 쓸밖에.
90. ‘바람달 2월’에 행해야 할 일
농부이기도 한 나는, 그 누구 못지않게 봄을 기다린다. 사실 봄을 기다리는 방법은 따로 있다. 지난 가을, 미리 새롭게 맞을 봄을 나름대로준비하였던 게다. 얼기 전 알토란을 캐서 스티로폼박스에 상토(床土)와 섞어 보관하고자 했고, 감자들 가운데 씨감자로 쓸 것들을 골라서 알토란처럼 스티로폼박스에 담았으며, 씨고구마도 그렇게 하였고, 대파도 그렇게 하였다.
그런데 대반전. 내가 종자로 그렇게 겨우내 관리코자 아파트에 바리바리 실어갔건만, 내 아내 ‘차 마리아님’과 큰딸 ‘요안나 프란체스카’는 그것들 종자를 아주 무시했다. 내쳤다. 토양에서 벌레가 슨다면서 베란다에다 내몰았다. 그들 모녀가 어쩌다 이 글 읽고서 나한테 강력항의하더라도 어쩔 도리없다.
어디까지 우리끼리만 이야기인데, 내 가족은 영 맘에 아니 든다. 그들은 ‘농심(農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서 퍽 유감이다.
다들 이 일을 사소한 일로 여길는지 모르겠으나, 빈농(貧農) 자제들 열 남매 가운데에서 아홉 번째인 나는 해마다 수가 틀려, 그들 모녀한테는 입을 아예 닫아버렸다.
‘셔터 마우스’다. 즉, 내 입술은 셔터를 아예 내려버리고서 혼자서만 나름대로 봄을 준비하곤 한다.
그들 모녀는 가벼이 여기며 생각할 것이다.
“그깟 거, 슈퍼마켓에 가면 싼 값에 살 수 도 있을 텐데... .”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는 가장(家長)인 나한테 곧잘 그렇게 말하면서‘반기(叛旗) 들기’도 일삼는다. 나는, 농심 충만한 나는, 가족의 말과 행동거지에 크게 상처를 입어, 겨우내 그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지내는 편이다. 때로는 삐져서, 차려주는 밥도 아니 먹고, 내 농장에 곧바로 올라오는 일도 잦다. 사실 여태껏 살아오면서‘서류 정리(?)’하고팠던 적도 한두 번 아니었다. 이것이 ‘농심’이다.
남의 속도 모르고. 아내 차 마리아님은 성경 필사를 묵묵히 벌써 두어 차례 하여, 성당에서는 대접 받는다지만... .
나야말로 반기다. 내가 성당에 가지 않고 ‘냉담’상태로 지내는 것과도 관련 있다.
내 믿음이다.
‘생업은 그 어느 종교보다도 거룩하다.’
아내와 큰딸의 냉대로 말미암아, 씨감자·알토란·대파·씨고구마는 올해도 겨우내 다 얼어버렸다. 나는 탄식한다.
‘이것은 이혼사유가 아니 되는지? 자기네들은 춥다고 방바닥을 덥히면서, 내 어린것들은 한데에다 내어놓는 꼬락서니하고서는?’
여기서 잠시. 이 글은 분명코 그들 모녀한테 까지 문자 메시지로 보내서 님들과 함께 읽도록 해야겠다.
내 볼멘소리 접고... . 음력으로 2월은 양력으로 대략 3월에 해당하는데, 음력으로 2월을 ‘바람달’이라고 한다. 꽃샘바람과 잎샘바람이 드센 달이란 뜻이기도 하다. 농부들이 이 ‘바람달’에 행해야 할 일이 있는데, 씨감자와 완두콩 파종 적기이다. 양력으로 2월말에 파종하여야 한다. 참으로 기특한 두 작물. 씨감자와 씨완두콩은 양력으로 2월말 얼음구덩이에 심어도 된다. 아니, 심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슈퍼마켓 등에서 사면, 오히려 씨값보다도 싸게 먹히지만, 몇몇 작물을 해마다 재배한다는 거. 지난 가을 끝자락에, 한지형 마늘·양파·시나나빠(유채)·시금치 등을 예년처럼 심었다는 사실. 그것들 작물은 참말로 ‘봄의 전령사들’임을 알기에. 이 혹한의 겨우내 견뎠다가 일제히 자랑스레 말한다.
“농부님, 드디어 농부님께서 그토록 기다리시던 봄이 왔어요. 저희들 이삐 여기시어 저희 발치에다 비료를 듬뿍듬뿍 뿌려주세요.”
정말로, 농부인 나는 ‘바람달 2월’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서 2월말이 왔으면 참 좋겠다.
31세로 생을 마감한, 말년의 슈베르트가 적었던 가곡, ‘바위 위의 목동’의 심정으로 봄을 기다린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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