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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필로 쓰는 수필론
    문장이론/문장수련(문장이론) 2014. 10. 6. 14:12

    수필로 쓰는 수필론                     

              -아귀맞춤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훌륭한 도편부(都邊首)는 쇠못을 아니 쓴다. 오로지 재목(材木)을 서로 짜맞춤으로써만 건축을 완성하게 된다. 도편수란, 변수(邊首) , 대목(大木)의 우두머리를 뜻하며, 조선후기 건축공사를 담당하던 기술자의 호칭이다. 요즘 들어서는 도편수를 대목장(大木長)으로 일컫는다. 나는 가오리찜과 더불어 아귀찜을 무척 좋아한다. 누가 나더러 소주 접대를 하겠다면, 아귀찜을 잘 하는 음식점으로 데려가면 안성맞춤이다.

         , 위와 같이 뚱딴지 같은 소리를 던져둔 채 다른 이야기를 슬슬 해보아야겠다. 내 농막의 이웃이며 들 가운데에다 시쳇말로, 폴 날아가도록 황토집을 짓고 사는 OO. 그의 손재주는 하여간 알아주어야 한다. 그는 나보다 세 살 아래이며 대구 시내에 소재하는 어느 대학의 건축학과 출신이다. 그는 전공을 살려 손수 건축설계를 하고, 집의 뼈대 말고는 거의 다 손수 만들고 장식하였다. 특히, 그는 목재 다루는 데는 귀재다. 그는 전통가옥 짓기 방식에 따라 쇠못을 거의 쓰지 않고, 꿰맞추기 방식으로 문틀이며 창호며 천정이며 모두를 손수 마감했다. 한마디로, 혀가 내둘릴 지경이다. 그가 이따금씩 내 농막에 와서 이런저런 것들을 살펴볼 적이면 한없이 부끄럽다. 나는 그의 말 대로라면, 아름다운 산 속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않으며 ()에 맞지도 않는 날림공사로 건축을 하였음이 분명하다. 나는 손쉽게 컨테이너를 옮겨다 놓고서, 거기다가 외벽엔 돌담을 한 길 높이로 붙였다. 내벽과 천정엔 피죽을 비늘지게 못질하여 붙이고, 거기다가 복숭아 가지나 싸리 따위로 알매를 받아 논흙을 짚과 버물어 초벌로 발랐다. 그리고는 황토공장에서 파는 황토를 사다가 얇게미장함으로써 마감했을 뿐이다. 사실 황토 많은 황토업자들한테는 무척 미안한 이야긴데, 그렇게 파는 황토라는 게 진짜배기가 아니다. 색료를 넣고 접착이 잘 되라고 흰시멘트를 섞어 넣는 등 겉보기만 황토인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그 유명하다는 황토공장에서 사온 흙으로 작업을 해보았기에 그 점 제대로 안다. 그 무엇보다도 창호와 출입문이 박 아무개네 그것들에 비해 영 아니었다. 특히, 철제문은 벽과 천정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뿐더러 겨우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찬 기운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딴에는 몇 년에 걸쳐, 또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집이지만 . 도리 없이 박 아무개한테 철제문 개선에 관해 기술자문을 구했다. 그랬더니, 그는 이런 저런 재료를 사오라고 나한테 일렀다. 나는 그가 일러준 대로 목재를 사왔고, 그는 요철(凹凸)로 된 그 얇은 목재를 꿰맞추어 출입문을 감쪽같이 이웃하는 벽과 천정과 조화롭도록 개선해 주었다.

         다시 도편수 이야기로 돌아간다. 다시 말하거니와,도편수는 쇠못을 쓰지 않는다. 재목에다 끌 따위로 요철(凹凸)을 만들거나, 입 구() 모양으로 홈을 내거나, 쐐기모양으로 에우거나 하여 서로 아귀를 맞추어 나간다. 참말로, 그 작업을 아귀 맞춘다고 하였다. 아귀 맞다는 앞 뒤가 빈 틈 없이 들어맞거나 일정한 수량 따위가 들어맞는다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 잠깐! 사실 아귀는 이밖에도 두루 쓰이는 말이다. 사물의 갈라진 부분, 두루마기나 속곳의 옆을 터 놓은 구멍, 씨앗이나 줄기에 싹이 트는 곳, 입아귀나 주둥이의 옛말,입이 큰 바닷물고기 아구의 본디말 등을 두루 뜻한다. , 餓鬼라는 이자동음(異字同音)의 어휘는 불가(佛家)에서 이르는 여덟 지옥 가운데 한 군데에 사는 동물이다. 그 아귀는 몸은 집채만 한데 목구멍은 바늘구멍만치 작다고 하였다. 해서, 늘 굶주림에 시달린다고 하였다. 아귀다툼은 그런 연유로 생겨난 말이다. 그리고 아귀(아구) 세다라는 관용적 표현은, 남을 휘어잡는 힘이나 수완이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위 어떤 종류의 아귀든 그것이 뜻하는 바는 사실 비슷하다. 모두 어느 여성 탤런트의 잇몸치료제 광고 멘트처럼  꽉 잡아 주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여간, 빼어난 도편수는 아귀맞춤의 대가(大家). 이질적(異質的)인 두 재료를 아귀맞춤으로써 한 몸체가 되도록 한다. 그렇게 하여 지은 건축물은 천 년을 간다고 하였다.

         도편수의 지위는 대단하였다. 궁궐을 짓거나 사찰을 짓는 데 수장(首長)이었다. 세종대왕 당시 숭례문을 건축한 도편수한테는 정5품 벼슬을 하사했다고 한다. 도편수는 오늘날에 이르러 대목장이란 칭호를 얻게 되었고,1982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4로 지정되었다. 전흥수 옹,신응수 옹, 최기영 옹 등이 그분들이다. 나는 그분들 가운데, 최기영 대목장은 백제 능사 오층 목탑을 복원한 분으로 알고 지낸다. 그런가 하면, 우리네 대목장이 201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영광까지 얻게 된다. Daemokjang, wooden architecture이 그 칭호다.

        거듭거듭 이야기 하지만,도편수 내지 대목장의 핵심 건축기술은 짜맞추기. 재목간 서로 물고 물리는 형태로 만들어 나간다. 여기서 -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헐렁하게 또는 어설프게와 반대 개념이지 않은가. , 단단하게,치밀하게 등의 뉘앙스를 지녔다. 동시에 weave(베를 짜다), organiztion, structure 등으로도 새길 수 있는 말이다. 그러한데 도편수 내지 대목장은 목공(木工)과는 그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는 점. 똑 같이 재목을 다루되, 목공이라 하면 왠지 이 떨어지는 작품을 빚는 이 같지 않냐고? 어느새 나는 이란 어휘를 이 글에서 두 번씩이나 부려 썼다. 격이라고 하면,나는 대목장과 더불어 전통가옥의 창호가 금세 떠오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사실 전통 가옥의 창호는, 우리가 가장 쉽게,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짜맞추기 로 되어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 가로 세로 평행선을 그으면서도 들쭉날쭉 하지 않은 문살. 마치 베를 짤 때에 날실과 씨줄이 질서롭게 교직(交織)되는 것과 같은 것. 우리는 그러한 물체를 격자(格子)라 하며, 그러한 문양을 두고서는 격자무늬라고 한다. 격자야말로 베짜기와 더불어 대표적인 짜임새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한 창호에서 문살 하나가 부러져 달아나면 얼마나 보기 흉한지 모른다. 때로는 그러한 창호를 보게 되면, 부부간의 싸움을 연상하게 되고, 심지어 흉가(凶家)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위와 같이 적으면서, 나는 표면적으로는 수필창작과 관련된 아무런 이론도 제시하지 않은 듯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이야기를 이미 다 하였다. 도편수의 재목은 수필가의 소재에 해당한다. 도편수는 아무리 이질적인 재목일지라도 짜맞추어 한 몸체를 이루도록 한다. 도편수는 말 그대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을 추구하는 예술가다. 참말로,천사가 입는 날개옷은 솔기[재봉선]가 없다.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훌륭한 수필작가는 각각 독립된 소재를 한 몸체를 이루도록 짜맞추는 이다. 두 부류는 공히 천 년을 견디는 이음새이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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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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