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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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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속기'에 관해
    수필/신작 2017. 10. 2. 07:51

     

     

                        조속기(調速機; governor)’에 관해

     

                                  

     

                                                                    윤근택(수필가

      

    얼마 전 내가 적은 수필 가운데에는 현대판 두레박이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변형된 두레박인 엘리베이터를 거의 매일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느 아파트 전기·영선(營繕)주임으로 재취업해 있는 나.‘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행하는 네 시간짜리 법정교육인승강기 관리 교육을 받아야만 했던 이야기를 곁들여서.

    마침, 엊그제 전문가는 이 아파트 6개 동() 에 각각 설치된 엘리베이터들 가운데에서 문제가 다소 있다며 2(二機)의 조속기를 신품으로 교체했다. 관리소장의 용단도 놀라웠다. 겉보기에는 쇠동테 즉 풀리에 지나지 않은 듯한데, 그 가격이 대당 1백만 원을 넘는다고 하였다. 나도 배운 바는 있어, 그 조속기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안다. 전문가들은 그 조속기가 엘리베이터 내 교통경찰관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엘리베이터의 과속을 조절하는 한편 비상시에 비상정지토록 한다지 않던가. 그러니 대단히 중요한 부품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가 늘 몰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엘리베이터에 쓰이는 조속기와 유사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흔히 우리는 그 장치를 브레이크 혹은 제동장치라고 한다. 그 브레이크의 기능을 다시 생각하자니, 과학자들의 애씀이 무척 고맙기만 하다. 그 브레이크는 바퀴 안쪽에 설치되어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마치 우리네 신경이 전달되듯 동력이 전달되어 아주 부드럽게, 아주 민감하게 작동되는 게 브레이크다. 자동차 공학에서 말하기를, 그 브레이크가 단순하게 생겨먹은 게 아니다. 이른바 브레이크 슈(break -shos)’라는 게 있고, 브레이크 슈에는 라이닝(lining)이란 게 붙어 있다. 라이닝을 굳이 우리말로 풀이하면, ‘안붙임’, ‘안감붙이기’,‘안감받치기가 된다. 그 라이닝은 목적에 따라 축받이, , 브레이크 슈 등의 내측에 발라붙이는 얇은 층을 일컫는다. 라이닝은 특수재질로 만든다. 주로 석영에다 합성수지를 섞어 성형하게 되는데, 마찰계수가 크고 상용제동기 및 주차제동드럼과 마찰함으로써 차를 멈추어 서게 한다. 나의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도 이따금씩 경험하겠지만, 승용차의 뒷바퀴 쪽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자동차 정비공장으로 가게 된다. 그 소리는 바로 라이닝이 거의 다 닳아, 갈아야 함을 알려주는 경보음(警報音)임을.

    이렇듯 무한질주를 통제하는 조속기와 브레이크가 있으므로, 우리는 평소에는 위험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문화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사고도 종종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정규방송 혹은 속보에 이런 내용이 곧잘 물결 자막과 함께 나온다.

    오늘 낮 X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추락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원인은 조속기가 노후화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했습니다.’

    오늘 Y 고속도로 Z지점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있었습니다. 경찰 당국은 화물차를 뒤따르던 X승용차의 브레이크 파열로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문명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 손실(機會損失)’을 필연코 따르게 한다. 기회손실이란, 다른 방법을 채택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특정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놓치게 된 경우의 손실을 일컫는다. 우리가 누리는 문명은, 우리의 목숨을 기회손실로 곧잘 요구하곤 한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동안,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고 말았던 기억들 다들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참말로,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뿐인 목숨 안전운행만이 답이다.

    이제 내 이야기는 한 걸음 성큼 앞으로 더 나아가, 내 수필작품 창작에 관해서도 반성해 볼 게 있다. 나야말로 조속기 또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형국이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빚어내기에 하는 말이다. 어떤 애독자는 나한테 충고도 종종 하곤 한다.

    윤 작가님, 너무 양산(量産)하면 값이 떨어져요. 그러니 제발 속도조절하세요.”

    속도를 조절하여 나아가고는 싶으나, 그게 참으로 어렵다. 아직도 내가 가야할 수필의 길은 너무 아득하기에 그렇다. 무한질주는 아닐지라도, 쉼 없이 가속페달을 밟을밖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 말조차 약간 변형시키고자 한다. ‘미치지(reach) 않으면, 즉 닿지 않으면, 닿지 못하는 게 예술의 길이다.’라고. , 내가 어느 특정인을 사랑하는 일만큼은 내 가슴 속 조속기와 브레이크를 적정하게 운용하여야겠다. 예술가의 사랑은 아주 특별한 것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질리지 않게, 은근하고 지속적이여야 하므로. ‘a tempo(본디 빠르기)’로 내 사랑을 조심스레 몰고 갈 테다. 그러니 꼭히 누구라고 이름짓지는 못하나, 내 사랑 그대께서는 앞으로는 주욱 안심해도 좋겠다. 공자께서 제자 자공(子貢)의 질문에 답한 1)‘과유불급(過猶不及)’을 너무도 잘 아는 까닭이다.

    그리고 나의 승용차는 막대기 기어 변속기가 아닌, ‘자동 기어 변속기가 달렸으니... .

     

     

    1)‘과유불급(過猶不及)’:

     

    자공(子貢)이 공자께 여쭈었다.

    스승님, [, 자장(子張)]와 상[, 자하(子夏)]은 어느 쪽이 어집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럼 사가 낫단 말씀입니까?”

    공자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子貢問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논어(論語)》 〈선진(先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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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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