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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우정과 어떤 아내 사랑수필/신작 2017. 11. 15. 06:19
어떤 우정과 어떤 아내 사랑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커피 마시기를 무척 좋아한다. 솔직히, 내 큰딸애가 경영하는 ‘커피전문점’의 그 비싼 커피보다는 인스턴트커피의 맛에 더 익숙해 있다. 그녀석은 이 애비더러 ‘다방커피 취향’이라고 하지만. 종이컵에다 커피와 설탕과 커피믹스가 적절히 혼합된 ‘레디메이드’ 분말을 털어넣고 커피포트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휘휘 저어 마시게 되는 커피 맛. 대개의 월급쟁이들은 다들 나와 같은 종류의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오늘도 이른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평소대로 그렇게 모닝커피를 마시게 되었는데, 혼잣말을 하게 될 줄이야!
‘거, 참 잘 고안해냈어. 일회용 종이컵 말이야!’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또 오늘 끼니거리(?) 즉, 글감이 아쉬운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종이컵 탄생의 숨은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읽게 되었는데... .
1. 친구 사랑, 일회용 종이컵
때는 1907년, 하버드대학교의 어느 강의실. 젊은 청년 하나가 책상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수업은 이미 끝난 지 오래였고, 캠퍼스에는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휴그 무어(Hugh Moore)’였다.
‘ 자판기에 유리컵을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을까?’
무어는 자판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친구를 도울 방도를 그렇게 궁리한 것이다. 그 즈음 보스턴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로렌스 루엘린(Lawrence Luellen)이 ‘생수 자판기’를 발명했다. 이 기계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도 걱정 없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공중보건에 민감했던 분위기에 힘입어 생수 자판기에 대한 반응은 꽤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컵이 도자기나 유리로 만들어져 깨지기 쉬웠고, 곧 생수 자판기의 인기도 줄어들었다. 한 마디로, 친구가 쫄딱 망할 지경이었다.
친구에 대한 우정은, 무어한테 깨지기 쉬운 유리컵 대신으로 종이컵이 좋겠다는 영감을 주게 되었다. 그러나 종이는 물에 이내 젖어 망가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가게 저 가게를 샅샅이 뒤져 온갖 종이로 컵을 만들어 보았으나, 실패의 연속. 그러다가 무어는, 왁스나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물에 잘 젖지 않는, 이른바 ‘태블릿 종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무어는 그길로 이 태블릿종이로 컵을 만들어 특허출원하게 이르렀다. 종이컵이 발명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무어에게 20만 달러(2억 2000여 만원)을 지원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났다. 무어는 그의 도움으로 종이컵 회사를 세워 떼돈을 벌었다. 행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민간 보건 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사무엘 크럼빈’ 박사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 인간을 바이러스로부터 구하는 길은 오로지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길뿐이다.’
무어의 종이컵 인기는 나날로 치솟았고, 오늘날 이 대한민국의 나도 자주자주 사용하고 있다.
종이컵은, 친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만들어낸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 포개진다.
‘궁하면 통한다.’
2. 아내의 사랑, 일회용 밴드
‘존슨앤드존슨’ 사의 구매과에서 탈지면의 구매를 담당하고 있던 ‘얼 딕슨(Earl Dickson)’. 그는 1920년 미국 뉴저지 주 뉴브런즈윅에서 아내 조세핀과 함께 달콤한 신혼 생활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아내 조세핀에게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부엌일이 서툰 데다 매사에 덜렁대는 성격 탓에 칼에 베이거나 화상을 입는 일이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의사의 아들이었던 얼 딕슨은 아내를 정성스레 치료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없을 때 아내는 상처를 입었고, 집에 돌아와서야 아내를 치료해주어야만 했다. 바로 그때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자신이 곁에 없더라도 아내 혼자서도 쉽게 치료를 할 수 있는 반창고를 미리 만들어 놓자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의료용 테이프의 가운데에 거즈를 붙인 것을 미리 여러 장 만들어서 아내에게 사용하게끔 했다.
그가 다니는 ‘존슨앤드존슨’ 사에서 최초로 출시된 ‘밴드에이드’가 그것이다. 1921년, 상표명을 제안한 사람은 공장의 분쇄설비 감독인 존슨 캐넌이었는데, 테이프 조각이라는 의미를 가진 ‘band’와 ‘first-aid(응급처치)’ ‘-aid’의 합성어.
아내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그처럼 일회용 밴드를 고안하도록 도와주었고, 인류에게 공헌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위 두 이야기는 인터넷에 유포된 이야기의 재편집에 불과하다. 즉, 수필작가인 나의 이야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는, 수필작가인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한테도 특별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얼굴과 이름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나한테는 숨은 애독자가 많다는 거. 나도 그 숨은 애독자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인하여 뭔가 고안해내는 게 있다는 점. 그게 바로 신작수필들이다. 눈 뜨면,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적어 애독자들을 기쁘게 해주지?’ 고민한다는 거 아닌가. 해서, 오늘 새벽에는 일회용 종이컵으로 커피를 타 마시다가, 우연찮게 위 두 사례에 대한 글감을 얻게 되었다.
요컨대, 수필작가도 그들 양인(兩人)처럼 늘 깨어있지 않으면, 애독자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 없으면, 아무짝에도 못쓴다는 거. 그리고 다들 활기찬 하루 열어가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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