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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야신스
    수필/신작 2017. 11. 22. 23:12

     

                                                     히야신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백합과에 속하는 알뿌리 화초인 히야신스를 몇 촉 샀다. 이것들을 물 담긴 유리컵에 심어 이른바 수경재배(水耕栽培)를 하게 되면, 초여름에 소담스런 꽃을 피울 것이다. 모든 꽃들은 예외 없이 꽃말과 전설을 지녔는데, 이 히야신스한테는 또 어떤 꽃말과 전설이 있나 살펴보았다.

    옛 그리스인들은 신화(神話)를 잘도 만들어내었고, 그 신화들은 사랑과 질투와 싸움과 파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신화는 읽을수록 흥미롭기도 하고. 이 히야신스에 얽힌 신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

     

    <일리아스> 이야기는 헥토르가 죽는 대목에서 끝나지만, 헥토르가 죽은 뒤에도 트로이는 바로 함락되지 않았다. 새로운 동맹자들의 군사 원조를 받으며 항쟁을 더 계속했다. 그 동맹국 왕의 한 사람이 에티오피아 왕 멤논이었다. 또 한 사람의 동맹국 왕은 아마존 족 여왕 펜테실레이아였다. 특히,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는 펜테실레이아를 열렬히 환영했다.

    펜테실레이아는 여자로만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왔다. 아마존 여군의 감투 정신과 그들이 지르는 함성의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이 펜테실레이아는 그리스 군 장수를 여럿 죽였다. 여왕 자신은 아킬레우스 손에 죽었다. 아킬레우스는 자기 손으로 사로잡은 적장 펜테실레이아를 내려다보며, 그 아름다움과 젊음과 용기에 감동하고는 자기 승리를 뼈아프게 한탄했다.

    한편, 아킬레우스는 우연히 적국인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 공주인폴뤽세나를 본 적이 있다. 아마 헥토르의 장례를 위한 휴전 기간 중이었을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폴뤽세나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만약 폴뤽세나를 아내로 삼게 해주면, 자기 조국인 그리스 군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트로이에 평화가 오게 해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아폴론의 신전에서 혼담을 벌이다 파리스가 쏜 독화살에 맞았다. 그 화살은 아폴론의 인도를 받아,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꿰뚫었다. 뒤꿈치는 아킬레우스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본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낳자마자 아기의 몸을 저승을 흐르는 스튁스강물에다 담그어 불사신(不死身)으로 만들었는데, 이때 그의 어머니는 아킬레우스의 발목을 잡아 거꾸로 담그는 바람에 이 뒤꿈치만은 스튁스 강물이 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배신당하여 처참하게 죽은 아킬레우스의 시체는 아킬레우스의 사촌동생 아이아스오뒤쎄우스가 수습해 왔다. 아킬레우스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의 갑옷을 그리스 장수에게 주되, 살아남은 용사 중 그 갑옷이 가장 어울릴 만한 장수에게 주기로 했다. 유자격자로 아이아스와 오뒤쎄우스 두 사람의 이름이 올랐다. 결국 이 갑옷은 오뒤쎄우스의 차지가 되었다. 그의 영지(英知)가 무장의 용맹 이상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었다.

    아이아스는 이 때문에 절망하여 자살했다. 그의 피가 대지에 스며들자, 거기에서 한 송이 꽃이 피었다. 그 꽃이히아신스라고 부르는 꽃이었는데, 그 꽃잎에는 아이아스(Aias)’라는 자기 이름의 첫 번째 글자와 두 번째 글자인 ‘AI’가 무늬져 있었다. ‘AI’는 그리스어로 , 슬프다.’는 뜻이다.

    빨간 히야신스의 꽃말은, ‘좋지 않은 기억과 슬픈 기억들을 고이 간직함이고, 핑크 히야신스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며... .

    한편, 위에서 소개한 대로라면,‘히야신스는 그리스 장수 아이아스의 넋인데, 그리스 장수아이아스는 또 다른 꽃이름과도 관련이 있다. 바로 아이아스의 참제비고깔(Ajaxs Larkspur)’이 그것이다.‘참제비고깔(Larkspur)의 일종인 꽃으로, ‘델피니움 아이아키스(Delphinium Ajacis)’라고도 부르는 꽃.

    히야신스꽃에 관한 또 다른 신화도 있다.

    태양신 아폴론은 히아킨토스라는 미소년(美少年)을 너무도 사랑하였다. 운동을 갈 때도, 고기를 잡으러 갈 때도, 사냥을 할 때도, 소풍을 갈 때도 항상 함께 했다. 어느 날 원반던지기를 하러 가서 아폴론이 원반을 던졌다. 소년은 그 원반을 받으러 달려갔다. 그러나 원반은 소년의 이마를 때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 송이 꽃처럼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 히아킨토스, 너는 나로 인하여 청춘을 빼앗기고 죽어갔구나. 내가 얻은 것은 고통이요, 죄악이다. 너 대신 내가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내 너를 추억과 노래 안에서 나와 함께 살게 하리. 내 수금으로 하여 너를 칭송케 하고, 내 노래로 하여 네 운명을 읊게 하리. 그리고 너로 하여금 내 탄식을 아로새긴 꽃이 되게 하리.”

    아폴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히아킨토스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어느새 튀로스(-) 물감으로 칠한 듯한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이 꽃을 우리는히아킨토스라고 부른다. 그 모양이 백합과 흡사하나 색깔은 튀로스 보라색 옷감보다 더 고운 꽃. 아폴론 신은 이 소년을 꽃으로 환생하게 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서러움을 그 꽃잎에 아로새겼다.

    ‘Ai! Ai!(슬프구나! 슬프구나!)’

     

    일전 내가 어느 꽃가게에서 산 알뿌리 화초 히야신스. 유리컵에 발뿌리를 서로 엉키게 내려 겨우내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그리고는 계절에 맞춰 소담스레 꽃을 피우리라. 나는 이 히야신스를 키우는 동안, 천하의 이야기꾼들이었던 호메로스를 비롯한 옛 그리스인들의 놀라운 신화를 거듭거듭 음미해볼 요량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수필작가인 나도 창가 히야신스를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거듭거듭 만들어 보리라.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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