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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高麗)에는 고려장(高麗葬)’이 없었다는데
    수필/신작 2017. 12. 1. 00:47

     

     

               고려(高麗)에는 고려장(高麗葬)’이 없었다는데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1. 고려에는 고려장이 없었다

     

    실마리를 잡거나 원류(源流)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오늘은 칠순(七旬)의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분들 스스로가, 예전 같았으면, ‘고려장(高麗葬)’에나 묻힐 상노인이라고 자조적(自嘲的)으로 말하였다.

    지금은 다시 한밤, 내 농막 컴퓨터 앞. 인터넷을 통해 고려장에 관한 진실을 열심히 파고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없던 제도였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부처님의 전생담(前生談)을 담은 경전인 <<잡보장경(雜寶藏經)>> 1권 제4. <기로국(棄老國)의 인연>에 기원을 둔, 꾸며진 교훈적 설화(說話)더라는 거. 기로국고려로 와전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편, 두보(杜甫, 당나라, 712~770)의 시구(詩句) 가운데 人生七十古來稀가 있어, 고희래고려로 발음상 둔갑되었다는 설도 있다.

    지금부터는 순서 없이 고려장설화와 관련된 사항을 더듬어보기로 한다.

     

    2. 두보의 곡강이수(曲江二首)중 두 번째 시

     

    朝回日日典春衣

    每日江頭盡醉歸

    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

    穿花蛺蝶深深見

    點水蜻蜓款款飛

    傳語風光共流轉

    暫時相賞莫相違

    (조회가 끝나면 날마다 봄옷을 잡혀

    매일같이 강가에서 만취해 돌아오네

    술빚이야 가는 곳마다 늘 있는 것이지만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물었다네

    꽃 사이로 나비 분분히 날아들고

    잠자리는 물 위를 여유롭게 나는구나

    듣자니 좋은 경치는 함께 다녀야 한다고

    잠시라도 서로 즐겨 어긋남이 없자꾸나)

     

    우리가 70세를 일컫는 古稀는 바로 위 시구 人生七十古來稀에서 나왔다. 고희는 稀壽라고도 한다.

    3. <<잡보장경(雜寶藏經)>> 1권 제4. <기로국(棄老國, 현 내몽고)의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계실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노인을 공경하면 큰 이익이 있느니라. 일찍 듣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며, 지혜로운 사람의 공경을 받는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항상 부모와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찬탄하십니다.”

    오늘만이 아니다. 나는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부모와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였다.”

    과거에 공경한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먼 옛날에 기로국(棄老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는 집에 노인이 있으면 멀리 쫓아 버리는 법이 있었다. 그 때 어떤 대신이 있었는데 그 아버지가 늙었으므로 국법에 따라 멀리 쫓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효도하는 마음으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여, 땅을 깊이 파고 비밀한 방을 만들어 아버지를 그 안에 모시고 때를 따라 효도로 섬겼다. 그 때 어떤 천신(天神)은 뱀 두 마리를 가지고 와서 왕의 궁전 위에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이들의 암·수를 분별하면 너의 나라가 편안하겠지만, 그것을 분별하지 못하면 네 몸과 너의 나라는 이레 뒤에 모두 멸망할 것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이 되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이 일을 의논하였지만, 모두 분별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곧 온 나라에 만일 누구나 이것을 분별하면 벼슬과 상을 후하게 주리라고 영을 내렸다.

    대신이 집에 돌아가 그 아버지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분별하기 쉽다. 부드러운 물건 위에 그것들을 놓아두면, 거기서 부스대는 놈은 수컷이요, 꼼짝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것은 암컷이니라.’

    그 말대로 하였더니, 과연 그 암·수를 알 수 있었다.

    (중략)

    천신은 다시 물었다.

    이 큰 코끼리는 몇 근이나 되는가?”

    왕은 신하들과 의논하였으나 아는 이가 없었고, 또 온 나라에 두루 알렸으나 아무도 몰랐다.

    대신은 그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말하였다.

    코끼리를 배에 싣고 큰 못에 띄워, 배가 물에 잠기는 쯤에 표시를 하고는, 다시 그 배에 돌을 헤아려 싣고 물에 띄워, 물에 잠기는 것이 앞의 표시와 같을 때에 그것이 코끼리의 무게니라.”

    그는 그 지혜로써 대답하였다.

    (중략)

    천신은 또 네모 반듯한 진단목(眞檀木)을 가지고 물었다.

    어느 쪽이 머리인가?”

    신하들의 지혜로는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가서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알기 쉽다. 물에 던져 보면 뿌리쪽은 잠길 것이요, 꼬리쪽은 뜰 것이다.”

    그는 곧 그 말로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또 형색이 꼭 같은 두 마리 흰 말[]을를 가지고 물었다.

    어느 것이 어미이며, 어느 것이 새끼인가?”

    왕과 신하로서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가서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풀을 주어 먹여 보아라. 만일 그것이 어미라면 반드시 풀을 밀어 새끼에게 줄 것이다.”

    이와 같이 묻는 것을 모두 다 대답하였다. 천신은 매우 기뻐하여 그 왕에게 진기한 재보들을 많이 주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의 나라를 옹호하여 외적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리라.”

    왕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그 대신에게 물었다.

    그것을 그대 스스로 알았는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그대의 지혜를 힘입어 우리 나라가 편안하게 되었고 많은 보물을 얻었으며, 또 천신이 보호한다 하였다. 이것은 모두 그대 힘이다.”

    대신은 대답하였다.

    ()의 지혜가 아닙니다. 원컨대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시면 감히 그 내력을 아뢰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설령 지금 네게 만 번 죽을 죄가 있다 해도 묻지 않겠거늘, 하물며 조그만 허물이겠는가.”

    대신은 아뢰었다.

    나라에서 제정한 법률에는 노인을 모시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하온대 신에게는 늙은 아비가 있는데,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왕법을 무릅쓰고 땅 속에 은신해 두었던 것입니다. 신이 와서 대답한 것은 모두 아버지 지혜요, 신의 힘이 아닙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온 나라에 명령하여 노인을 버리지 말게 하옵소서.”

    왕은 탄복하여 크게 칭찬하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그 대신의 아버지를 봉양하고 받들어 스승으로 삼았다.

    내 나라와 모든 백성을 구제하였지마는, 그런 이익은 내가 아는 바 아니다.”

    하고, 곧 영을 내려 천하에 두루 알려, 노인 버리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를 우러러 효도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거나 스승에게 공경하지 않으면 큰 죄를 내리리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아버지는 바로 이 나요, 그 대신은 저 사리불이며, 그 왕은 저 아사세왕(阿闍世王)이요, 그 때의 천신은 바로 저 아난이었느니라.”

     

    (출처: http://cafe.daum.net/wtraf )

     

    4. 우리가 자주 들은 고려장 설화

     

    . '원각 이야기'

     

    이 이야기는 세종때 윤리 교육을 위해 간행된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도 수록되어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노쇠하자,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향했다. 그의 아들 원각이는 뒤따르며 눈물로 애원을 했다.

    아버지,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원각이 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지게에 실린 원각이 할아버지는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나뭇가지를 거듭거듭 꺾어 산길에 버렸다.

    원각이가 그 이유를 여쭈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나야 어차피 버려진 몸이지만, 너희 부자가 내려가다가 길을 잃을까봐서... .”

    드디어 깊은 산 속에 당도하였다. 원각이 아버지는 자기 아버지와 지게를 버려두고, 아들 원각이의 팔을 끌며 더 어둡기 전에 내려가자고 종용했다. 그러자 원각이는 지게를 주워서 도로 졌다.

    얘야, 그 헌 지게 지고 가서 뭣에 쓸 건데?”

    원각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늙기 마련입니다. 머잖아 나도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로 져다가 버릴 겁니다.”

    원각이 아버지는 낯이 흙빛으로 변하였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아들 원각이와 함께 도로 집으로 내려왔다.

     

    . 박 정승 이야기

     

     

    박 정승은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가 눈물로 절을 올리자, 노모가 나즉히 일러주었다.

    네가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산길에표시를 해두었다.”

    박 정승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생각하는 노모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 . 몰래 국법을 어기고 노모를 모셔와 봉양을 한다.

    그 무렵 당나라 사신(使臣)이 조정에 들어,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를 끌고 와 어느 쪽이 어미이고 어느 쪽이 새끼인지를 알아내라는 문제를 낸다. 못 맞히면 조공을 올려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로 고민하는 박 정승에게 노모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주렴. 먼저 먹는 놈이 새끼란다. 에미는 여물을 입으로 밀쳐 망아지한테 줄 거야.”

    이밖에도 위 ‘3. <<잡보장경(雜寶藏經)>> 1권 제4. <기로국(棄老國)의 인연>’에서 소개한 문제들이 다 제시되었다.

    깎아놓은 나무의 위·아래 구별하기’, ‘코끼리의 무게 달기’, ‘재로써 새끼고기’, ‘뱀의 암수구분. 그때마다 박 정승의 모친은 해답을 제시했다는 거 아닌가. ‘재로써 새끼꼬기는 새끼를 꼰 후 태워서 재를 만들면 새끼형태로 남는다는 답, 뱀의 수놈은 보스락대고 암컷은 온순하다는 답.

    임금이 상을 주려 하자, 효자는 국법을 어기고 몰래 모시고 있던 부모가 답을 알려주었음을 고백하며 고려장을 폐지하자고 하여 그 뒤 고려장이 없어졌다는 설화.

     

    5. 고려에는 고려장이 없었다

     

    기로(棄老)’고려로 와전되어 기로장(棄老葬)’이 고려장으로 되었단다. , 두보의 시구 人生七十古來稀가운데 古來稀가 와전되었다는 설도 있다. 고려시대는 불효죄가 엄격하여 징역 2년에 처한다고 되어 있었다니, 한반도에 고려장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덧붙여, 이 글을 쓰는 동안, 아니 정리 편집하는 동안,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 ‘늙은 노새 힘은 없어도 가는 길은 훤하다.’등의 말. 그런가 하면, 그리스 격언 가운데에도 유사한 게 있다.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려라.’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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