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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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몰아치던 밤수필/신작 2024. 5. 17. 04:00
비바람 몰아치던 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봄날 심야. 창밖에 비바람 몰아치는 아파트 정문경비실에서 신비스런 체험을 하였다. 예비의자에는 입주민인 어느 여인이 앉아, 내가 타서 건네준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영가(靈駕)를 달래주기 위해 살풀이를 비롯한 의식(儀式) 춤사위를 펼치곤 한다고 자기 직업을 알려주었다. 누구로부터 배워서 이뤄지는 게 아님도 나는 알고 지낸다. 마치 대한민국 최다작 수필작가인 내가, 남의 책 한 권도 제대로 끝까지 아니 읽고서도 40여 년 창작해오듯이. 그녀는 나와 내 가족이 겪어왔던 과거사와 미래를 면경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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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學友)한테 바침수필/신작 2024. 5. 12. 21:46
학우(學友)한테 바침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오늘 저녁, 나는 당신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았소. 사실 평소 나의 휴대전화기 벨은 거의 울리지 않는데... . 반술(半술) 상태의 그대 목소리. 너무도 반가웠다오. 그대와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또 뜨거운 눈물 흘리고 말았다오. 당신은, 나한테 당신은‘데비 분 ’의 데뷔곡이자 성공작인 ‘ You light up my life’ 의 사람이오. 2021. 4.9. 나의 개인 블로그인 ‘이슬아지’에 올려 둔 ‘ 다 지나간 이야기’ 의 한 부분을 다시 베껴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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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녁[的]을 잃어버렸다수필/신작 2024. 4. 3. 03:36
나는 과녁[的]을 잃어버렸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2022. 5.28. 내 개인 블로그 ‘이슬아지’에 올린 ‘나의 유니콘을 잃어버렸어요’란 수필작품 도입부는 이렇게 되어있다. < 나는 밤 내내 쿠바의 가수,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의 ‘우니꼬르니오(유니콘)’를 ‘거듭듣기’ 하고 있다. 우니꼬르니오 실비오 로드리게스 노래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풀 뜯고 있다가 사라져 버렸어요 누가 알려주면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꽃들은 보았을 텐데 통 입을 열려고 하지 않네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모르겠어요 내가 싫어 떠났는지, 아니면 길 을 잃었는지 난 그 푸른 유니콘 하나밖에 없어요 누군가가 보았다면 제발 알려주세요 내가 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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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게나수필/신작 2024. 2. 16. 22:48
자네는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게나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어느 아파트 경비원인 나. 사실 나는 경비원 제복만도 벌써 17차례 갈아입고, 10여 년차 대구·경산 여러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낸다. 새벽, 정문 경비초소에서 임무교대를 하고 있었다. 시간적으로는 짧으나마, 내 나이 예순 일곱보다 여섯이 많은 ‘경비반장’께, ‘평지풍파’가 된 최근 직장 분위기를 안타까이 여기며, ‘촌평(寸評)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 성님의 말씀. “그렇더라도, 자네는 ‘부화뇌동’해서는 아니 되네. 그냥 그런가보다 여기시게나.” 연세 73세 되는 성님께서,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도 10년 넘게 근무하시는 분께서, 그처럼 고급스런(?) ‘부화뇌동’ 운위(云謂)에, 나는 곧바로 휴대전화기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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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론(Bebe 論) (3)수필/신작 2024. 2. 8. 18:43
듣고 있나요, 제 목소리를요? 듣고 있나요, 제 진정된 목소리를요? 듣고 있나요, 제 목숨떼건 사랑의 목소리를요? 저는요, 죽는 그날까지 '진정한 예술'을 위해서만 헌신할밖에요. 베베론(Bebe 論) (3)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우리네 속된 말에는 ‘기왕에 벌인 춤판, 끝까지 가보자.’란 말이 있다. 한편, 내 젊은 날 ‘먹을 내기 고스톱화투’도 엄청 즐겼는데, 그 고스톱판에서 우리가 늘 쓰던 말도 있다. “ ‘쌍피’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도 얼른 내려서 따먹어야 하는 기라(하는 거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펼치고자 이렇게 뜸을 들이냐고? 40년가량 수필작가로 행세해온 나. 내 더듬이에 그 무엇인가 닿기만 하면, 결코 나는 그 사물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물어뜯는다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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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론(Bebe 論) (2)수필/신작 2024. 2. 6. 19:21
베베론(Bebe 論) (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직전 적은 ‘베베론(Bebe 論) (1)’에 이어 글을 이어간다. 수년간 우여곡절 끝에 나는, ‘베베’를 결국 반려묘(伴侶猫)로 받아들일밖에. 내 농막에서 이 글을 적고자, 키보드를 토닥이는 동안에도 수시로 녀석은 자기랑 놀아줄 것을 요구한다. 키보드를 네 발로 디디고 오자(誤字)를 찍곤 한다. 하기야 일찍이 연상의 여인인 ‘조르주상드’와 동거하였던 쇼팽은, 이러한 상황에서, 피아노 건반을 디디고 가는 고양이의 행태에서(?) 영감을 얻어, 도 적었다고는 하지만... . 이에, 나는 일본산 ‘튜브 간식’을 녀석한테 짜주며 달랜다. “알았어. 베베야, 이 할애비는 글을 적어야 해. 키보드 틈새마다 네가 흘린 털은 진공청소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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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론(Bebe 論) (1)수필/신작 2024. 2. 6. 12:34
베베론(Bebe 論) (1)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내 농장, ‘만돌이농원’에서 큰딸한테 휴대전화를 걸었다. 기특하게끔, 녀석은 이내 전화를 받아주었다. “Why?” 내 용건은(?) 아주 간단명료하였다. “현지 씨, 제발 이 애비 농장 방문하시어,‘베베’교육을 제대로 시키시라. 도통 잠을 못 자겠다, 밤마다 안아달라고 보채서. ” 사실 녀석이 다섯 살배기였을 때에, 자기 또래 ‘동일’ 엄마한테 하던 그 맹랑한(?) 말버릇을 흉내 낸 말이었다. “동일이 엄마, 동일이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겠어요. 아직 코도 ‘질질’ 흘리고... .” 내 젊은 날, 아내와 두 어린 딸을 데리고, 직장 관계상 울릉도에 가서 딱 2년 지냈고,‘성인봉’ 초입 산기슭에서 동일이네와 이웃하며 사이좋게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