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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6)수필/음악 이야기 2022. 9. 20. 05:41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6)
- ‘달에게 바치는 노래’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오, 벨벳 빛 하늘의 달님이시여!/ 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 온 세상을 거닐며,/인간들의 집 안도 내려다보십니다./ 오, 달님이시여, /잠시만 제 곁에 머물러,/ 제 사랑이 어디 계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은빛 달님이시여, 한 순간만이라도 그가 나를 꿈꾸시리라는 희망만으로/ 나의 두 팔은 그를 포옹한다고,/ 그분을 비추어 주세요,/ 이 세상 어디에 계시든./ 그리고 전해주세요, / 여기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고!/인간의 영혼이 저를 꿈꾼다면,/ 어쩌면 깨어서도 저를 기억할 수 있겠지요. / 오, 달님이시여, 부디 떠나가지 말아요! (달이 구름 뒤로 사라진다.)//’
위 노래는 드보르작의 오페라 9편 가운데에서 하나인 <<루살카(Rusalka)>>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말년의 드보르작은 숲속 어느 연못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 체코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을 떠올린다. 동화다. 바로‘루살카’. 물의 요정인데, 인간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마녀의 도움으로 인간이 되려고 하지만, 인간이 되는 순간 벙어리가 되는 조건. ‘루살카’는 마녀의 제의에“O.K!”하고 만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된 ‘루살카’. 그녀는 왕자를 보게 되었고, 짝사랑에 빠진다. 해서, 위와 같은 노래를 부르게 된다. ‘루살카’의 ‘들이댐은(?)’은 통했다. 드디어 왕자로부터 사랑을 획득한다. 하지만, 벙어리가 되어버린 ‘루살카’. 그러한 색시를 두고, 왕자는 ‘조잘조잘’ 말 잘 하는 여타 여성들과 사랑에 빠질밖에. 이미 마귀는 사전약조로(?), ‘루살카’한테, 목소리를 얻으려면, 왕자를 칼로 찔러 죽여야 한다고 일러준 바 있다. 루살카는 사랑하는 이한테 차마 그리는 못한다. 루살카는 마녀가 일러준 말을 다시 상기한다.
“사랑을 차지 못하면 저주 받을 것이고, 네가 사랑하는 이가 죽을 것이다. 네가 인간으로 계속 살려면, 이 칼로 그를 죽여야 한다.”
인간이 된 그녀는, 왕자와 입맞춤 후 다시 물의 정령인, ‘루살카’로 돌아가게 된다.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안 왕자. 그는 크게 후회하며 ‘루살카’가 뛰어든 물 속으로 뒤따라 뛰어들어 죽는다.
미국 어느 학교 음악장으로 초빙되어, 2년여 체류하였던 드보르작. 그는 그곳에서 여름휴가 때에 <<교향곡 제 9번(신세계로부터)>>를 적었다. 기차 여행을 즐겨했던 그는 기차 바퀴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유모레스크>>도 적었다. 또한, 그는 흑인 영가 등과 향수를 버물어 <<현악 4중주곡 아메리칸>>도 적었다. 그의 대표작들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이 농부 수필가는 위 작품들 가운데에서 <<현악 4중주곡 아메리칸>>을, 그 가운데에서도 제 2악장을 너무도 좋아한다. 그의 고국 체코(보헤미아)에 대한 향수가 묻어나오는 곡. ‘라라라라라 라라라라’ 허밍하면, 두 볼에 절로 눈물 흘러내리는 그 곡. 그러한데 그가 오페라도 살아생전 9곡이나 작곡하였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한다. 그 오페라들 가운데에서도 <<루살카>>가 있었다는 사실. 그 가운데에서도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란 아리아의 그 감미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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