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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다스의 손입니다.
제 손에 닿기만 하면 글이 되어버립니다.
저는 이와 같은 '콜라주(collage) 형태의 수필'도 곧잘 적어왔습니다.
거푸집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결코, 그들은 한 곳에 붙박이로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해서, 바람 같은 존재들이다. 또, 새로운 곳, 미지(未知)의 건설현장으로 설레는 맘으로 떠나곤 한다. 종교만치나 거룩한 그들 생업을 위해. 최근 내 ‘만돌이농장’아래밭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다리’건설현장 소장과 목수들 이야기다. 그들은 새로운 건설현장으로 곧 떠날 것이다. 그들은 건설역군들. 떠나게 될 이들이 그들만이 아니다. 그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건축자재들도 화물차에 실려 따라가리라. 그것들 건축자재들 가운데에는 ‘거푸집’으로 쓰였던‘유러폼(Euroform)’도 있다. Euroform이란, 거푸집으로 쓰이는 합판을, ‘유럽에서 규격화’하였다고 붙인 이름이다.
내 이야기 이제 ‘거푸집’으로 옮아간다.
거푸집이란, 청동기나 철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주물틀을 일컫는다. 일명 ‘용범(鎔范)’이라고도 한다. 주물을 부어 만들려는 물건을 주조하는 틀로서 석제품(石製品)과 토제품(土製品)이 있다. 또한, 거푸집은 건축현장에서 밥 먹듯이 쓰는 말이기도 하다.
‘위키백과’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내가 다소 그 문장을 윤색하였다.
< 거푸집(formwork)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일정한 형태나 크기로 만들기 위하여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원하는 강도에 도달할 때까지 양생[養生;굳히기;가타마리(かたまり,固まり, 塊)] 및 지지하는 가설 구조물이다. 형틀이라고도 한다. 콘크리트, 철근과 더불어 토목, 건축 공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가설재를 지탱하는 동바리까지 같이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위키백과’는 거푸집에 관해, 여러 상식을 아래와 같이 나한테 더 전해준다.
첫째, 거푸집은 철근 콘크리트 공사 중 공사기간을 결정짓는 주공정으로, 보통 구조체 공사비의 30 ~ 40%, 전체 공사비의 10%를 차지한다.
둘째, 거푸집은 보통 굳지 않은 콘크리트에 접하는 막음널과 이것을 지지하는 버팀보, 띳장띠장, 긴결재(form tie) 등으로 되어있다.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철선이나 볼트(나비나사), 폼타이 등을 쓰기도 한다. 막음널에는 미리 박리제를 발라두어 굳은 후 떼어내기 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동바리와 함께 콘크리트 하중을 지탱하게 되며,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압력이나 진동기, 타설시 충격 등으로 거푸집이 변형되어 콘크리트가 균열하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거푸집 긴결 철물 부족, 동바리 불량에 따른 부등침하, 콘크리트 측압에 따른 거푸집 변형 등에 의해 큰 변형을 일으키면 콘크리트의 소성변형 능력 보다 외력에 의한 변형이 크게 되어 균열을 일으킨다.
내가 위 ‘둘째’의 문장을 비교적 길게 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실 어제 새벽, 현장소장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윤 선생님, 얼른 도와 주세요. 큰일났어요.”
그저께 내 ‘만돌이농장’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다리에 레미콘을, 9대 레미콘 트럭분을 부었다. 걱정이 되어, 현장소장은 와 보았던 모양. 상판(上板), 즉 ‘슬래브’에 마치 얼굴의 잔주름처럼 자잘한 금들이 생겨나, 나중에 ‘준공검사 불합격 판정’받을 수도 있다면서 한걱정을 하고 있었다. 해서, 둘은 아침밥도 거른 채 오전 내내 보강조치를 이렇게 저렇게 한 바 있다. 그는 금을 망치로 조곤조곤 다져나갔고, 나는 벽지 바를 적에 썼던 붓으로 남의 비법으로 미장(美匠)을 해나갔다. 그러자 감쪽같이 슬래브 전체가 한 몸체처럼 되었다. 오히려 그가 나의 기술력에(?) 탄복을 하였다. 이 또한 삶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 사실 아내도 나한테서 배워, 방 빗자루 대신 벽지 바르는 넓은 붓으로 방청소를 하곤 한다.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 여러분들께서도 이 글 읽으신 다음부터는 빗자루 대신 붓을 써보시길.
셋째, 거푸집 요구조건이다. 콘크리트 제품 제작 때에는 향후 콘크리트 다질 때, 거푸집에 심한 진동을 주거나 높은 압력을 가하거나, 증기 양생 때문에 열 응력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고, 여러 번 반복 사용하므로 거푸집은 견고하여야 하며 조립과 떼어내기가 용이해야 한다.
넷째, 거푸집의 종류다. 목재 거푸집·유로 폼·대형 패널·테이블 폼· 철제거푸집·터널 폼·갱 폼(gang form) 등이 있다. 나는 이들 가운데서서 ‘갱 폼(gang form)’ 하나만이라도 이참에 익혀두려 한다. 갱 폼(gang form)은, 거푸집을 단순화, 대형화하여 조립 분해가 크게 필요 없도록 만든 시스템화 거푸집을 말하며, 주로 아파트 외벽에 많이 쓰인다. 작업용 발판용 케이지를 일체로 제작하여 사용하는 대형 거푸집이다.
끝으로, 거푸집 설치에 따라는 부속어들(?). 먹매김, 멍에, 동바리, 버팀보, 띳장 등.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위 내용들을 그냥 한 번 훑어보셨기를. 대신,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느낀 점 하나만 전하고 글 맺으려 한다. 우리네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제 몫들을 행하는 이들로 하여 삶이 윤택해진다는 것을.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쓰고, 작업복을 입고, 안전화를 신은 이들의 노고가 있어, 아파트 등이 지어졌고, 그 덕분에 다들 안온(安穩)한 아파트 생활 등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거푸집도 그들 건설노동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 자리에 붙박이로 눌러 지내지 못하고, 이 곳 저 곳 저들 주인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며칠 지나지 않아 ‘뚝딱’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마는 신통함이여!
‘맞아, 그건 분명 작품이야!’
위 ‘끝으로’에 주욱 소개하였지만, ‘거푸집 짓기’에 따르는 아주 작은 부품들의 공로도 결코 지나칠 수는 없다. 미미(微微)한 것들의 존재 가치여!
세상 이치가 다 그러할지니.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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