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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주에 관해
    수필/신작 2014. 6. 12. 21:46

     

                       변주(變奏)에 관해  

                                - 작은 수필론-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F.M.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다가 보면, 진행자가 당해 음악을 변주 또는 변주곡이라고 소개하는 예가 많다. 브람스의 파가니니에 의한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제 18, 조지 윈스턴의 파헬벨 캐논 변주곡 . 사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진 파가니니의 곡은 많은 작곡가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변주곡으로 만들었다. 또 파헬벨의 캐논과 지그 가운데 캐논 부분도 수 많은 변주곡이 생겨났다. 변주란, 음악의 주제나 동기나 음형(音型)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형하여 연주하는 기법이다. 그렇게 연주하기 위해 적은 곡을 변주곡이라고 한다. 변주곡 형식은, 푸가(fuga)와 더불어 바로크 시대에 아주 인기 있었던 기악형식으로, 베이스의 선율이나 화음을 기초로 해서 변주시키는 게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적으로 푸가는, 연주되는 악기가 차례로 더해지면서 이루어지는 형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처음엔 바이올린으로 시작되고, 다시 첼로가 뒤따르고, 다시 플루트가 뒤따르는 등의 형식이다.

    수필작가인 나는 음악의 한 장르인 변주곡 형식에 새삼 흥미를 느낀다. 어느 작곡가가 특정 악기를 위해 적은 곡을, 또 다른 작곡가가 이렇게 저렇게 변형하여 또 다른 악기로 연주토록 함으로써 그 맛이 사뭇 달라지게 한다는 사실. 변주와 비슷한 작업 가운데는 편곡(編曲)도 있다. 이미 지어 놓은 곡을 다른 형식으로 바꾸어 꾸미거나 다른 악기를 쓰도록 하여 연주효과를 달리 하는 일을 일컫는다. 변주와 편곡과 비슷한 작업도 있다. 바로 변조(變調)가 그것이다. 이 변조라는 말은 두루 쓰이는 편이지만, 반송(搬送) 기술에 쓰일 적에 더욱 흥미롭다. 음성전류는 저주파라서 주위 환경으로 인해 먼 거리까지 탈 없이 나르는 데 지장이 있다. 이러한 걸 보완하려고 주파수 변조, 진폭변조, 위상 변조 등의 반송기술을 적용한다. 그렇게 변형시켜 음성전류를 보내고, 단말에 가서는 다시 복조(復調)를 하게 된다. 사실 변조를 하게 되는 이유는 20개씩이나 된다고 한다. 어쨌거나,변주,편곡,변조는 이처럼 서로 유사성을 지녔다. 문학에서도 변주라는 말이 가끔씩 쓰인다. 특히 시()에서 쓰이는 말이다. 이른바, 시어(詩語)의 변주라고 하는 말. 요컨대, 시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시구를, 반복되는 과정에서 시어를 바꿔서 사용함으로써 운율적인 인상과 의미 강조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사구조(統辭構造)의 반복 또는 문장구조의 반복이라고도 한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좋은 예에 해당한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관형어+ 부사어+서술어, 관형어+부사어+서술어 구조임.)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대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부사어+목적어+ 서술어, 부사어+목적어+ 서술어 구조임.)

    변주,편곡,변조,통사구조의 반복은 서로 유사성을 지녔다. 문학에서는 이밖에도 변주와 관련성이 있는 말들이 많다. 인용(引用), 표절, 모방, 오마주(hommage),패러디(parody) . 낱낱이 더듬어 보자. 인용은, 남의 말이나 글을 자신의 말이나 글 속에 끌어다 쓰는 걸 일컫는다. 특히, 법률에서 자주 쓰는 어휘다. 표절은, 자기가 창작한 듯 남의 글을 그대로 베껴다 쓴 걸 이른다.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을 의미하며, 존경심에서 저명한 이의 말이나 글을 옮겨옴으로써 그분을 더욱 존경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패러디는 그리스어 파로데이아에서 온 말로, 다른 노래에 병행하는 노래라는 뜻을 지녔다. 단순히 다른 작품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폭로하는 정도는 되어야 하고, 그 대상 되는 작품에 대한 정밀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주워다 모은(?) 어휘는 이제 제법 늘어났다. 변주,편곡,통사구조의 반복, 인용,표절, 모방,오마주,패러디. 서로 연관성이 많다. 수필작가인 나. 우리네 수필에서 변주형식, 편곡 형식,통사구조의 반복,오마주,패러디 등을 그리 본 적이 없다. 대신, 표절과 모방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짝퉁수필작품들(?)은 쉽게 발견하곤 한다. 그 이유는 참으로 많을 것이다. 투철한 작가정신이 빈약한 데서,어느 특정 글 스승으로부터 집단적으로 별 저항 없이(?)공부를 한 데서, 그리고 집단무의식에 사로잡힌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나는 이제 조심스레 제시한다. 우리가 한 편의 수필작품을 빚을 때에도 음악에서 말하는 변주곡 형식도 부려 쓸 만하지 않겠는가 하고서. 남의 명문장이나 명작을 변주곡 형태로 만들어 보는 것도 꽤나 의미로운 작업일 테고. 나아가서, 음악에서 말하는 론도(rondo) 형식의 수필도 한번쯤은 적어봄 직하다. 하나의 주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주제와 부주제가 교차적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17세기의 음악 형식을 론도 형식이라고 한다. 도해화 하자면 이렇다.  ABAC, ABCA ABCA. 여기서 A는 주제이고 B C는 에피소드다. 사실 일찍이 나는 위에서 주욱 열거한 변주니,통사구조의 반복이니, 패러디니, 론도니 하는 어휘와 제법 어울리는 작품들도 몇 편 빚은 바 있다. 작품 신구지가(新龜旨歌)를 두고, 인천의 한상렬 비평가께서는 패러디 수필이라고 자신의 평론집에 소개한 바 있다. 작품 버들을 두고, 서울의 정진권 박사께서는 소주제문이 단락마다 첫 문장에 놓인 예라고 자신의 이론서적에 적은 바 있다. 두 분 다 고맙다. 그러한데 나는 그 두 작품을 두고, 변주곡 형태의 수필이라고 굳이 말하고 싶다. 거기에 덧붙여, 후자(後者) 버들을 두고서는 론도 형식의 수필 이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참고적으로, 위 두 작품을 인터넷 매체에서 링크해 드리며, 이 글 맺도록 한다.

     

    기본페이지 > 행촌수필문학회 게시판 > 新龜旨歌/윤근택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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