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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세스(kisses)
    수필/신작 2025. 2. 10. 13:17

     

               Kisses(키세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정말 우리네는 죽는 그날까지 공부할밖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어휘가 생겨나니까. 그야말로 지식의 폭발.

    2025년 1월 5일부터 며칠간, 내가 즐겨 시청하는 유튜브들 화면에 ‘키세스 시위대’,‘한남동 키세스’,‘키세스 우주전사’등의 표현이 있었다. 2030 세대가, 특히 여성들이 서울 한남동 길거리에서, 눈보라 무릅쓰고 은박담요를 뒤집어쓰고 밤샘을 하는 영상. 나이 70을 목전에 둔 나는 그 영상을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릴밖에. 한마디로, 그 광경은 처연하기만 하였다. 나름대로 지식인이라고, 예술가라고 자부하는 나. 그 동안 내 살붙이들과 피붙이들한테도 제대로 깨우쳐주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은 한껏. 문득, 일제치하 저항시인 이상화(李相和, 1901~1943)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겹쳐질밖에. 시인은 그 시의 첫 행을 이렇게 짓고 있다.

       ‘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결코 이 글의 표적물인(?) 그를 탓할 일 없다. 투표용지 그의 이름 옆 공간에 ‘卜[점 복]’을, 깊은 생각 없이 찍어놓고서는 뒤늦게 그러한 뒷감당이라니? 하기야 그와 경쟁했던 ‘안 아무개’는 선거 하루 앞에, 꼬리를 내려 그이한테 붙어버렸다. 그는 초중고 여러 교과서에 신화적인(?) 인물로 소개된 이다. 컴퓨터 세계에서 ‘V3’를 개발하는 등 세계적 인물. 그러했던 ‘안 아무개’는 그때까지만 하여도 호언장담하였다.

       “그를 찍으면, 내 손가락을 자르고 말 것입니다.”

       어쨌거나, ‘주식회사 대한민국’에는 지금으로부터 2년 반부터 숫제 개판이 되었던 게다. 동네 깡패 내지 양아치 수준도 못되는 나라의 수장을 선거로 뽑고 말았다. 나는 낙담했다. 포기했다. 탄식했다. 내 살붙이들, 피붙이들한테도 주저 않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 아직도 손가락 성한가요? 이참에 장애인 만들어 드릴까요? ‘박정희 장군 만세! 전두환 장군 만세! 노태우 장군 만세! 이명박 만세! 박근혜 만세!’하더니... . ”

       이 대목에 이르러 한 마디. 문학인인 나더러, ‘당신은 참여문학 어쩌고저쩌고 ... .’비난하는 이들도 분명 계실 터. 하더라도, 아닌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다들 생각해보시라. 동양의 미덕은 무엇인가. ‘삼강오륜(三綱五倫)’ 아닌가. 나는 그 가운데에서 ‘군신유의(君臣有義)’의 덕목을 저버린 걸 한탄해왔다. 해서, 죄다 나이 상관없이 유치원 교육과정부터 다시 시작하시길 권유했다. 이성계가, 박정희가, 전두환이... 윤석열이 ... . 하나같이 자기가 모시던 주군(主君) 등짝에 비수(匕首)를 꽂은 이들 아닌가. 그러함에도 유권자들 대개가 개념 없이‘헬렐레!’다.

       이 정도 이야기하였으니, 나의 애독자님들은 대충 짐작하실 터.

       지금부터 내 이야기는 뜬금없다. 애독자님들은 나의 토막 이야기들 조합해서 읽으시길.

      제목으로 삼은 ‘Kisses(키세스)’는, 위에서 이미 소개했던 ‘키세스 우주전사’로 요약할 수 있다.

     

      (다음은 어느 신문 기사를 그대로 따옴.)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은박 담요를 꽁꽁 싸맨 채 시위를 벌이는 시민 집회 참가자들에게 은박지로 포장된 초콜릿 이름에서 딴 ‘키세스 시위대’란 별칭이 붙은 가운데 예능 ‘알쓸신잡’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카이스트 출신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6일 “우주 전사라 할만하다.”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중략)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김 교수는 “은박 담요 혹은 스페이스 블랭킷은 말 그대로 우주에서 보온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가 개발한 것이다”고 했다. 이어 “열은 전도, 대류, 복사의 3가지 방식으로 전달된다. 전도와 대류에 의한 열손실을 막기 위해 모자를 쓰고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다. 하지만 복사는 막기 어렵다”고 열의 특성에 관한 설명을 적어나갔다.

     

       그는 “복사는 온도를 가진 모든 물체가 전자기파의 형태로 에너지를 내보내는 현상이다. 36도의 체온을 가진 사람의 몸은 적외선 대역의 복사를 한다. 적외선은 투과성이 좋아 옷으로 완전히 차단하기 힘들다. 진공의 우주에서는 복사가 열손실의 주된 이유가 된다. 그래서 우주에서 스페이스 블랭킷은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복사는 전자기파이므로 금속에서 반사된다”며 “은박이라고 하지만, 사실 은이라 아니라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지각에 가장 많은 금속이라 은보다 싸다. 알루미늄은 반사율이 높은 금속이다. 알루미늄을 얇은 플라스틱 소재에 코팅한 것이 은박 담요다. 따라서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반사하여 체온을 보존해준다.”고 설명했다.

    (중략)

       이어 “따라서 한남동의 키세스 시위대는 우주 전사라 할 만하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윤 대통령 체포영상 만료를 하루 앞둔 전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체포 찬반 세력이 각자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에는 최대 8㎝의 눈이 예고되는 등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시민들은 우산, 우비, 은박 담요 등으로 몸을 보호하며 밤샘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누리꾼들은 시위대가 은박 담요를 뒤집어쓴 모습이 미국의 유명 초콜렛 브랜드 ‘키세스’의 포장된 모습과 닮았다며 ‘키세스 군단’, ‘키세스 시위대’, ‘키세스 동지’ 등의 이름을 지어 불렀다. >>

     

       다시 작가인 윤근택의 이야기다. 국민 대다수가 ‘똘아이’다. 개념 없다. 아직도 다들 ‘장애인 수첩’ 지니고 있지 않은 게 신기하다. 손가락 탈났음에도... . 저기 위에서 소개한 저항시인 이상화의 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다들 음미해보시길. 사실 ‘빼앗긴’게 아니었다. 당신들의 무지(無知)와 무지(無智)로 도둑맞은 거다. 이는 ‘민족의 비극’이었다.

    이제 내 이야기 마무리 단계. 살펴본즉, ‘kisses’는 ‘kiss’의 보수형. 사랑과 애정, 따뜻한 감정 등을 나타낸다. 1907년 미국의 ‘Hershey’사가 내놓은 제품명. 그 회사가 초코렛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kiss!’라는 소리가 나와서... .

    다시 내가, 내가 그 처연한 ‘한남동 키세스’를 뜨거운 눈물 흘리며 내지르는 말.

    “멍청이들, 왜 그런 놈한테 표 찍어줬어? 뒤늦게 후회할 일을? 빼앗긴 들에 봄이 오기까지는... .”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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