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65
    수필/신작 2025. 2. 4. 11:15

     

     

                                  265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나의 인사말은 독특한 편이다. 자주 가는 가게에 들어서면, “사모님, 맡겨둔 윤근택 한 갑과 홍OO 한 갑 주세요.”한다. 그러면 그분은 용케도 내가 즐겨 태우는 ‘심플 클래식’과 홍OO이 애연하는 ‘에세 원 ’을 여축없이 내어준다. 그 많은 고객들한테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그 직업정신이여! 사실 나는 자주 대하는 분들한테서 이밖에도 여러 경험을 하게 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내오는 동안, 현재까지18회 제복을 갈아입었고, 10 년 넘게 근무한다. 그러니 남들이 나더러‘아파트 경비계의 레전드’라고 부른다. 실제로 홍익인간을 실천하여, 내가 취업알선한 아파트 경비원도 줄잡아 50인. 위에서 이미 말했지만, 경비원 제복을 18회 갈아입었으니, 내가 대구 및 경산의 아파트 18곳을 돌아다녔다는 이야기가 된다. 내가 머물렀던 아파트마다 그곳마다 독특한 법이(?) 있었다. 요컨대,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었다. 급여가 좀 괜찮다 싶으면, 그 나름대로 고충도 그만큼 더 컸다는 말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내 이야기 ‘265’에 집중할 차례. 헌옷 수거업자는 아파트측과 매년 입찰 경쟁하여 선정되는데... . 이번에 새로 만난 헌옷 수거업자한테도 색다른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 반갑습니다. 지난 9월1일 자로 새로온 경비원입니다.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합시데이. 잘 부탁드립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시다가 쓸 만한 ‘265’보이시거든... .”

       그랬더니, 그분은 싱긋 웃어주었다. 말귀를 금세 알아차린 듯. 그날 이후 그분을 마주칠 적마다 인사말을 건넸다.

       “사장님, 265! ”

       달포 지난 다음 쓰레기분리수거장에서 파지(破紙)를 정리하다니, 그분이 나를 찾았다며 자기 화물차 조수석 문을 열어 265를 나한테 선물해주었다. 보아하니 한 번도 착용하지 않은 방한내피(防寒內皮)의 안전화였다. 그 값으로 따지면, 4,5 만원에 달할 안전화. 그렇게 생광(生光)스러울 수가 없었다.

       내가 그분과 수작한(?) 265는 치수 265mm의 신발을 일컫는다. 그야말로 ‘10문(文) 7’! ‘안성맞춤’! 사실 이번에 그분으로부터 선물 받은 신발밖에도 나는 열 켤레 이상 신발을 지니고 있다. 대개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헌옷 수거함 상단(上端)에 얹혀 있던 것들이다. 주민들께서 타인을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내어 놓은 것들. 해서, 나는 18회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옮김으로써 그때마다 각각 다른 용역회사에서 내어주는 나름의 경비복을 포함해서, 죽는 그날까지 따로 신발을 살 이유가 없는 듯. 내가 ‘구두쇠’아니, 살아생전 내 어머니 표현대로라면 ‘쇠구두’인 탓도 있다. 슬하 자녀 한 죽, 즉 10남매를 두었던 내 어머니는 몸소 내핍을 실천할밖에 없었고, 우리 열 남매는 시쳇말로 체질화되었다.

       아내와 딸 아이 둘은, 내가 아파트 주민들이 쓰레기분리수거장(사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쓰레기분리 배출장’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에 내어놓은 물건들을 아까워서 때때로 주워오는 걸 몹시 못마땅해 한다, 귀신스럽더라면서. 정말로 만판 쓸 만한 물건을 수시로 잘도 내어놓는다. 아니 내다버리는 물건이 거의 없다. 그럴 거면 왜 애당초에 샀을까? 그것들 가운데에서 재활용되는 물건들이 과연 몇 퍼센트나 차지할까?

        가끔 동료 경비원들이 그렇게 주민들이 함부로 내다버리는 물건들을 치다꺼리 하며 볼멘소리를 하는 예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농을 던지곤 한다.

       “성님, 100킬로그램 종량제봉투에다 자기가 쓰던(?) 색시가 싫증난다고 담아 버리는 이가 있으면 참 좋겠는데요? 주워 와서 작은댁으로 삼아, 딴살림 차리려고요. 주워온 가재도구로... .”

       다시 내 이야기 265에 집중. 내 발 크기는 265mm이고, 과거 신발 규격으로 따져 ‘10문 7’에 해당한다. 남자 발 크기의 표준치에 해당한다. 사실 내 어린 날에는 ‘mm’대신 ‘文’으로 신발치수를 말하곤 하였다. 1문은 대략 2.4cm.그러니 신발치수 255mm는 남정네들의 표준치가 되는 셈. 신발의 신축성과 거기 적응하려는 발[足]의 은밀한(?) 상호관계 덕분으로, 죄다 맞아들어가니... . 나한테 맞는 신발치수는 넉넉잡아 상하 10mm 오차는 허락할 듯. 내일모레 나이 70이 되는 내가 이 무슨 망령스런 생각? 사실 지난날 군대생활 하는 동안에는 “ 임마, 니 발에 맞는 군화(軍靴)를 찾지 마. 군화 치수에 니 발을 맞춰.”를 강요받곤 했다.

       사족(蛇足). 여태 직접 한 번 만난 적도 없고,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나의 뮤즈이자 ‘문학 동반자’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신발 치수는 235mm라고 하였다. 생일은 양력으로 3월 11일이라고 하였다.

     

     

       창작 후기)

     

      ‘지(자기) 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다. 애써맞추면 다 맞아떨어진다. 나는 265이고, 그대는 235이다.

    글쓴이는 독자 여러분께 온갖 상상을 하시도록 지금 부추기고 있는데... .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로(風爐)’에 관한 추억(1)  (0) 2025.02.12
    키세스(kisses)  (0) 2025.02.10
    잃어버렸다  (0) 2024.11.22
    내 조랑말들에 관해(2)  (6) 2024.10.27
    내 조랑말들에 관해(1)  (5) 2024.10.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