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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5)
    수필/신작 2025. 10. 6. 14:17

    추석날이네요.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5)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27. 덩굴손

     

       가) 덩굴손의 손가락

     

       덩굴식물들은 생존전략상 나름마다 독특한 덩굴손을 내어놓게 된다. 보다 멀리, 보다 높이 줄기를 뻗치어 태양광선을 많이 받음으로써 광합성을 왕성하게 하고자 함이다. 대체로, 덩굴식물의 줄기는 그처럼 ‘거저자람(←건성 자람)’으로 말미암아 그 속이 튼실하지 않은 편이다. 이를 만회하고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내어놓는 게 덩굴손인데... .

       차츰 깊어가는 이야기는 차차 하겠고, 덩굴손을 지닌 덩굴 식물들 가운데에서 내가 70여 년 주욱 관찰해온, 탐구해온 몇 몇 작물의 덩굴손의 그 손가락 개수부터 하나하나 소개함이 좋겠다. 오이는 잎겨드랑이마다 한 개 손가락, 박은 정단(頂端)에 세 개 손가락,  호박은 그 정단에 두 개 손가락,가시박은 정단에 다섯 개 손가락. 그 손가락의 길이가 각각 다르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잠시 엉뚱한 이야기. 우리네 인간이 여타 동물들보다 우월한 점에 관해서는 내 신실한 애독다들께서도 죄다 외우고 계실 것이다. 언어 사용·불 사용·직립보행.도구사용. 그런데 지난날 선택과목을 강의하셨던 <文化史> 노교수(老敎授)께서는 거기다가 하나를 더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각각 다섯 개로 갈라져 있음이, 여느 동물보다 우월한 점이라고. 그렇다면, 명색이 작가라면, 내가 위에서 말한 몇 몇 작물의 손가락 개수와 그 ‘길이 다름’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네 엄지·검지·중지·약지·새끼손가락 다섯 손가락의 역할처럼, 그것들 덩굴손은 지주식물(支柱植物)이나 인공적인 지주가 가까이 있으면, 가장 짧은 손가락부터 쓸 테고, 비교적 멀리에 있으면 가장 긴 손가락부터 쓸 테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적절히. 탐구해본즉, 실제로 그러하였다.

     

       나) 덩굴손 손가락의 역할

     

       그 손가락은 허공을 휘젓다가, 어느 지주식물이나 지주에 닿기만 하면, 이내 꼭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내치고 떠나가려는 연인의 옷자락도 차마 그렇게까지 꼭 잡지는 못할 텐데... . 그런 다음, 이내 용수철처럼, 일반전화기의 송수화기 선(線)처럼 배배 꼬게 된다. 대표적으로, 수세미 덩굴손은 지지물에 닿기만 하면, 단 20초 만에 그 물체를 감기 시작하고, 5분 만에 두 번 감을 정도란다. 그러니 내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충고하노니, 더는‘밀당’하지 말고 지금부터는 맘에 드는 이성(異性)이 나타나면, 수세미의 덩굴손이 될지어다.

       덩굴손 손가락의 주된 역할은, 장차 굵어질 열매를 떨어뜨리지 않고,‘흔들흔들’ 그네 태우기.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우리네가 흔히 말하는 그 ‘대박(大朴)!’. 그 대박의 원조인(?) 흥부네 박이나 맷돌호박을 가는[細] 줄기가 떨어뜨리지 않고 다 여물 때까지 지탱하자면, 바람에 따라 그네 태우기보다도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냐고? 덩굴손은 그 독특한 스프링 만들기로 이 임무를 거뜬히 수행한다. 더 상세한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이따가.

     

       다) 덩굴손의 왼감기·오른감기

     

       왼감기와 오른감기에 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방원(李芳遠)과 정몽주(鄭夢周)가 정변기(政變期)에 주고받은 시조부터 다시 더듬고 갈 필요가 있는 듯.

       이방원이 정몽주의 맘을 떠보고자, 회유하고자 읊어댄다. <하여가(何如歌)>가 그것이다.

       ‘이런들 엇더며 져런들 엇더료/만수산 드렁츩이 얼거진들 엇더리/ 우리도 이치 얼거져 백년까지 누리이다/’

        그러자 정몽주가 화답한다. <단심가(丹心歌)>가 그것이다.

       ‘이 몸이 죽고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느닷없이 위 이방원의 시조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의 시조 중장과 종장이 영 아니다 싶어서이다. 특히, 그는‘만수산 드렁츩이 얼거진들 엇더리’라고 읊었다는 점. 개뿔도 모르면서... .거기서 말하는 ‘드렁츩’은 ‘등나무(藤)-’와 ‘칡[葛]’을 함께 일컫는 말인데, 일찍이  ‘갈등(葛藤)’이란 말도 그래서 있었다.  즉, 칡과 등나무를 한 자리에 붙여 심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왜? 줄기 끝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아, 칡은‘왼감기’를, 등나무는 ‘오른감기’를 하는 까닭에, 서로 목숨줄을 꽉 죄어 결국에는 둘 다 죽어버린다. 대신, 내 오랜 관찰에 의하면, 왼감기를 하는 칡은 자기들끼리는 줄기가 꼬여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치 않았다. 마찬가지로, 내 농장 팔각정 그늘막을 이룬 등나무도 자기네끼리 이중삼중으로 오른감기를 하여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동아줄처럼, 새끼처럼, 타래실처럼 더욱 튼튼해지더라는 거.

        이 글을 여기까지 말썽 없이, 불평 없이 따라와 읽어준 분들한테만 덤. 위 단락에서 밝혔듯, 칡이나 등나무가 그러하듯, 동족간에는 몸을 합치면 긍정적 에너지 즉, 동아줄이 되더라는 거. 그 덩굴손의 손가락들이, 그야말로 ‘손발이 아니 맞으면?’ 우려하실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 이 점에 관해서는 대나무 뿌리의 ‘이타적(利他的) 미덕(美德)’의 예로 대변키로 한다.

        사실 내 철없었던 젊은 날 적은 ‘대나무에 부쳐’란 작품에도 이 내용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대나무뿌리들은 ‘체[篩] 구조’ 곧, ‘거름막’ 형태로 잔뿌리가 서로 엉켜 있는 듯하지만, 절대로 바로 곁에 자리한 실뿌리를 해치는 법이 없었다. 자기희생적으로, 이미 내어놓은 실뿌리를 말라버리도록 하더라는 거. 이를 도해화하자면, ‘Ω’꼴로 만들어 인접한 실뿌리를 건너뛰더라는 거.

     

       라) 왼감기·오른감기 식물 일람표

     

       대부분 왼감기 식물들이다. 오른감기는 전체에서 8%, 양방향감기는 2%라는데... . 다시 이야기하지만, 줄기의 끝을 기준하여 아래로 내려보는 걸 기준하여 ‘왼감기’ 와 ‘오른감기’로 구별한다는 거. 이에 관해서는 이 글 아래에는 흔히들 말하는,‘대반전’이 또 이뤄질 테지만... .

     

       o 왼감기 식물 : 나팔꽃, 노박덩굴, 댕댕이덩굴, 덩굴강낭콩, 칡,새모래덩굴, 새삼, 새콩,오미자, 으름, 쥐방울덩굴, 키위,다래, 박주가리, 둥근잎유홍초 등.

     

       o 오른감기 식물 :계요등, 등, 인동, 환삼덩굴, 부채마 등.

     

       o 양방향 모두 사용 예 : 마, 박, 더덕 등.

     

       여기서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 결코 놓쳐서는 아니 될 사항. 왼감기·오른감기·양방향 감기 모두는 유전적으로 대물림되기에 인위적으로 어찌해볼 재간이 없다는 사실. 그런데도 내가 제법 지주를 세우고 공들여 재배하는 ‘더덕’은 오줄없이 자기 주인인 내가 그 시계방향 혹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그 줄기의 끝을 돌려주어도, 말썽없이 주인인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긴 하더라. 하더라도, 이 줏대도 없는 더덕을 계속 재배해야하나 마나 고민 중이다.

     

        마) 덩굴손 용수철의 대반전(大反轉)

     

        작가의 말)

       * 위 ‘마)’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

       남들은 즐거워하는 추석명절인데, 윤근택 작가는 자기가 가진 거, 마치 홀라당 팬티를 벗듯,님들한테 내 속을 다 내어 보일 수는 없지 않아요? 즉, 님들 약 올려야지요. 뜸 들여야지요.

       그런데요, 글쓰기는 에너지 소모가 엄청 큰 거 같아요. 저는 너무 힘들어요. 기진맥진인 걸요. 40여 년 이렇게 하고서 살아왔는 걸요. 다 제 운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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