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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8)수필/신작 2025. 10. 8. 13:29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8)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28. 맹아력(萌芽力)·잠복아(潛伏芽)·더북나기
이 글은 본 시리즈물 제27화에 이어지는 글이다. ‘가)’에서는 맹아력을 다루었다.
나) 잠복아(潛伏芽)
아름드리 감나무가 동해(凍害)를 입거나 병충으로 말라버리는 일이 왕왕 있다. 그러면 숫제 ‘마루타’처럼 통나무를 세워둔 듯해진다. 하더라도, 전혀 걱정할 일이 없다. 그 감나무의 통나무에서(?), 그 두꺼운 껍질을 뚫고 새순이 수북하게 돋아나기에. 그 새순을 내어놓는 껍질 속 숨은 눈[芽]이 바로 잠복아다. 이 잠복아는 보통 때에는 자라지 않다가 가지나 줄기를 자르면 비로소 자라기 시작한다. 즉, 나무의 입장에서 비상시에 써먹는 비장의 카드인 셈.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실생활에서 응용해보셔도 된다. 가령, 불가피한 사정으로 늙은 감나무를 통째로 옮겨 심어야 한다면, 과감히 한 키 높이에서 자르고서 통나무처럼 흉물스런 꼴로 심어도 된다는 말이다. 대신, 그렇게 심은 감나무에서는 더북하게 새순이 돋아나기에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더북하게 나는 걸 도장지(徒長枝)라고 한다. 강전정(强剪定)도 도장지를 유발하여 그 줄기를 키우느라 영양분을 허비하기에 열매를 많이 얻지 못하게 된다는 점도 알아두시길. 이 도장지는 이따가 적게 될 ‘더북나기’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이 잠복아를 잘만 응용하면, 몇몇 고목이 된 수종(樹種)을 회춘(回春)케도 할 수 있다는 점. 사실 잠복아와 관련은 없으나, 내가 작물을 회춘케 하는 예도 있으니... . 한 자리에 오래 심어두어 노령화된 부추를 옮겨심을 때에, 가위로 묵은 실뿌리를 마치 단말머리로 깎듯 싹뚝싹뚝 자르고, 그 줄기도 대칭이 되도록 바짝바짝 자르고 심어본즉, 희한한 결과를 가져옴을 알 수 있었다. 뿌리와 줄기의 대칭구조는 ‘S/R율’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즉, ‘수관(樹冠)/뿌리’가 ‘1/1’가 되도록.
잠복아의 능력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나무마다 그 성질이 천차만별이라서, 자기 몸에 전정가위 대는 걸 극히 싫어하는 나무도 있다. 내가 알기에, 물푸레나무가 대표적인 나무다. 대신, 우리 둘레에서 흔히 마주치는 감나무은 자기 발치까지 베어내어도 이내 잠복아를 내어놓아 멀쩡한 감나무로 되돌아온다. 감나무는 잠복아 능력말고도 ‘1차 생리적 낙과’, ‘2차 생리적 낙과’를 통해 가지에 달린 열매 수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등 이런저런 탁월한 지혜를 지닌 나무임을 알려드리면서... .
다) ‘더북나기’ 혹은 ‘총생(叢生)’과는
위 ‘나)’에서 이야기한 대로 잠아력에 의해 발생하는 도장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 총생의 아주 나쁜 예가 있었다. 예전 우리네 마당에는 집집이 아름드리 토종 대추나무가 서 있었는데, 시나브로 다 사라져버렸다. 식물 기생성 ‘마이코플라스마’로 인하여 그 나무의 끝자락이 마치 빗자루처럼 되어버린 병징(病徵)이 총생의 대표적 사례. 이를 ‘대추나무 빗자루병’이라고 부르곤 했다. 하지만, 그 아름드리 토종대추가 다 사라졌으니, ‘대추나무 빗자루병’이란 말도 사라져간 셈.
제 28차 <농학개론> 수업은(?) 여기서 끝.
차시예고)
며칠간 내내 다음 끼니꺼리 즉, 글감을 챙겨보아야지요.
작가의 말)
제 ‘e메일’을 ‘매일매일’ 꼬박꼬박 읽어주시는 분을 최고로 사랑해요. 대신, 클릭 한 번도 아니 하시는 분들은 ‘e메일 주소록’에서 나날 지워나가요.
그러한 점에서 ‘lss8316’이란 ‘e메일’ 아이디 지니신 분을, 얼굴도 한 번 뵈온 적 없는 분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하게 되었는 걸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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