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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32)
    수필/신작 2025. 10. 13. 20:15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3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33. 접붙이기[接木]

     

        가) 슈퍼 오디와 왕보리수와 이름모를 신품종 밤[栗] 수확

     

         나는 올해 세 번씩이나 아내, 차 마리아 님을 감동케 하였다.

     

         (1) 슈퍼오디

     

         한여름에 아내는 그야말로, 바리바리 슈퍼오디를 따서, 성당 교우들 댁에 실어다 선물로 나누어주었다. 사실 나는 그 슈퍼오디가 달리는 뽕나무한테는 태무심(殆無心)하였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이 ‘만돌이농장’을 사서 가꿀 때부터 그 슈퍼오디는 내 기대와 달리, 매력이 없었다. 뽕나무이[虱],갈색날개매미충, 균핵병 등으로 인하여 여태 제대로 된 수확을 못 보았기에.

        그런데 올 여름 어느 날, 손이며 입술이며 옷자락이며 온 데 새까맣게 물들인 아내가 탄성을 내질러댔다.

        “현지 아빠, 이리 와 보세요. 우리 농막 뒤 야산에 당신이 야생 뽕나무에 접붙인 슈퍼오디가 대박났어요. 올해는 때맞춰 농약 자주자주 쳤던가 봐요?”

       천만의 말씀이라고 생각했는데... . 나는 그것들 몇 그루 슈퍼오디 나무를 수년째 포기를 하다시피 했거늘, 어쩌다 때가 맞은 모양.

     

        (2) 왕보리수

     

        사실 이 왕보리수는 아내도 귀히 여기지 않는 열매다. 핵과(核果)인데다가 그 열매 수확기가 한여름인지라, 금세 물러터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래도 기특한 점이 있으니, 이 왕보리수는 따로 살균·살충제를 따로 살포하지 않아도 되는 작물.

       이 왕보리수는, 가을에 서리 맞으며 빨갛게, 자잘하게 익는 토종 보리수를 바탕나무[臺木)삼아 내가 손수 접붙인 나무에 달리는 과일. 더러는 꺾꽂이[揷木]로도 그 개체수를 늘렸다. 잘은 모르겠으나, 내 뒷동산에는 10 여 그루 정도의 왕보리수가 서 있고, 해마다 저절로 지쳐 떨어지는 과일이 뒷동산 멧새들 먹이로는 훌륭할 것이다.

        아내는 드디어 꾀를 내어, 그것들 왕보리수 열매를 수확하여 설탕과 버무린 다음, 아침저녁으로 믹서에 갈고 요구르트를 섞어 주스로 나한테 후식으로 주곤 한다. 그 알들이 엄청 많다. ‘황금 귀고리’처럼 생겨먹었고, 조롱조롱 달리는 왕보리수.

     

        (3) 신품종 밤

     

        올해 10월 초부터 아내는 아주 야단이 났다. 특히, 그녀는 비가 내린 후 뒷산에 오르곤 한다. 10여 그루 밤나무 아래서 알밤 주워오는 게 큰일이다. 외지인들뿐만 아니라 고라니, 멧돼지, 다람쥐 등 산짐승과 그렇게 알밤 줍기 경쟁을 한 게다.

        그 굵은 밤알을 떨어뜨리는 밤나무엔들 사연이 왜 없었겠냐? 본디는 그것들 ‘바탕나무’가 ‘토종밤나무’였으며, 알이 볼품없이 작은 밤나무 유목(幼木)에 불과했다.

       나는 그 바탕나무에다 알이 굵은 밤나무의 접수(椄穗) 한 가지를 구해 와서, 접(接)을 했던 게다. 밤나무 접은 그 추운 2월에도 성공률 90% 이상. 그게 10여 년 전 일? 그랬던 것이, 올 들어 두어 말[斗]은 좋을 알밤을 내 아내한테 선사했으니... . 사실 술꾼인 나는, 취권(醉拳)인 나는, 이 글을 적는 동안에도 때때로 막걸리 사발을 이마빡에 붙이고 있는데, 그 안주는 가스레인지를 통해 구운 그 알밤이라는 거.

       위 세 종류의 나무 모두는 내가 손수 접목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다음 호 계속)

     

        작가의 말)

     

        우리가 먹는 과일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접붙이기에서 얻은 것들임을.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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