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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34)
    수필/신작 2025. 10. 18. 16:51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34)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이 시리즈물 33화에서도 ‘접붙이기[接木]’를 다루었다. 이번 호에는 내가 접붙이기를 하여 연거푸 낭패당한 경험담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겠다.

     

        35. 고욤나무 실생묘(實生苗)로부터

     

       사실 이 글을 적기에 앞서, 공부를 새로 하다가 여태 내가 몰랐던 사실을 걸 알게 되었다. ‘감’과 ‘고욤나무’는 같은 종(種)으로만 알고 지내왔는데, 같은 종이 아니라, 분류학상 종의 바로 위의 단계인 ‘같은 속(屬)’의 식물임을. 하더라도, 감 씨앗을 심으면, 퇴화(退化)되어, 본디 감 모양이 아닌 고욤 형태로 퇴화되는 것은 분명타. 마치, 감자를 거듭 심으면 퇴화되듯.

       10여 년 전 설날. 고향 경북 청송 초막골에 갔다. 어릴 적부터 눈여겨보아둔 건넛마을‘갈비골’의 그 댁 아름드리 고욤나무 아래에 가서 고욤나무 씨앗을 자루에 쓸어담아 왔다. 그 씨앗을 개울에서 씻어, 그 씨앗 거죽에 발린 밀랍을 제거한 후 겨우내 노천매장해 두었다가, 300여 평 밭에다 갈았다. 정말로 싹이 잘 돋아났다. 그 고욤나무를 1년 동안 솎고 김매고 하면서 잘 관리했다.

        2년차 되던 봄날. 감나무 쪼개접[割椄] 적기인 4월. 나는 설날 전후에 미리 잘라 밭에다 묻어둔 접수[椄穗]다발을 밭에서 캐내었다. 경험상, 감나무 접은 4월 하순이 적기이더라. 그 접수의 상단(上端)과 하단(下端)은 전정가위로 자른 것으로, 그 잘린 부위에다 수분 증발 억제를 위해 초땜(양초+ 송진+ 돼지기름)을 해둔 것이었다. 그것들은 신문지에 여러 겹 돌돌 말아둔 데다가, 일정량의 수분을 간직하라고 물을 한 차례 뿜은 데다가, 비닐 봉지로 싼 채. 그것들은 세상모르고 겨울잠을 그렇게 자고 있었다. 그것들은 한마디로‘꼬마신랑’이었다. 아직 남성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

       여기서 잠시 엉뚱한 이야기. 그 많은 ‘정선 아리랑’가운데에서 하나의 버전을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한테 전해드림으로써, 접의 원리를 죽는 그날까지 잊지 않게 각인시켜드릴 것 같은데... 사실 이는 조혼(早婚)의 풍습과 맞물린 사항이다.

       ‘뒷산의 딱따구리는 생구녕도 잘 뚫는데, 우리집 멍청이는 뚫린 구녕도 못 뚫는구나.’

       가난에 허덕이는, 딸 가진 집에서는 ‘입을 하나라도 덜겠다고’ 딸을 남의 집 가문으로 하루라도 빨리 시집보내고 싶어했으며, 논농사를 하는 어린 아들 가진 집에서는 송장 손 하나라도 빌리고 싶다는 모내기철에 밥 지을 며느리라도 얻었으면 했던... . 사실 그래서 조혼풍습이 이뤄졌다는데... . 그래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부인이, 아직 남자 구실 못하는 꼬마신랑에 대한 탄식을, 위와 같이‘뒷산의 딱따구리는 생구녕도 잘 뚫는데, 우리집 멍청이는 뚫린 구녕도 못 뚫는구나.’로 노래했다고 한다.

        자, 나무 접과 관련해서 내가 이 무슨 기막힌힌트를? 아마도 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당신은 나무 접붙이기에는 전문가가 될 터.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물오를 대로 물 오른 바탕나무[臺木]한테는 바짝 약이 오를 때까지 애써 모른 척 해두면 좋다. 대신, 이제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꼬마신랑인 접수[椄穗]를 일깨워, 물오를 데까지 물오르고 쪼개진(뚫린), 연상(年上)의 누님 같은 아내와 접을 하게 되면... .

       이게 바로 봄날 가지접 혹은 할접(割椄)의 기본원리임을, 이참에 더는 잊지 말고 익혀두시길.   이야말로 ‘시간차 공격’이 아니겠는가.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 이 대목에 이르러, 분명 질문하실 게 있을 텐데?

       “윤 쌤,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감나무 접으로 대박나지 못했어요? 대박났더라면 더는 수필나부랭이 쓸 겨를도 없었을 텐데요?”

       변명이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나는 300여 평 밭에서 꼬마신랑인 단감과 대봉감의 접수로, 접도(椄刀) 갖다 들이대기만 하면, 물기 촉촉해지는 고욤대목 단면(斷面)에다 가랑이를(?) 벌여 삽입해주었다. 쫀득한 비닐테이프로 한 몸체 되라고 꽁꽁 묶어주기도 하였다. 며칠 아니 가서, “응애!응애!응애” 새로운 새끼들이 태어났다. 행복해 했다. 대박을 예감했다.

       그러나 그 행복감은 채 일 년도 가지 못했다.

       경산시 묘목특구에 자리한 환상리 묘목 전문업체 사장을 초빙하여, 그 300여 평 묘목을 사주십사 부탁했더니... . 동해(凍害)를 입어 쓸 만한 감나무가 몇 그루밖에 아니 된다고 포기하고 돌아갔다.

       하더라도,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지는 마시오소서. 그 아린 추억이 내 젊은 날의 추억이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그리고 대목으로는 최고품인 ‘돌감’도 한 그루 키우고 있으니, 올 가을에는 그 씨앗을 받아, 님들께서 원하는 감나무 품종을 접붙여 선물할 수도 있으니... .

     

       차시예고)

     

       다음 호에서는 ‘접붙이기의 이점’에 관해 집중하겠다.

     

     

       작가의 말)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을 질식시키지 않으려 나름대로 애쓰고는 있으나, 나도 어쩔 수 없이 늙어가는가 보다. 양기(陽氣)가 검지손가락 끝에 집중되어서, 키보드를 마구 토닥이고 있으니 ... .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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