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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5)수필/신작 2025. 12. 3. 08:12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5)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56. ‘청송(靑松)꿀사과’의 비밀
가) 인트로(Intro)
나이 서른둘에 대한민국 수필계에 등단한 이래 40여 년 동안 수필작품을 5,000여 편 적어오는 나. 종이책으로 따지자면, 50 권도 넘을 텐데... . 또 다시 고백하노니, 한 편의 글을 적기 전에, 그 글감에 대한 사전지식(事前知識)은 거의 ‘꽝’상태다. 게다가, 내가 70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끝까지 읽은 책은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달랑 한 권뿐이다. 그 책마저도 성인이 된 이후 두어 차례 읽었을 따름. 그러함에도 5,000여 편 수필작품을 적어왔다는 점이 놀랍지 아니한가. 모두 스마트폰과 PC와 클래식 FM 라디오 덕분이다. 그들 스승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나의 ‘슬기로운 탐구생활’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도 없다. 사실 10여 년부터 시작된 나의 ‘인생 이모작’인 아파트 경비원 생활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야간에 초소에서 홀로 네 다섯 시간 앉아있게 되는데, 돋보기를 끼고서 스마트폰을 통해 궁금했던 사항을 끝끝내 추적하게 된다. FM 라디오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그리고는 A4 이면지에다 빼곡 메모를 해나게 된다. 해서, 적어온 수필작품들. 편당 토막지식이 하나라고 치더라도, 나는 5,000여 개의 토막지식을 지닌 셈이다. 늘그막에 공부가 이처럼 흥미로울 수가?
나) ‘제 1악장 알레그로’
내 고향 경북 청송은 어느새 ‘청송 꿀사과’로 유명하다. 본디는 인접한 영양군과 더불어 고추농사, 특히 ‘청양초(청송+영양)’로 유명했던 곳인데... . 나는 몇 몇 날 그 ‘꿀사과’의 비밀을 풀고자 애썼다.
지금부터는 ‘나무위키’를 일부 베꺄다붙이면서 출발.
<사과를 깎은 후 칼로 가르다 보면 보통 과육 부분보다 투명한 부분이 드문드문, 혹은 많이 있는 사과들이 있다. 이 투명한 부분은 보통 부분보다 좀 더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사과꿀, 꿀심 등으로 부르며, 이게 많은 사과를 꿀사과라고 부르며 다른 사과보다 좀 더 맛있거나 당도가 높은 사과라는 속설이 퍼져있다. 실제 당도는 일반 사과와 큰 차이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맛있다는 것은 입맛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실질적인 당도는 일반 사과와 큰 차이가 없다.
‘꿀심 박힌 사과(꿀사과)’는 밀병(蜜病, water core, glassiness), 혹은 밀증상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생리 장해(physiological disorder, 生理障害) 현상이다. 이 밀병은 사과 과실이 수확기가 가까워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과실의 외관은 온전하지만 과심 및 과육의 일부가 투명해 보이는 증상을 뜻한다. 이러한 밀증상은 사과나무 품종 중에서도 후지[Fuji;富士] 품종에서 특히 잘 발생한다.(이상 나무위키의 내용 재편집.)>
공교롭게도, 내 고향 청송꿀사과의 명성은 그곳 사과재배 농가들이 주로 후지사과를 심었던 데에서 비롯되었음을 추정케 한다. 사과과일의 그 밀병 내지 ‘켜’는 ‘소르비톨(Sorbitol;이당류;엿당)’이라는 당알코올의 덩어리. 사과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칼슘이 부족하면, 그 소르비톨이 덩어리 형태라 나타나 꿀사과로 보일 따름이란다. 즉, 설탕이 잘 풀어졌느냐 뭉쳐져 있느냐 차이일뿐이라고 한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사과농사를 하는 농가에서는 칼슘성분이 많이 든 비료를 쓰지 않는 게 나을 듯. 대신, 고추는 칼슘 부족이면 마치 탄저병처럼 고추열매의 끝이 마르더라는 거. 쪽파도 칼슘부족이면 그 잎 끝이 노랗게 마르더라는 거.
다) ‘제 2악장 모데라토’
사과과일 뿐만 아니라 여러 과일의 당도는 일조량이 좌우하다시피한다. 일조량을 논하기 전에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과 함께‘광합성’에 관한 복습부터. 사실 우리가 ‘국민 학교(← 초등학교)’다닐 적에는 ‘光合成’이라고 하지 않았다. ‘탄소동화작용’이라고 배웠다. 잎이, 정확히는 엽록체가, 식물의 뿌리에서 뽑아 올린 물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햇빛을 화학적으로 섞어 녹말을 만들어내는 일. 다시 생각해보아도 신통한 일이다. 그 숱한 잎들 한 장 한 장이 모두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는 화학공장이니까. 녹말을 일컬어 ‘炭水化物)’이라고 이름 지은 우리네 선배들의 혜안도 놀랍기 그지없다. 이 어휘가 화합물임을 다 나타내니까.‘炭’은 이산화탄소를, ‘水’는 물을, ‘化’는 화합을, 그리고, ‘物’은 ‘색달리 생성된 물질’을 각각 이르고 있지 않은가. 그 지혜로움이여! 그런데 왜 우리는 ‘국 민학교’ 시절 ‘자연 시간’에 ‘엽록체+햇빛+물+이산화탄소’로 억지로 외우려 들었던고.
라) ‘제 3악장 비바체’
위 ‘다)’에서 광합성 이야기하다가 놓쳐버렸다. 과일의 당도는 광합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낮 동안에는 잎들이 부지런히 광합성 공정을 통해 녹말을 만들게 되는데, 그렇게 만드는 영양분들을 생장과 호흡에 주로 쓰게 된다. 그러나 해가 지면, 더는 광합성을 할 수가 없게 되자, 낮 동안 만든 녹말을 열매와 뿌리로 부지런히 이동시키게 된다. 마치 내 젊은 날 군대에서 경험했던 대로 병력의 야간이동처럼. 낮 동안 화학공장인 잎이 만들어내는 녹말이 야간에 과일에 축적되는 셈이다. 그러니 밤이 없으면 달콤한 과일도 없다는... .
마) ‘제 4악장 라르고’
제 4악장은 ‘론도(rondo) 형식’이다. 즉, 위에서 주욱 이야기했던 내용을 동일한 주제로 되풀이하겠다는... . 일조량과 광합성과 일교차(日較差)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 일교차가 심할수록 사과과일, 복숭아, 가을 김장배추 등은 당도가 더해진다. 해서, 내 고향 청송은 산간오지에 자리하여 일교차가 심한 곳. 그러기에 ‘굵기’와 ‘굵기 멈춤’이 여느 곳보다도 심한 곳. 그러니 그 심한 일교차 덕분에 후지를 비롯한 여러 품종의 사과열매에 ‘꿀켜’가 두드러질 것이라 믿는다. 청송꿀사과의 비밀은 이렇게 하여 거의 다 풀렸다.
바) 카덴차(cadenza)
음악에서 ‘카덴차’란, ‘악곡이 끝나기 직전에, 혼자서 부르거나 연주하는 기교적이며 화려한 부분’을 일컫는다. 악보에는 없고, 대개 훌륭한 작곡가들은 연주자를 위해 악보 말미에 ‘cadenza’지시어를 달아두는 예가 있다.
이제 나는 위 ‘가)~라)’에다 카덴차로 이 글을 마치기로 한다. 여름날 장마철에는 복숭아 맛이 ‘니 맛도 내 맛도’ 없다. 왜? 삼투압, 역삼투압의 원리에 의해, 과육(果肉) 안의 당분이 복숭아 살 거죽으로 빗물에 의해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다시 햇볕이 쨍쨍해지면, 며칠 아니 가서 이내 과육에 당분이 재충전된다는 거. 하오니, 내 신실한 애독자님께서는 가급적이면 장마철에는 과일을 사드시지 않기를.
차시예고)
또 몇 몇 날 글감을 낚아채려고, 내 더듬이를 곤두세워야겠다.
* 이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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