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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4)수필/신작 2025. 12. 2. 19:43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4)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55. 시과(翅果)·관모(冠毛)·삭과(蒴果)
인트로(Intro)
종종 나는 현재의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게 된다. ‘수필은 (철저히) 생활인의 글’임을 굳게 믿기에. 사실 나는 탁상맡에서 관념적인 글을 적어대는 이들을 경멸한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쓰게 될 글감은 이미 따로 있건만, 생활주변 아주 사세(些細)한 사물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문장기술(文章技術)’에 익숙해 있다. 왜? 독자들이 자연스레 부담없이 내 글 따라오라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10여 년, 제복 바꾸어 입은 것만도 18회. 즉, 대구·경산 아파트를 여태 18군데씩이나 옮겨 다녔다는 ... .그러니 ‘아파트 경비계의 레전드(전설)’인 셈. 40년지기 의누님이며 내 오랜 애독자인 밀양의 그 할매는(?), 내가 글마다 ‘경비’이야기 하는 걸 넌더리내지만... .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다. 낙엽의 계절은 곧‘경비의 계절’이다. 출근하면 하루 내내 아파트 경내(境內) 낙엽을 쓸어, ‘마대 인 치나(Made in China)’마대(麻帶)에 담아야 한다. 참말로, ‘마대(Made)’ ‘안(in)’에다가. 마대는 중국산이 제대로다. 오래 가지 않아 해져 담긴 쓰레기를 자연으로 풀어헤치니까. 그러니 다들‘짝퉁’이니 뭐니 뭐니 비아냥투로 말들 하지만, 값싼 중국산 마대와 값싼 중국산 대빗자루가 없다면, 우리나라의 길거리와 아파트는 아주 쓰레기동산이 될 판. 그러한 점에서 중국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없어서는 아니 될 이웃. 덧붙여, 식당에 가서 먹게 되는 중국산 김치가 국내산 김치보다도 더 내 입맛에 맞더라는 걸 전하며.
가) 시과
동료 ‘오(吳) 성님’은 단풍나무류의 나무를 쳐다보며 볼멘소리를 하곤 한다.
“윤형, 저 눔은 이파리 뿐만 아니라 프로펠러같이 생겨먹은 씨앗까지 시도 때도 없이 떨어뜨려댄다?”
아주 적절한 표현.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2속 115종 나무들을 ‘시과(翅果)’의 나무라고 부르는데, 프로펠러처럼 생겨먹은 날개[翅;날개 시]를 지니고 있다. 양날개[雙翅]를 가진 단풍류도 있고, 외날개[翅]를 지닌 단풍류도 있다. 이들은 바람개비처럼, 헬리콥터처럼 바람을 이용해서 씨앗을 가급적이면 널리 날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하느님의 특별한(?) 설계다. 잘은 모르겠으나, 우리네 인류는 이 시과식물의 종족번식 전략을(?) 응용하여 헬리콥터를 고안해내지 않았을까 하고서.
나) 관모
관모란, 솜털 같은 깃 달린 씨앗을 말한다. 내 ‘만돌이농장’ 개울에 무수히 자라는 ‘갈대’가 관모의 대표격이다. 그 씨앗들은 관모라는 특수한 날개에 힘입어 이리저리, 가급적이면 이 세상천지에 자신들의 후손들을 퍼뜨리고자 한다. 이집트 나일강변의 갈대인‘파피루스(Papyrus)’는 인류 최초의 종이 재료가 되었고, 뗏목의 재료가 되었으며, ‘성경’을 일컫는 ‘바이블(Bible)’도 레바논 베이루트 시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있던 지중해 연안의 고대항구도시 ‘비블로스(Byblos)’에서 나는 관모식물 ‘파피루스를 종이로 만든 책’이란 뜻이라지 않은가. 그리고 반원 꼴로 자리한 모든 오케스트라 중심에서 오케스트라를 ‘리드(lead)’하는 ‘리드(reed)악기’ 오보에의 리드도 갈대의 관모 덕분에 얻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민들레 홀씨 되어... ’라는 유행가도 있긴 한데, 그게 학술적으로는 엉터리 표현이라는 거. 홀씨란,‘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에 의해 번식되는 식물’을 일컫기에, 그 표현은 천부당만부당. 내가 본 바 민들레· 박주가리·버들의 유화(柳花)는 관모를 통해 종족번식에 힘쓴다.
다) 삭과
내가 이 이야기 적으면, 20여 년째 내 애독자이시며, 이따금 e메일 등으로 답신을 보내오시고, 격려를 마다하지 않는 세계적인 콩 박사, ‘두곡(豆谷) 정규화’교수님께서는 또 놀라실 듯. 콩과식물은 ‘콩고투리’를 지녔는데, 그 콩고투리는 우리네 바지의 지퍼(zipper)처럼 생겨먹었다. 사실 얼마 전에도 내 바지의 지퍼가 탈나서, 자칫 물견이(?) 노출될세라, 30년 ‘옷수선 달인’이라는 분한테 의뢰하여 거금(?) 6,000원 들여 수선한 바도 있다. 실은, 우리네 지퍼가 콩고투리의 메커니즘을 본 딴 것이겠지만... .
요컨대, 삭과의 식물은 여차하면 그 고투리가 터져, 그 안에 간직하던 열매들을 ‘산지사방(散之四方)’케 한다. 그 ‘재봉선 터짐’ 즉, ‘솔기 터짐’은 반동(反動)으로, 되도록 새총을 쏘듯하여 온 세상 자기네 후예들이 터 잡아 살게 하는 본능에서 비롯되었다.
(다음 호 계속)
작가의 말)
이 글을 e메일 아이디 ‘lss8318’인 분한테 공손히 바친다. 그분은 꼬박꼬박 e메일 읽어주시기에. 그 점은 이 윤 수필작가한테 크나큰 에너지원이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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