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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1)수필/신작 2025. 11. 27. 13:50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1)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숨가삐 달려왔다. 이 연재물 제1화를 시작한 때는 2025년 8월 31일. 현재 11월 25일이니, 석달을 꽉 채우지도 않았는데, 제51화에까지 닿았다.
이 연재물은 아직도 오지 않은 미래의 외손주,‘으뜸이’와 함께, ‘나무난로 앞에서’ 노변담화(爐邊談話) 150여 편인 ‘나무난로앞에서’ 시리즈물에 거의 다 다룬 내용들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게 ‘짤(shorts)’로 재편집하는 데에 만족해한다. 그리고 이 연재물은 애독자 여러분께도 실용적이기를 바란다. 교양이기를 바란다.
52. 나도바람꽃·너도바람꽃
우선,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8년 전인 1977년에 내가 대학에서 익힌 전공필수과목 <樹木學> 제1편 총론 11쪽에 적힌 ‘명명법(命名法)’부터 소개하여야겠다. 아니, 그러기에 앞서, 여태 내 책꽂이에 꽂아두고, 바이블 이상으로 중히 여기는 한 권의 책부터 소개함이 좋겠다. 우리네 농학도들의 전문교재는 ‘향문사(鄕文社)’라는 출판사에서 발간한 게 대부분이었고, 책을 펼치면 머리말 페이지 다음에 특이한 좌측 페이지가 있었다. 상단은 훤하게 비어 있고, 하단에 이런 자잘한 글씨체의 글이 적혀 있었다.
< 내가 오늘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생애에 가장 기록될 날이다. 훗날 내가 이 책을 다시 손에 들었을 때 오늘과 그 날을 비교하고, 나의 지식이 넓어져 감개 깊게 느낄 것이다.
년 월 일
성명 >
즉, 그 농업전문서적을 펼치면, 그 책을 소지한 이가 서명하도록 되어있다는 말이다. 다만, 40여 년 수필작가생활을 하는 나한테는 그 글이 ‘비문(非文) 투성이’인 걸 알지만... . 하더라도, 너무도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 . 물론, 48년 전 나는 그 <樹木學> 책의 비워둔 ‘년 월 일 성명 ’빈 칸에다 이렇게 적어두었다. 서명까지 겸해서.
‘1977년 4월 12일 성명 윤근택’이라고.
자칫, 내 이야기 줄기 놓칠 뻔했던 ‘<樹木學> 제1편 총론 11쪽에 적힌 ‘명명법(命名法)’으로 다잡는다.
(상략) 나무의 주요한 특색이 이름으로 붙여지는 수가 많다.
1) 습성 : 물오리나무·눈주목·갯버들·바위말발도리.
2) 고유의 특징 : 가문비나무·분비나무·주목·물푸레나무·생강나무·작살나무·층층나무·회솔.
3) 산지 : 설악눈주목·백운물푸레나무·남해배나무·금강송·금강조팝나무·속리말발도리·
4) 용도 : 향나무·오리나무·약밤나무·피나무.
5) 전설 : 나도밤나무·너도밤나무
6) 외래어 : 플라타너스(버짐나무)·사꾸라(벚나무)·모미지(단풍나무)·참중나무.
나는 이번 글에서 위 ‘5) 전설’에 바탕을 둔 식물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도-’‘너도-’라니? 숨긴 전설과 설화가 있을 듯하지 않은가.
우선,‘-도’가 지닌 묘미부터 더듬고 넘어가야할 듯. 사전적 풀이는 이렇다.
< 1. 체언이나 부사어의 뒤에 붙어, 어떤 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역시 그러한 것임을 나타내는 보조사.
2. 체언이나 부사어, 연결어미 ‘-어’,‘-게’,‘-지’, ‘-고’ 따위에 붙어, 그것 외에 그와 유사한 것이 더 있음을 암시하면서 첨가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위 풀이 ‘1’은 경상도말로 ‘니캉 내캉’에 해당하며, ‘2’는 ‘니만 바람꽃이냐? 나도 바람꽃이다.’식으로 따지는(?) 표현이 된다.
이제 내 이야기의 밑밥은(?) 다 던져둔 셈. 위에서 이미 소개했듯,‘나도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은 전설에서 비롯된 식물이름이다. 하더라도, 그 겉모양은 같으되, 항렬(行列) 내지 족보는 전혀 다르다.
나도바람꽃은 분류학상 ‘목련강> 미나리아재비목>미나리아재비과>나도바람꽃속’에 속한다. 너도바람꽃은 분류학상 나도바람꽃과는 과(科)까지는 같으나,‘너도바람꽃속’에 든다.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는 더 이상 세세하게 아실 필요도 없다. 다만, ‘나도바람꽃’,‘너도바람꽃’이 지닌 그 이름의 중의성(重義性)을 생각해보면, 눈가에 이슬이 촉촉 맺히지 않느냐고? 즉, ‘나도 바람기 많은 야생화’, ‘너도 바람기 많은 야생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나도 드센 바람에 시달리는 야생화’,‘ 너도 드센 바람에 시달리는 야생화’로 풀이할 수도 있으니... . 실제로, ‘너도바람꽃’의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임을.
덧붙여,‘나도-’나 ‘너도-가 붙은 식물 이름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나도개미자리, 너도개미자리 등.
작가의 말)
내가 수필작가로 데뷔한 지도 어느새 40여 년. 그 동안 잠시잠깐 알고 지냈던 수필작가들 왜 없지 않았을까만... . 끝끝내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으로 남은 이는 내 곁에 없다는 거. 아주 가슴 아픈... .
차시예고)
내 젊은 날 어느 수필계간지에 ‘수평선 너머로 띄우는 편지’연재물에 적었던, 울릉도 이야기를 바탕으로 수편 이어가볼 요량이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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