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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께끼왕
    수필/신작 2025. 12. 3. 13:14

       수수께끼왕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영국의 작곡가 엘가(1857~1934)는 <위풍당당 행진곡> 외에도 <수수께끼변주곡> 14곡도 적었다. 그 가운데에서 제 9곡 ‘Nimrod(님로드)’가 유명한데, 그의 절친 ‘재거(Jagar)’를 장난스레 부른 데에서 비롯되었다. 엘가에 관해서는 나의 수필,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5)’에 상세히 다뤄두었다.

       이스라엘의 어느 댁 막내아들인‘요셉’이란 아이는, 부친으로부터 편애를 받는데 질투를 느낀 친형님들로부터 들판 구덩이에 버려졌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가 이집트에 갔다. 기가 찬 꿈 해몽 덕분에, 이집트의 재상까지 지냈다. 나의 수필 가운데에 ‘꿈쟁이 요셉’으로 다룬 바 있다.

       그리고 나의 수필들 가운데에는 ‘스무고개’도 있다. 원문자(圓文字)로 20개 번호를 메겨가며, 끝에 가서야 독자들로 하여금 작중의 주인공이 장화(長靴)임을 알려주는 특이한 이야기 전개방식을 취했다.

      어릴 적 내 어머니로부터 들은, 지혜로운 아이 이야기부터 들려주려 한다. 아이의 부친은 이웃 노랭이 영감으로부터 한겨울에 빚독촉을 받게 된다.

       “어느 날 어느 때까지 빚을 갚지 않으면, 마구간의 황소를 몰고가겠으며, 딸기와 천도복숭아를 가져오라.”

       그러자 아이의 부친은 그만 몸져눕게 된다. 아이가 대신 나서겠다고 한다. 아이는 빈손으로 그 노랭이 영감댁에 갔다.

       영감이 “너희 어른은? 그리고 딸기와 천도복숭아를 가져왔느냐?” 묻게 된다.

       아이가 대답한다.

       “어르신, 저희 아버지는 지난밤에 아이를 낳으셔서요.”

       노랭이영감은 아이의 지혜로움에 감탄하여 빚문서를 확 찢었다.

       지금부터는 구전되어오는 ‘수수께기왕’에 관한 이야기다.

       시골 어느 댁. 아버지는 사흘간 집을 비우고 출타(出他))하면서 두 아들한테 숙제를 낸다.

       “너희 둘은 내가 내어놓은 이 좁쌀대접의 알곡 수효를 사흘 동안 다 세어 놓거라.”

       열 살배기 형은 죽으라고 낱알을 세기 시작했다. 일곱 살배기 동생은 아랑곳 않고 마당에 펄쩍펄쩍 뛰며 놀았다. 사실 마을에서도 녀석은 개구쟁이로 소문이 나 있었다.

       사흘 후 돌아온 아버지는 두 아들한테 숙제를 다 풀었느냐고 다그치게 된다.

       그러자 작은아들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한다.

       “아버지, 저는요, 약국에 가서 저울을 빌려다가 한 종지를 달고... 그 종지에 담긴 좁쌀 수를 세고... 그 종지수를 곱해서 좁쌀 수를 다 세었는 걸요.”

       이 지혜로움은, 1787년 독일의 어느 초등학교 교실의 상황과 겹쳐진다. 나의 수필, ‘수학의 천재들’가운데에서 제 1화를 따다붙인다.

     

      <(상략) 수학선생님은 어느 학부형의 방문으로 인하여서였던지, 자기 개인 볼일 때문이었던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칠난에다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를 하나 적어두게 된다. 아이들이 떠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 문제는, ‘1+2+3+... 98+99+100=?’이었다. (중략) 그 열 살짜리 고맹이는, 암산을 해본즉, 그 답이‘5050’이라고 이내 답했다.(중략) [‘1+2+3+... 98+99+100’‘100+99+98+.......3+2+1]. 101+101+101... /2.] 그 유명한 등차수열. 그가 카알 프리드리히 가우스(177~1855)(하략)>

     

       이 작중 꼬맹이도 가우스 수준의 수학능력을 갖췄던 셈.

       며칠 후 꼬맹이가 아침에 깨어나보니까, 아버지와 형아야가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영감님이 왜 그리 무모한 일을 저지른 게야? 한양의 그 수수께기왕인 부자는 자기와 수수께끼 대항에서 이기면 천 냥 주고, 지면 자기네 머슴으로 부려쓰게 된다는데... .”

       며칠을 지나보아도 아버지와 형아야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댁 머슴이 되어버렸을 터.

       아이는 엄마한테 졸라, 자기가 나서겠다고 한양을 향했다.

       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어느 양반이 비맞은 말을 몰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꼬맹이가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당차게 나오자, 마지못해 선수(先手)로 수수께끼를 내었다.

       “너, 저 말이 얼마나 먹었겠는가?”

       그러자 녀석이 답했다.

       “영감님, 그거야 간단하지요. 말목 안쪽 고삐가 매어있는 끝까지 뱅뱅 돌며 풀을 다 뜯어먹었겠죠.”

       아이는 쾌승하였고, 장부에다 천 냥을 적립하게 되었다.

       이튿날은 소년의 선수로 수수께끼 경기가 시작되었다. 녀석은 엉거주춤 서서 수수께끼를 내었다.

       “영감님, 제가 앉을까요? 설까요?”

       영감이, 앉을 거라고 답하면 앉아버릴 것이고, 설 거라고 답하면 앉아버릴 테니... .

       둘째날도 소년의 승(勝). 장부에는 또 천 냥이 적립되었다.

       셋째날은 영감님의 선수.

       “얘야, 몇 해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는 부자였기에 백마가 있었는데, 백마가 죽어서 껍데기를 벗겨 외양간 다락에다 얹어놓았는데, 그 말이 되살아나, 그 껍질을 쓰고 온 산을 뛰어다녀 붙잡질 못하는데, 어떡하면 잡겠니?”

       아이는 한 치 주저없이 답했다.

       “대감님, 그 말을 붙잡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강원도 금강산에 들어가면 야들야들한 소꼴이 나 있어요. 그 소꼴을 베다가 ‘워!’하며 던져주면 됩니다.”

       영감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응수했다. 한겨울이고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여 있는데, 소꼴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느냐고 대답했다.

       “대감님, 수년 전에 죽은 말이 되살아나 털을 뒤집어쓰고 온산을 뛰어다닌다는 게 말이 됩니까? 죽은 말이 살아날 수 있습니까? 제가 이겼으니, 장부에다 또 천 냥 적립해주세요.”

       또 다음날. 아이가 수수께끼를 낼 차례.

       누울 자세를 취하며 아이가 말했다.

       “대감님, 제가 누울까요? 아니면 설까요?”

        영감은 또 지고 말았다. 장부에다 천 냥 또 적립.

       또 다음날. 영감님 차례.

       “얘야, 우리는 몇 해 전까지만 하여도 큰부자였거든. 무쇠방석을 썼는데, 모서리 ‘술’이 풀려나가버렸는데, 무엇으로 꿰매면 좋겠느냐?”

       아이가 대답했다.

       “그거야 아주 쉽습니다. 저 강 건너에 가서 모래를 한 소쿠리 가져와서 새끼를 꼬아 꿰매면 됩니다.”

       대감은 말도 아니 된다고 응수했지만, 아이는 천부당만부당한 말을 영감님부터 했노라고 응수했다. 또 다시 장부에다 천 냥 적립. 합쳐서 오천 냥을 땄다.

       때는 정월인데,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아버지와 형아야는 머슴살이로 많은 이들과 함께 강제노역의 현장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아이는 맨 앞에 걸어오는 자기 아버지를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 제가 돈 5천 냥을 땄어요. 서둘러 집으로 갑시다. 어머니가 학수고대 기다리고 계셔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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