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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7)
    수필/신작 2025. 12. 6. 18:44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7)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말)

       이 글을 마감하여, 블로그에 막 올린 다음에 하나의 사건이(?) 생겼다. 그가 '근택'도 아닌 '평택'에서 휴대전화기로 전화를 걸어왔다.

       대학 재학시절, 그는 나더러  학사주점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근택아, 너한테는 언론사 기자만이 답이야.  이 따라지 임학과 출신이 취업하기란 ... . 하지만, 너는 언론사 기자가 될 수 있어. 국어, 영어, 상식, 논문(작문) 네 과목이잖니? 네가 작가 지망생이니 국어와 논문은 되었고, 영어는 어차피 남의 나라 말이니 피장파장, 그리고 상식은 '지식 위의 지식'이니 본디 답이 없는 것이고... .'

       그랬던 그는 수학적 감각이 빼어나서, 우리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환경기사'에 합격하였다. 대신, 나는 그의 충고에 힘입어, 경향 각처 언론사라는 언론사 기자시험에, '바퀴달린 가방'에 세간을 챙겨, 도전하였다. 무려 13회 낙방을 하다가, 안동의 MBC프로듀셔 시험에, 1차 합격한 바 있다. 하지만, 음성 테스트,카메라 테스트 등 2차, 3차 시험에 낙방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충고에 힘입어, '한국 전기통신공사(지금 KT의 전신임.)' 초급사원 공채시험에, 그것도 300: 1 로, 그것도 제 1기생으로 합격하였고, 사반 세기 동안 무탈하게(?) 벌어먹었다. 그때 시험과목은 영어와 상식 두 과목. 그가 설계해준 대로, 13회 언론사 기자시험을 보는 동안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 덕분이다.

       해서, 오늘 나는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그이한테 날렸다.

       < 학우, 최세용님께 이 글 바침. 당신은 내 인생의 등불이었소. 내 여생 당신에 관한 이야기도 드문드문 적을 테요. 하오니, 60편을 향하고 있는 나의  '농학개론'도 거슬러 다 읽어주시길. 사랑하오. 무척이나 사랑하오.>

     

     

       58. 胚(배)·배젖(胚젖) 혹은 배유(胚乳)

     

       지난 호 제 56화 말미‘차시예고’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차시예고)

       위에서 적은, ‘이 ‘지표식물’의 개념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과도 맞물린 사항이다.’를 바탕으로, ‘떡잎’에 관한 이야기를 아니 적을 수가 없다.

       이처럼 나는 한 편의 수필작품을 쓰는 동안, 다음에 쓸 글의 글감을 용하게도 낚아채곤 한다.>

     

       사실 이번 이야기는 식물의‘떡잎’에 관한 이야기인데... . 이 연재물 어디에선가 이미 내 아릿한 경험담 내지 실패담을 적은 바 있다. 어느 해 봄날 돌복숭아 씨앗을, 우량종 복숭아와 희귀종 매화를 접붙일 요량으로, 바탕나무[臺木]로 삼고자 파종했다가 낭패를 당했던 이야기. 산새들이 콩나물 떡잎같이 생겨먹은 그 돌복숭아들 떡잎을 모조리 쪼아먹고 간 바람에 그 해 농사 망쳐버렸던 이야기였다.

       내 이야기 고삐를 바투 잡는다. 참말로, 콩나물은 그러한 떡잎을 지녔다. 사실 온전한 원형꼴의 콩알은 눈[芽]을 지녔고, 파종하거나 콩나물시루에 담으면, 그 눈을 기준으로 하여 이내 두 쪽으로 자연스레 갈라진다. 그 갈라진 두 쪽이 바로 떡잎이다. 이것까지 모르는 분은 세상천지에 없을 듯. 도톰한 그 두 쪽의 잎을 ‘떡잎’으로 불러왔는데... . 그 떡잎을 학술적으로 따져 들어가면, ‘胚’라고 하고, 그 ‘胚’에 축적된 자양분을(?), ‘배젖’ 혹은 ‘胚乳’라고 한다. 배유? 맞다. 젖이다. 콩의 경우, 완전히 여물기 이전에는 그 배유가 내 아내의 두 젖꼭지에서 나오던 젖과 같은 형태였다. 내 아내는 그 두 젖꼭지에서 나오는 젖을 빨려서, 큰딸 ‘요안나 프란체스카’와 작은딸 ‘미카엘라’를 길렀다. 정말로 그게 젖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두유(豆乳)란, 여문 콩알을 갈아서, 본디 콩이 지니고 있었던 ‘胚乳’를 되살려 얻어낸 것에 불과하다.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는, 이야기가 이쯤에 이르면 놀라워하셔야 할 줄로 아는데? 우리가 흔히 써왔던 ‘떡잎’이란 말이 이치에 전혀 닿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잎을 ‘胚芽’ 내지 ‘胚葉’이라고 불러야 옳다는 것을. 왜? 갓난아기가 젖이 아닌 딱딱한‘떡’부터 먹지는 않으니까. 사실 성인이 된 이후에 비로소 ‘떡’ 을 무척 밝히게 되지만... .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 이 글을 적기에 앞서 공부해본즉, ‘아이를 배다’가 순수한 우리말도 아니더라는 거. ‘아이를 胚다’에서 온 말임을. 즉, 한 어휘 안에 ‘국한혼용(國漢混用)’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내 이야기 ‘밑밥’은 던져둔 셈이다. 지금부터는 곧바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에 집중할 차례. 우리네가 흔히 ‘싹아지 없는 년’, ‘싹수가 노랗다.’등으로 쓰는 말과 관련이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임금 정조로부터 총애를 받은 인물. 그러나 집안 친형제들이 가톨릭신자로 개화(改化)되어(?), 반대파들의 모함으로, 전남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사실 거슬러, 그분의 어머니는 해남윤씨이고,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직계아랫대이니... . 그분의 18년 유배생활은 많은 저서(著書)를 낳게 했다. 그 가운데에는 <耳談續簒(이담속찬)>도 있다. 그 책은 중국 명나라 시절 ‘왕동궤(王同軌)’라는 이가 적은 <耳談>이란 책의 중국속담 178수에다, 우리 말 속담 214수를 보태, 8자의 한자어로 윤색하면서 운율까지 보탠 걸로 되어 있다는데... . 사실 나는 이 글의 완성도를 드높이고자, 몇몇 날 정약용이 적었다는 그 <耳談續簒> 내용을 거의 다 읽어보았다. 과연 놀랍기만 하였다. 1820년(순조 20년)에 엮었다는 그 <耳談續簒>. 거기에는 이런 속담도 들어있었다.

       ‘ 蔬文將善 兩葉可辯.’

       풀이하면,‘채소가 잘 자랄 것은 떡잎에서 알 수 있다’다. 그 말이 바로‘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이다. 이를 서양속담으로 풀이하면, ‘ A fine child becomes a fine man.’이다.

       나는, 나는, 나는 싹아지 없는 어느 여류 시인을 수년째 짝사랑해온 적 있었다. 직접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그녀를. 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뮤즈’로 여겨, 종이책 기준으로 두어 권 수필작품을 빚어왔던 것도 사실. 하더라도, 끝내 내가 내린 눈물겨웠던(?) 결정은, 다산 정약용이 적은 <耳談續簒> 가운데에서 ‘蔬文將善 兩葉可辯.’덕분이었다.

     

       * 이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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