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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8)
    수필/신작 2025. 12. 7. 10:55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58)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59. 결과(結果)

     

       대체로,‘결과’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 셋으로 요약된다.

      ① 어떤 원인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일의 상황이나 상태

      ② 열매를 맺음

      ③ 내부적 의지나 동작의 표현이 드러나는 외적 양태, 동작 및 그곳에서 생기는 영향이나 변화

     

      농부 수필가인 나는, 위 ‘② 열매를 맺음’에 관심이 많다. 즉,‘결과적으로’, ‘결과론적으로’라는 상투적 표현보다는 ‘열매맺힘’을 뜻하는 ‘결과’에 관심이 더 많다는 뜻이다. 결과 곧, 열매맺힘은 ‘꽃맺힘’ 즉, 화아분화(花芽分化)에 연달아 일어난다.

      농부들한테는, 특히 과수농가들한테는 결과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전정(剪定)과 맞물린 사항이기도 하다. 포도·대추·감 등은 당년에 내어놓는 가지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이를 두고 일년지(一年枝) 내지 일년결과지(一年結果枝)라고 부르게 된다. 당연히, 이러한 습성을 지닌 과수는 과감하게 강전정(强剪定)을 하여도 된다. 아니, 마땅히 강전정을 해야 한다. 이곳 경산시 남천면 일대는 포도농사 농가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봄날 포도나무의 이년지(二年枝) 끝에다 눈[芽] 한 두 개만 남기고 몽탕몽탕 잘라낸다. 그러면 그 한, 두 개의 눈에서 새순이 나오고, 그 새순에서 꽃이 맺히고 포도송이가 달린다. 사실 나도 남의 포도밭을 일 년 임차하여 포도농사를 한 적 있는데, 이웃들 권고에 따라 그렇게 해본 바 있다. 사실 강전정이 필요한 대표적 과수는 대추나무다. 대추나무의 꽃맺힘과 열매맺힘은 특이하다. 여느 과수가 일제히 꽃을 피웠건만, 늑장부리고 초여름에 이르러서야 가는[細] 실오라기같이 생겨먹은 햇순에다 꽃을 맺는다. 막상 내가 그걸 햇순이라고 했지만, 햇순도 아닌 잎자루 즉, 엽병(葉柄)이 변한 것일 터. 그리고 감의 경우, 내가 오랜 경험에서 알게 된 바, 햇가지가 나오고 그 햇가지에서 다섯 장 내지 여섯 장 새 잎이 나온 다음에 꽃이 맺히더라는 거.

       사과·배·복숭아 등의 과수는 2년지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지난 해 가을에 꽃눈과 잎눈으로 분화하여, 이듬해에 따로따로 꽃과 잎이 되는 예다. 내 뜰에 심긴 자목련과 영산홍도 2년지에 꽃을 피운다. 그러니 이미 지난 해 겨우내 ‘꽃 될 눈’과 ‘잎 될 눈’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나는 일찍부터‘꽃(잎) 피우다’라는 말이 ‘꽃(잎) 펴다’와 통한다고 굳게 믿고 지내왔다. 즉, ‘피다’와 ‘펴다’가 같은 어원(語源)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실제로 그러하다. 가령, 겨우내 목련의 꽃눈을 날카로운 칼날로 세로로 잘라보면, 그 안에 꼬깃꼬깃 최대한 부피를 적게 하며 꽃이 들어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 겨우내‘꼭’ 말아두었던 꽃이파리를, 봄이 오면 ‘쫙’ ‘펴게’ 된다고 볼밖에. 결과론적으로, ‘펴다’와 ‘피다’의 어원은 같다는... . 여타 수목의 꽃눈들 양태(樣態)도 다 그러하다.

       내 이야기 이제 한 두 걸음 성큼 앞으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만이 꽃이 아니고, 우리가 맨눈으로 보는 것만이 잎이 아니다라는 점. 이는 아주 ‘슬기로운 탐구생활’의 결과라고 믿는데, 애독자님들 생각은?

       끝으로, 농부들은, 특히 과수농가 농부들은 과수마다 꽃맺힘과 열매맺힘의 습성이 제각각임을 알기에 전정과 알솎기 등에 신중하고 있다.

     

       차시예고)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에 관해, 집중탐구한 후 적어볼까 한다.

     

       * 이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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