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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62)수필/신작 2025. 12. 13. 07:17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6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작가의 탄식)
마른 행주 쥐어짜듯, 제 이야기는 거듭거듭 쥐어짜내고 있습니다. 40여 년째 수필작자로서 지내왔는데, 이 작업을 제 ‘마지막 승부수’로 여기면서요. 때늦게 이렇게 ‘열공’하는 것도 행복하기는 합니다. 짧은 지식이나마 하나하나 보태져 나간다는 이 자위감(自慰感).
그리고 애독자님들을 두루두루 사랑해요.
63. 사과(沙果)
지난 호 하단 ‘차시예고)’에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가 먹는 신품종 사과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자 한다. 교직과목인 ‘농업’을 이수하고서, 시골 모교에 가서 ‘사과’ 단원에 이르러 강의 중 어느 제자 겸 후배의 질문에 혼쭐났던, 아니 쪽팔렸던 이야기부터.
그가 질문했다.
“쌤요(선생님),‘후지(Fuji)사과’와 ‘부사(富士) 사과’가 어떻게 다릅니껴?”>
그때 그 ‘중딩’의 질문에, 요다음 시간에 기어이 알아 와서 설명해주겠다고 위기는 모면했지만... . 사실 당시는 인터넷이 보급되지도 않았기에, 여러 책자 등을 통해 공부하느라 딴에는 애를 먹었다.
알아본즉, ‘후지(Fuji)사과’와 ‘부사(富士)사과’는 동일한 사과를 일컬었다. 1967년 일본 ‘아오모리현 후지사키마치 원예시험장’에서 미국 품종을 교배하여 만들어낸 사과로, 1967년에 로열티를 물고(?) 국내에 들여와 1972년에 과수농가에 보급한 사과. ‘후지(Fuji)’는 거기서 따왔고, ‘富士’는 ‘후지’의 중국어식 표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후지사과는 일본 ‘후지산[富士山]’이 자리한 곳과는 상관없는 사과이름이다. 마찬가지로, 여름사과로 잘 알려져 있고, 내 ‘만돌이농장’에도 접붙여 개체수를 다섯 그루로 늘린 ‘아오리’도 일본에서 수입된 과일이다. ‘아오리’의 정식명칭은 ‘쓰가루’이다. ‘일본 아모모리 사과시험장’에서 ‘골든 딜리셔스’품종에다 ‘홍옥’을 교배하여 만든 사과다. 국내에는 1973년에 도입하여 1976년에 후대검증 등을 통해 우수개체 선발하여 농가에 보급하였다. 해서, 그때부터‘쓰가루’대신 ‘아오리(靑林)’로 부르게 되었다. 즉, 국내 육종학자들에 의해, 한 차례 더 우리의 입맛에 맞는 사과 품종으로 육종해내었으니, 순수 우리말로 ‘아오리’로 불러도 된다고 보면 된다.
다음은, 사과의 역사다. 1871년 일본 국적의 ‘쿠로타 키요타카’가 미국에서 ‘국광’과 ‘홍옥’을 한반도에 들여와서 심은 것이 최초라고 한다. 위에서 쓰가루 즉, 아오리를 설명하면서 ‘홍옥’을 언급하였지만, ‘홍옥’과 ‘국광’은 사과의 원조가 되는 셈. 기념으로, 그 귀한 ‘홍옥’ 묘목을 구해다가 내 농장 한 켠에 심어두었고 해마다 적잖이 그 새큼하기 이를 데 없고 알이 작은 그 홍옥 과일을 맛보곤 한다. 기회 닿으면, ‘국광’ 묘목도 구해다가 기념식수를 할 요량이다. 우리의 입맛도 복고풍(復古風)이 될 테니까.
다다음은, 사과와 관련해서 고등학교 시절 내 아릿한 추억을 적을 차례. 나중에 커서 사과농사를 하는 과수원집 아가씨한테 장가를 들어야겠다고 종종 어머니한테 말하곤 하였다. 끝내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 당시 나는 국광·홍옥·골든딜리셔스·인도 등 사과를 무척 좋아했다. 또, 웬만한 사과 종류를, 그 맛과 함께 좔좔 꿰고 지냈다. 다 내 어머니 덕분이다. 역산(逆算)해본즉, 당신은 50대 촌부(村婦)였다. 우리 끝으로 달린 삼형제 밥바라지 핑계로, 대구에 와 있었다. 당신은 매일 새벽 칠성시장 과일 공판장으로 가곤 하였다. 당신은 그곳에서 ‘흠(欠)다리[기스(@kizu), 기주(抛珠)]’ 사과를 고무다라에 가득가득 싼 값으로 샀던 모양이다. 그런 다음 당신은 보부상이 되어 길을 나서곤 했던 모양.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구의 골목골목 아니 다닌 곳이 없었다. 흰 코고무신에 치마저고리에 또아리 받친 고무다라. 해질녘 하학을 하고 자취방에 돌아와 보면, 당신은 피곤함에도 내색치 않고 고무다라를 내려놓곤 했다. 그 다라에는 종일 팔다가 남은 사과들이 들어 있었고, 당신은 그 흠다리사과의 흠을 칼로 도려내어 우리한테 주곤 하였다.
그렇게 알게 된 당시 전통적인 사과이름들을 지금부터 좔좔 읊어대고자 한다. 마치 지금은 저승에 가 계신 내 어머니를 목놓아, “어머니!어머니!어머니!... ” 부르듯.
“국광·홍옥·축·욱·골든딜리셔스·홍로·감홍·화홍·썸머킹·썸머프린스·인도·시나노골드·시나노스위트·히메카미·추영·양광... .”
다시 말하지만, 사과농사를 하는 과수원댁 규수한테 장가들고 싶었던 나. 자연스레, 아리따운 과수원댁 아가씨한테 퇴짜를 맞은 어느 대학생의 일화도 빠뜨릴 수야 없지. 서울 명문대에 다니던 대학생은 시골 과수원댁 이쁜 아가씨한테 작업을(?) 걸고자 하였다.
“아가씨, 사과 한 박스 주세요.”
그러자 눈이 휘둥그레진 아가씨가 답했다.
“ 어떤 사과를 드릴까요?”
대학생은 그 말뜻을 몰라 했다. 겉모습과 달리,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그 대학생한테 과수원댁 아가씨가 맘을 열어줄 리가 없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을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 가운데에서도 아직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분도 계시리라. 아가씨는 자기네 과수원에 있는 그 많은 품종의 사과들 가운데에서 어떤 품종의 사과를 그 대학생이 원하는지를 캐물었다는 뜻이다. 나였더라면, “국광 사과 한 궤짝을 주세요.”라고 했을 텐데... . 거기다가 덧붙여, “ 타이완 최고봉인 신고산(新高山)에서 들여왔다는 ‘신고배’도 한 궤짝 주세요.” 했을 텐데... .
끝으로, ‘沙果’라고 부르게 된 내력을 덤으로 알려드리고자 한다. 모래밭에 잘 자라는 과일나무라는 말은 낭설이다. 저장성이 떨어진 사과를 씹으면, ‘퍼석퍼석’ 모래알 씹는 기분이 든다 하여 ‘沙果’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차시예고)
또 몇몇 날 다음 이야깃거리 장만코자 애써야겠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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