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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매이고기'에 관한 추억수필/신작 2026. 1. 12. 08:21
‘호매이고기’에 관한 추억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일전, 객지에서 알게 된 ‘홍 아무개’ 과장이 내 농장에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호매이고기’한 두름이 들려 있었다.
“형님, 오늘 오일장이 서는 ‘자인장’에 가서 사왔는데요, 석쇠가 어디 있어요?”
둘은 그 추운 콘크리트 다리 위에다 모닥불을 피우고, 석쇠 위에다 그 고기를 구워 막걸리를 마셔댔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 고기가 반건조 ‘양미리’인데, 강원도 속초에서 많이 잡힌다고 한다. 한류성(寒流性) 어족이라서 이곳보다 북쪽에 자리한 속초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모양. 그곳 속초항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양미리축제’도 열리는 모양이던데... .
내 고향 경북 청송 쪽에서는 그 고기를 ‘호매이고기’라고 부르기도 하며, ‘엥미리’라고도 부른다. 짚 두름에 엮어 한데에다 내걸어두면, 반건조되는 과정에서 걸대에 나란히 걸어둔 여러 자루의 호미 같아서 ‘호매이 고기’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호매이’는 ‘호미’의 우리 쪽 사투리이고 보면... .
양미리에 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때는 1977년. 대학 ‘Fresh man’즉, 1학년이었던 나는 여름방학 동안에 장티푸스와 안면신경마비가 겹쳐 사경을 헤맸다. 그러다가 2학기 등록을 타인을 통해 한 다음 개학 후 다소 늦게 학교에 갔으나, 후들대는 몸을 추스를 수 없어 결국은 지도교수방으로 가서 휴학계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정희 군사정부는 잔인하게끔, 학적변동자로 몰아, 학도호국단 단원의 지위를 잃었다고, 대구 국군통합병원에서 징집 신체검사를 명하고 말았다.
그때 나는 군의관한테 통사정을 하였다.
“군의관님, 안면신경마비로 인해 아직도 왼쪽 눈이 다 감기지 않는데, 어떻게 총을 쏠 수가 있습니까? 징집연기를 허락해주십시오.”
그런데도 군대말로 ‘알짤’ 없었다. 그는 ‘FM(Field Manual ;야전교범)’을 펼쳐보이며, ‘안면신경마비 가운데서도 벨씨형(벨이라는 이가 일시마비형을 앓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벨이라는 의학자가 명명했을 수도 있고.)이니, 현역입대라고 하였다. 그는 즉시 징집명령서를 ‘땅땅’ 발부하여 쥐어주었다.
신체검사하던 날 징집통지서 발행, 징집통지서 발행일로부터 1주일 만인 12.3. 논산훈련소 입대로 이어진 그 속전속결. 당시 데모 등으로 대학생들이 독재 정부에 대들자, 정부는 잔꾀를 부려 애먼 놈한테까지 그렇게 한 듯.
정확히 입대하기 하루 전인 그해 12월 2일 저녁. 지금은 고인이 된 내 백씨(伯氏), 경택(景澤)씨는 마을 구판장에서 반술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눈물 흘리며, 손에 든 호매이고기 한 두름을 내려놓았다. 평소 무던하기 그지없던 당신이 웬일로 호매이고기까지?
“동생, 이 호매이고기 구워 술 한 잔 하세나. 그리고 3년 동안 무탈하게 지내다가 잘 다녀오시게나. 월남 파병 싫어서 탈령해서 이등병 제대한 나처럼 되지 말고.”
나는 1977년 12월 3일 논산훈련소에 입대하였고... 군번은 ‘1281~~ 68’.
해마다 12월은 오고, 시장 가판대에는 속초산 양미리가 걸려 있는데, 어느새 그때부터 49년이 란 세월은 내 곁에서 훌쩍 떠나가 버렸다.
내 백씨를 다시 불러올 수는 없으니, 얼른 이 글을 마무리 짓고서, 일전 내 농장에 다녀간 ‘홍 아무개’ 한테 전화를 걸어야겠다.
“홍 과장님, 시장에 가서 양미리 한 두름만 사올 수 없을까요? 막걸리 재고도 없어요. 남천 양조장에 가서 10병들이 막걸리 한 박스도요. ‘우로어깨 막걸리’하고, 집총 대신 양미리 한 두름.”
작가의 말)
이 글을 아주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해준, 홍 과장한테 감사의 뜻을 전한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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