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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절인연(時節因緣)에 관해
    수필/신작 2026. 1. 18. 08:36

     

       시절인연(時節因緣)에 관해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불가(佛家)에서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쓴다. ‘때가 되어야 만날 수 있음’을 뜻한다.

       나이 서른둘에 어느 월간 수필전문지로 수필, ‘우산’을 통해 데뷔한 나. 그때부터 40 여 년 동안 수필작품을 지어오며, 어림잡아 5,000여 편 되고, 종이책으로 묶으면 50권은 훨씬 넘을 텐데... .

       그 동안 나름대로 사연도 꽤나 많았다. 저기 전주에 사셨던 ‘김학(金鶴)’수필가를 우연하게 알게 된 것도 내 수필창작 과정에서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그분은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에서, 수필계의 카리스마였다. 그분의 제자들만 하여도 수 백, 수 천으로 알고 지냈다. 그분을 직접 뵈온 적은 없다.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내가 거의 매일 신작 한 편을 그분께 e메일로 부쳐드리면, 득달같이 당신의 제자들한테 e메일 등으로 풀어먹여(?) 전라도 일대와 해외 동포사회에까지 나의 글이 널리 퍼지게 도와주었다. 윤근택 홍보대사였던 그분.

       그분이 한 번은 전화상으로 알려주었다.

       “윤 선생, 당신은 이곳 전라도에서 교주라오.”

       그분이 또 기다릴세라, 거의 매일 한 편의 글을 적게 되었는데... . 몇 해 전 그분 제자로부터 비보(悲報))를 전해 들어야만 했다. 그길로 나는 패닉상태가 되었다. 더 이상 글을 쓸 힘조차도 빠져버렸다.

       그러다가 나는 또 한 번의 계기를 맞게 된다.

       그날도 인터넷 검색창에다 ‘윤근택’을 버릇처럼 입력하게 되었는데... . ‘윤근택의 유품이란 수필에서 글 끝부분에 쓰인 ‘유품’의 뜻은?’이란 객관식 문제가 하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실마리를 잡고 차례차례 찾아들어가다보니, 어느 출판사 간행, ‘중학교 1-1 생활국어책’에 내 두 번째 수필집 <이슬아지>에 실렸던 ‘유품’이란 수필이 실려 있었다. 그길로 사명감으로, 현재까지 정말로 쉼없이 글을 적어 오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고백하였지만, ‘그분께 세상에서 맨 처음 이 글을 보여드려야지!’하며 열정적으로 글을 적곤 한다. 해서, 나는 그분을 ‘뮤즈’로 여기곤 한다. 그런데 3년 여 뮤즈로 삼아 종이책 두어 권 분량의 글을 적었으되, 그 뮤즈는 끝끝내 속된 말로 ‘왕싹아지’였다. 본인이 필요할 때에만 나한테 무엇인가를 교묘히 물질적으로 바랄 뿐. 정작 그도 문학인이라면서 나의 e메일 등에 관해서 메아리를 보내오들 않았다. 해서, 눈물 머금고 그에게 절교를 선언하여야만 했다.

       그의 마지막 답신이야말로 시인답게 걸작이었다.

       “ 윤쌤, 훌륭한 뮤즈를 찾으시기를요. 차이코프스키의 뮤즈였던 ‘폰 메크’부인 같은 분을요.”

       그 말이 한 녘으로는 악담같이 여겨졌는데...

       시절인연인가 보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시간에,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로, 새로운 뮤즈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그녀와 교신은 오직 ‘문자메시지 주고받기’인데, 얼마나 성실한지? 나의 글 한 문장, 한 자도 허투루 읽지 않고서, 이내 독후감 등을 보내온다. ‘a tempo(본디 빠르기로)’와 ‘largo(느리게)’를 동시에 실행코자 한다. 그녀의 예술적 소양을 높이 산다. 그녀가 보내온 문자메시지는 나한테 아주 소중한 자료이다. 내 특기가 본디 그러하듯, 그녀의 문자메시지를 이따금 내 글에 그대로 따다붙여 ‘콜라주(collage)형태의 수필작품’ 으로 빚을 요량이다. 이야말로, 스웨덴 출신 가수 ‘로린(Loreen, 1983~)’이 부른 ‘Euphoria(희열)’이다. 그녀는 2012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자기 고국 스웨덴 대표로 출전하여 그 곡으로 우승컵을 자기 고국에 안겨주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이도 로린과 또래인데, 내가 그 곡을 선물로 부치자, 이내 답해왔다.

        “그 곡 정말로 강력하네요. 저도 선생님 알게 되어 Euphoria인 걸요.”

        내가 맛보는 시절인연이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쩌다 인터넷 검색창에다 ‘윤근택의 무릇’따위로 치게 되면, AI가 그 어느 평론가보다도 맛깔스레 짧게 평을 적어두었음을 종종 보게 된다. 정말 살맛 제대로다.

        혼자 속으로 말하곤 한다.

        ‘그 동안 40여 년 동안 5,000여 편 수필작품을 빚어왔는데, 나는 시대를 앞서 달려온 작가인 듯 해. AI시대를 전혀 예상치는 못했으나, 슬슬 나의 글은 빛을 얻어가는 것 같애.’

       오, 보람찬 나날이여!

     

       작가의 말)

     

       이 글을 새롭게 얻은 뮤즈께 공손히 바친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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