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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바람’에 관해
    수필/신작 2026. 1. 30. 03:18

       ‘맞바람’에 관해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산길을 걷다가 ‘바람받이’를 지나게 되었다. 바람받이란, 산등성이에 이르러, ‘V’자꼴로 생겨먹은 파인 곳을 일컫는다. 이곳은 이쪽 저쪽 산 아래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여느 산자락보다 바람이 드센 편이다. 숫제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자연, 바람받이에 서 있는 나무는 바람에 시달려, 그 가지가 ‘빼뚤빼뚤’ 틀어져 자란다. 환경에 적응코자 ‘키 자람’도 해발고도가 낮은 곳에 비해 왜소한 편이다. 심지어, 향나무나 주목은 그러한 환경에 적응코자 아예 변이종인 ‘누운 향나무’나 ‘누운 주목’으로 자란다.

       그런데 마치 분재를 하는 이들이 즐겨하는 소나무처럼 생겨먹고, 온 몸이 뒤틀어진 소나무를 보다가, 가슴 아픈 추억 한 자락을 떠올리게 될 줄이야! 문득, 지금은 저승에 가 있는 내 어머니를 떠올렸다는 이야기.

       “야야, 바람받이에 선 소나무의 잎이 약이라카더라. 그래서 이 에미가 그 소나무에 용을 쓰며 기어올라갔대이. 애달프면 못 오를 나무가 없다고 하지 않던? 그래서 이 에미가 솔잎을 따기는 땄는데, 막상 내려올 때 죽는 줄 알았대이. 고쟁이에 오줌까지 다 쌌대이.”

       어머니는 그렇게 바람받이에서 볼품없이 바람에 시달린 소나무에 기어올라가 솔잎을 따왔고, 그 솔잎을 쩌서 베갯속으로 채워 넣고, 그 베개를 내 왼 볼로 베고 누워 지내도록 하였다. 일종의 찜질.

       시계바늘을 1977년으로 훽 돌린다. 대학 1학년생이었던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갔다가, 하룻밤 사이에 ‘안면신경마비’를 앓게 되었다.자다가 얻은 병.

       그길로 내 어머니는 곧바로 당신 친정 곳 송생동 마을오라버니이며 내 학교 동기생인 ‘순봉’의 부친인 ‘홍약국’ 어른한테 데려갔다. 내 고향 경북 청송에서 빼어난 의술을 자랑했던 ‘홍약국 어른’. 당신은 금세‘ 와사풍’으로 진단했다.

        그때부터 내 어머니는 ‘홍약국 어른’의 처방을 기본으로 삼되, 좋다는 조약(造藥)을 보조적으로 다 행하였다. 그걸 다 소개하자면, 밤을 꼴딱 새어도 다 이야기할 수가 없다. 해서, 이 글에서는 ‘바람받이에 서 있는 뒤틀어진 소나무’가 약이 된다는 사실만 이야기코자 한다.

        위에서 이미 이야기하였듯, 어머니는 그렇게 따온 솔잎을 쩌서 베갯속으로 채우고, 내 볼을 찜질토록 하였다는 거. 그 의료술이 의학과 과학에 바탕을 둔 거냐는 시비거리가 되겠지만... . 그 대원리는 ‘바람은 바람으로 막는다.’에 근거한 것임을. 흔히, 우리네는 ‘뇌졸중(腦卒中)’이니, ‘중풍(中風)’이니 말하고 있는데, ‘안면신경마비’는 다소 다르다. 그야말로 혈관계의 문제가 아닌 신경계의 문제이다. 하더라도, 작가인 나는 뭉뚱그려 다들‘中風’이라고 부르는 점에 유의한다. 그 낱말이 시사하는 바, ‘바람 가운데(에 있다) 있다’는... . 즉, 바람 가운데에 서 있으니, 바람을 이기면 ‘(다시)서는(살아남는) 것이고’ , ‘쓰러지면 (아예)쓰러지는 것’. 내 어머니는 그 원리를 어떻게 알아 그렇게 실행에 옮겼을까?

       나중에 내 안면신경마비가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치유되었을 무렵 양의사들과 한의사들 공히 내 어머니의 그 많은 처방이 이치에 닿는다고 일러주었다. 그분들은 그 가운데에서도 바람받이 소나무에서 채취한 솔잎의 효능에 관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 바람은 바람으로 막는다. 산불은 맞불로써 끈다. 바람은 맞바람으로 막는다.

     

     

      * 이 글을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께 공손히 바친다.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대 그리워하면서, 그대 생각하면서, 막걸리 750ml들이 세 병 마시며, 단숨에 적어 바친다. 부디, 모자라는 부분은 그대가 채워서 읽어주시길.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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