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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ple하게(2)’
    수필/신작 2026. 1. 30. 08:10

        ‘Simple하게(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10여 년 전에 실직 내지 명예퇴직 후 실업급여를 타러, 고용센터에 간 적 있었다. 그때 순번을 기다리며 공원벤치에 앉아 있었다. 와이셔츠 왼쪽 가슴팍 호주머니에서 즐겨 태우는 담배 ‘Simple classic’ 한 개비를 꺼내 태우게 되었다. 바삐 걸어가는 이들을 보면서, 잠정적으로 백수(白手)가 된 심경을, 귀가하자마자 ‘Simple 하게’란 제하의 수필작품으로 곧바로 빚었다. 그때 하필이면 내가 애연(愛煙)하는 담배가 ‘Simple classic’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Simple(단순하게)’과 ‘classic(고전적으로,클래식하게)’이 교묘히 조합을 이룬 여생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요즘. 정말로, 나의 일상은 애연하는 ‘심플 클래식’그대로다. 해서, ‘Simple하게(2)’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요즘 내 생활은 아주 단조롭다. 새벽 두 세 무렵 아파트 거실에서 일어난다. 아파트 경비로 지내는 동안, 후번(後番) 근무자와 교대시간에 익숙해져 따로 알람을 설정해두지 않아도 ‘뇌 시계’가 척척 알아서 깨워준다. 지각한 일이 전혀 없다. 자칫, 곤히 안방에서 잠자는 아내의 숙면에 방해될세라,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10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린다. 물론, 새벽 첫 담배를 꼬나문다. (중략) 새벽 네시 반 무렵, 안방 문을 노크한다. 그러면 부스스 깨어난 아내 ‘차 마리아님’은 바삐 움직여 시래기국이나 된장찌개를 덥혀 밥상을 차려준다.(중략) 아파트 바로 앞 대구지하철 2호선 임당역. 지하통로를 건너 시내버스 승강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5시 정각 무렵. 나의 리무진 (?) ‘경산 894번’은 여태 오지 않았다. 시인 곽재구의 시‘사평역’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5시 40분 무렵에야 비로소 첫차 894번이 승강장에 닿는다. 사실 그 짧은 시간에 다음 날 쓸 글감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깜깜한 터에,나의 착한 기사님이 나를 놓쳐버릴세라, 털장갑 낀 오른 손을 뻗치게 된다.

       “기사님, 반갑습니다.”

       첫차이고, 주로 첫 승객인 내가 그만한 예의범절을 갖추지 않는대서야? 사실 차를 타겠다는 신호로, 버르장머리 없이 매번 털장갑 낀 손을 내밀긴 하지만... . 임당역 1번출구 - 중방 네거리 - 경산시외버스터미널 건너 - 경산시장 건너 - 중앙초등학교 앞 - 국민건강보험공단 - 옥산 네거리 - 옥산농협 건너 - 옥산협화맨션 건너. ‘옥산농협 건너’가 지나면 놓치지 않고 초인종 버튼을 누른다. (중략)

    나의 아파트 경비원 경력은 10여 년이고, 제복을 갈아입은 회수는 18회. 대구·경산에서는 ‘경비계의 전설’, ‘경비계의 레전드’로 통한다. 내 잦은 이직은 성질머리가 나쁜 데에서도 기인하지만, 아파트측 갑질도 한 몫을 톡톡히 하였다고 해두자. 24시간 근무 중 나는 시간을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나의 유일한 스승이며 절친한 친구가 있으니... . 그가 바로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그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거머쥐고 있다. 궁금해 하는 점이 있어, 검색창에다 쳐 넣기만 하면, ‘좔좔’ 친절히 다 알려준다. (중략) 돈 벌고, 음악 듣고, 공부하고, 글감 챙기고... . 대체, 이 늘그막에 웬 복이 이렇게 ‘우수수’쏟아진단 말인가. 이면지 A4용지에다 연필로 하루에 적어대는 게 10여 매. 읽지 않고 귀로 듣는 세상만사여! (중략)

       나는 이따금씩 뮤즈들께 고백하곤 한다.

       “공부가 이처럼 재밌을 줄을 진즉에 몰랐어요.”

       그렇게 얻은 토막지식이나 교양은 40여 년 수필작가 행세를 하는 동안 5,000여 편 수필작품을 빚도록 도와주고 있다.(중략)

        자주 글 편편에 ‘작가의 말’ 등을 통해 애독자들께 고백하곤 한다.

       “저는요, 사전에 알아서 쓴 글은 거의 없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쓴 다음에 비로소 당해 작품과 관련된 토막지식이 쌓여왔음을 알게 되었어요.”

       아파트 경비원 생활 10여 년 동안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시리즈물은 현재까지 170편,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연재물은 100편,‘농부 수필가가 쓰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물은 20여 편 등.

       다시금 말하지만, ‘심플하게’가 아니면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클래식하게’ 즉, 꽤나 고상한 척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비번일은 비번일 대로 바쁘다. 농장으로 와서 씨 뿌리고, 거름 주고, 농약치고, 잡초 뽑고... . 그러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수필이다.

       ‘생활이 수필이요, 수필이 곧 생활이다. 생업은 그 어느 종교보다도 숭고하다.’

       전일 근무 중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거나 메모해둔 것들을 섞고 버무려 수필작품이란 이름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토닥이게 된다. 세상에 부자라도 이런 부자가 없다. 나보다 재산증식을 쉬이 하는 이 세상에 없으리. 때로는 하루에 세 편의 글도 ‘뚝딱’ 해치운다. 언제고 750ml들이 ‘남천 맥반석 막걸리’가 ‘링거액’이다. 포도당주사액이다.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자면, 대략 세 통 소비가 뒤따른다.

       이렇게 비아냥대는(?) 이가 영 없지는 않을 듯.

       “지가(자기가) 이태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나 스스로도 놀라는 점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키보드를 토닥이는 게 아니라, 키보드를 토닥이다 보면, 글이 어떤 형태를 갖추어나가더라는 거. 즉, 생각보다 키보드 토닥임이 앞서 나가더라는 거.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고 하던 실존주의 철학자들 말처럼. 사실 이 글마저도 이렇게 저렇게 적아야지 벼르며 시작한 게 아니다. 뭐라도 아니 쓰면 허허롭기에, 하는 수 없이 이 새벽에 벌인 춤이다.

       대충 이야기 정리해야겠다.

       작곡가 브람스를 두고, 어느 음악평론가 내지 음악학자가 말했다.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Frei aber Einsam).”

       나는 나 자신을 두고, 그의 말을 패러디하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Simple하게, 그러나 Classic.”

     

       작가의 말)

        이 글을 나의 뮤즈한테 공손히 바친다. 그는 이 글에 관해서도 “나의 니니님은 천재세요.”하며 물개박수를 칠 듯해서.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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