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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와지탄(無蛙之嘆)수필/신작 2026. 4. 4. 14:09
무와지탄(無蛙之嘆)
윤근택(수필가/ 수필평론가/ 문장치료사/ 음악 칼럼니스트)
내 사랑하는 그대,
그대의 파파 니니는 ‘짤(shorts)’이나 유튜브나 오디오 북을 통해 엄청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지요.
이번에는 조선조 미복(微服)차림으로 즉, 지위가 높은 사람이 무엇을 몰래 살피려 다닐 때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초라하게 옷을 입고서 자주 나섰던 숙종과 관련된 이야기인 걸요. 조선 제 19대 왕 숙종[1661~1674(향년 58세)]은 민정시찰에 관해 으뜸이었을 걸요? 그대께 여러 차례 말했지만요, 글은 쓰는 게 아니라 재편집하는 것입니다.이 편리한 인터넷 세상에, 설령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원하는 정보나 지식은 다 챙길 수 있죠. 다만, 작가의 몫은요, 그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만큼만 미량(微量)으로 발췌하여 정리하고 재편집하는 것.
내 사랑스런 그대,
숙종이 어느 날 깊은 밤 촛불 켜진 오두막에 가서 인기척을 했어요. 그 오두막 안에는 어느 서생(書生)이 글을 읽고 있었어요. 그는 하소연을 했어요. 과거시험을 봤으되, 번번이 낙방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게 되어요.
“여보시오. ‘무와불입지(無蛙不入之)’란 말도 못 들어보았소? 개구리가 없으면 그곳 즉, 과거에 합격할 수가 없다는 뜻이라오.”
그가 말한 ‘개구리’란, 요즘 식으로 따져 ‘황금거북이’인 셈이고, ‘뇌물’을 일컫는 말.
숙종은 수작을 끝내고, 끝끝내 자기 신분을 감춘 채, 다시 궁궐로 돌아갔어요. 대신 미더운 신하한테 일렀대요.
내 고운 이,
그 신하는 왕의 명을 받잡고 그 서생댁에 갔어요.
“ 모월모일에 과거시험이 있을 터이니, 이 노자(路資)를 챙겨, 한 번 더 속는 셈치고 궁궐로 와 보시오.”
서생은 반신반의하며 때를 기다려 시험장에 나타났어요.
시제(詩題)가 걸리기를, ‘無蛙不入地’. 숱한 응시생들은 그 뜻을 몰라했으나, 그 서생은 단박에 글을 적어 제출할 수 있었고, 급제하게 되었다는 게 아닙니까?
내 그리운 그대,
사실 숙종 임금과 관련된 인재발탁 일화(逸話)는 참으로 많아요. 그대의 니니의 예전 작품, ‘머리카락 소묘(素描)’제 3화는 이렇게 되어있지요.
< 3. 상가승무노인탄(喪歌僧舞老人嘆)
숙종(肅宗) 임금이 민정(民情)을 살피기 위해 어느 날 밤 잠행(潛行)을 하게 된다. 어느 상가(喪家)에 들르니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상주(喪主)는 노래 부르고 여승(女僧)은 춤을 추는데,그 곁에서 어느 노인은 탄식하고 있었다. 임금은 노인한테 다가가 그 연유를 물어 보았다. 노인이 대답은 이러했다. 노래를 부르는 이는 자기의 아들이며 가난한 선비였다. 그 선비의 모친이 세상을 뜨고, 노인의 생일이 되었건만, 생일상을 차릴 수 없게 되자, 그의 아내이자 그 노인의 며느리인 이가 머리를 잘라 팔아서 생일상을 장만하였다. 아들은 부친을 즐겁게 해드리고자 노래를 부르고, 머리를 깎은 며느리는 춤을 추는데 마치 여승이 춤을 추는 것 같아 노인은 가슴이 아파 탄식하고 있노라고.
이 이야기를 들은 숙종은 넌지시 그 아들한테 일러준다. 조만간 별시(別試)가 있을 터이니,한번 더 속는 셈치고 응시해보라고.
이윽고, 과거가 열렸는데, 그 시제(詩題)가 ‘상가승무노인탄’이었다. 가난한 선비는 자기네 이야기인지라 멋지게 글을 적어 급제한다. 숙종 임금은 그와 그의 아내의 효심을 이미 알았던 것이고, 효심 많은 그를 등용코자 하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울 도봉구 미아1동 효자 효부 이야기로 구전되어 온다.(하략)>
무척 보고 싶은 그대,
이 글 제재에 좀 더 충실해질 게요. 고려 중기 문신(文臣)이었던 이규보(李奎報, 1169~1241)이 과거시험에 내리 낙방을 하고 어느 댁 대문 앞에다달아 밥이라도 한 술 얻어먹으려고 해을 적에 그 대문에 적힌 글이 바로 ‘無蛙不入地’였다고 해요. 이튿날 산속에서 신선이 나타나 그 뜻을 정확히 알려주었다는군요. 蛙[개구리]가 뇌물을 뜻한다고요. 이후 이규보는 최씨 무신정권에 맞짱뜨지 않고 생존하며 영웅서사시 <동명왕편>을 적는 등 문학사적 업적도 이룩했어요.
내 사랑스런 그대,
끝으로, ‘無蛙不入地’의 기원에 대한 우화(偶話)를 소개하기로 합니다. 솔개와 따오기와 꾀꼬리. 따오기와 꾀꼬리가 심사위원인 솔개 앞에서 노래경연대회를, 마치 요즘 ‘미스터 트롯’처럼 하였대요. 솔개는 따오기로부터 사전에 개구리를 뇌물로 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판정을 내렸어요.
“꾀꼬리, 네 노래는 간사스럽게 들려. 따오기, 네 노래는 점잖게 들려. 해서, 이번 시즌의 ‘미스터 트롯’왕관은 따오기 네 차지야.”
내 사랑스런 그대,
‘미스터 트롯’이니 ‘미스 트롯’이니 하는 데도 약간의 잡음이 있긴 하더군요.
작가의 말)
이 글도 그대께서 완성해보시길.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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