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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여생, 절반은 눈물이다(13) - ‘직지대모(直指大母)’-
    수필/신작 2026. 4. 6. 11:43

    있잖아요,

    저는요,

    그 무엇이 되었건 계속 쓸밖에 없어요.

    최근 들어,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위업을 달성했던 분들 생애에 관해서요,

    매일 몇 분씩 공부를 하는데요,

    그분들 공히 한평생 줄기차게 편지를 쓰고, 누구랑 교감을 나눈 분들이더군요.

    저도 그분들로부터 쉼없이 배워야지요.

     

     

     

                      내 여생, 절반은 눈물이다(13)

                     - ‘직지대모(直指大母)’-

     

     

     

                                                                            윤근택(수필가/ 수필평론가/ 문장치료사/ 음악 칼럼니스트)

     

      내 사랑하는 그대,

      이미 여러 차례 그대께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e메일로 고백한 바 있어요.

      “그대의 ‘니니’는요, 나이 칠십에 이르러서야 공부가 이처럼 재밌는 줄을 알게 되었어요. 수필작가인 그대의 니니는요, 스마트폰의 위력을 그 누구 못지않게 느끼고 있어요. ‘쇼츠(shorts)’로 부르는 매체를 통해, ‘오디오 북’을, 귀로 읽는 대하소설 등 매일매일 두어 편씩 공부해요. 잠결에도 휴대전화기를 귓전에 틀어놓아요. 물론, 꿈결에서도 수필작품 쓰는 것은 기본이고요. 열심히 공부하는 점은 그대로부터 박수 받아야 마땅하죠? 기왕에,그댄 나의 에너자이저 되겠노라 발벗고 나섰잖아요? 내가 직업 관계상 아파트 경비원으로 10여 년째 지내오면서, 불침번을 서느라 타의 반 본의 반 이처럼 공부하게 되었어요. 자랑스럽죠?”

      내 고운이,

      허두가 길었군요. 아무리 내 이야기 갈 길 바빠도, 위 부제(副題)를 간략하게 풀이하는 게 순서겠네요. ‘直指-’는 인류 최초 금속활자로 인쇄된, 註1) <直指心體要節)>을 일컫습니다. ‘-大母’는 말 그대로 ‘특정 분야나 단체에서 권위가 있고 영향력이 있는 큰 여인’을 이릅니다.

      내 고운이,

      시계바늘을 1955년으로 돌립니다. 한국전이 끝난 지 2년. 33세의 어느 여인이 프랑스 제 1호 여성 유학생으로 프랑스로 건너가게 되어요.

      그분의 스승이 일렀어요.

      “자네, 이 길이 험난한 길인 걸 나도 잘 아네. 자네만이 할 수 있어. 그곳에 가거든 프랑스인들이 1866년 註2)병인양요(丙寅洋擾) 때에 빼앗아간 우리 것을 꼭 찾아보아야 하네.”

        그 여인은 돈도 없었고, 연고도 없었어요. 커피 한 잔과 딱딱한 빵으로 끼니를 때웠어요.

        1967년. 그분은 그곳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사서(司書)로 지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많은 고서적들 가운데에서 우리 문헌을 찾느라 밤낮 가리지 않고 애를 썼어요. 그러다가 사다리에 올라서서, 서가(書架)에서 한 권의 낡고 먼지 낀 한자본 고서적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내 그리운 그대,

        그분은 그 고서적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되어요.

        ‘1377년 고려. 금속활자 구텐베르크보다 78년이 앞서다.’

      그길로, “바로 이거야!”하면서 프랑스학자들한테 설명했어요. 그러나 그들은 믿지 않았어요.동양의 책이 서양의 책보다 앞설 리 만무하다면서요. 해서, 그분은 혼자서 증명해보이기로 했어요. 감자를 잘라 그 활자체를 만들고... 지우개로 찍어보고... 대장간을 돌며 금속활자를 연구했어요. 화재도 세 차례 겪었어요. 밥도 굶으며 연구했어요. 그러기를 5년여 . 그분은 기어이 증명했어요.

       내 사랑스런 그대,

       1972년, 파리. 그분은 <直指>를 세상에 알렸어요. 쿠텐베르크 활자본보다 78년 앞선 인류 최초의 금속활자본임을요. 그제야 유럽이 인정하게 되었어요. 그 일로, 그분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부터 해고되었어요. 프랑스 당국은 그분을 대한민국 스파이라고 하면서요. 왜 그리했을까요? 자기네가 찝찝한 게 많았으니까요. 그분은 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자격으로 10여 년 그곳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밥도 굶으며 출근했어요.

       내 그리운 그대,

      그분의 노력으로 <直指>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어요. 이 대목에 이르면, 그대 ‘파파 니니’의 두 볼에 또 다시 뜨거운 눈물 줄줄 흘러내릴 거라는 거 익히 아실 듯. 그분은요, 그들 야만인들인(?) 프랑스 침략자들이 빼앗아간 註3)<외규장각의궤(外奎章閣儀軌)> 297권을요, 빼앗긴 지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어요.

        내 슬기로운 그대,

       이 작중 인물이 누구게요? 그분이 바로 註4)박병선(1928~2011,향년 83세) 박사이더군요.

       '대한민국의 위대함이여! 대한민국 여성의 위대함이여!'

       존경하는 ‘직지대모(直指大母)’시여!

        명목을 비나이다.

       너무도 그리운 그대,

      나날 생업에 열중하는 그대를 포함해서, 그대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나의 애독자님들을 위해, 주석(註釋) 형태로 아래와 같이 간략간략 적을 테니, 내 모자란 글은 그대께서 채워 완성해주시길. 대신, 본디 그대의 ‘파파 니니’는 글을 적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 이처럼 여유를(?) 부려요. 후원자인 그댈 믿기에요.

     

     

      註1) <直指心體要節)>

     

     

      고려 시절 청주목(淸州牧; 현 청주시) 사찰인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세계 최초 금속 활자본. 1337년 (고려 우왕 3년)에 고승 ‘백운 경한’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은 것이다. 이 <直指心體要節)>은 당시 프랑스 공사였으며 고서적 수집광이엇던 ‘빅토르콜랭 드 플랑시’가 합법적으로 구입해갔기에, 그 재산권은 프랑스에 있으며, 우리나라는 그 계약 기간을 2년 단위로(?) 갱신하며 영구임차 형태로 지니고 있다고 한다. 상권, 하권으로 되어 있으나, 상권은 행방불명 상태이고, 거액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고 한다.

     

     

      註2)병인양요(丙寅洋擾)

     

     

      흥선대원군 시절(고종 시절,1866년), 천주교인 박해로 내국인 천주교인 8,000여 명과 프랑스 신부 9인이 살해되자,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중심으로 쳐들어와서, 온갖 행패를 부리고, 이 글에 들어있는 온갖 문헌 등을 빼앗아간 사건이다. ‘洋擾’란, ‘서양 (오랑캐)의 소요사태’를 뜻한다.

     

     

       註3)<외규장각의궤(外奎章閣儀軌)>

     

      

      조선조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도서관이 ‘외규장각’인데, ‘儀軌는  국왕이 친히 열람하는 궁중의 ‘ 의식 규범’을 일컫는다. 그 귀중한, 법도 있는 조선의 책자를, 그처럼 무도하게 빼앗아간 프랑스 침략자들 무식한 행태가 기막히다.

     

     

       註4)박병선(1928~2011,향년 83세) 박사

     

     

      그분의 업적은, 본문에 다 적은 듯하다. 그분은 후일 전직 김영삼 대통령과 당시 미테랑 대통령 사이에 문헌 반환을 협상토록 하였다. 하더라도, 현재까지 그 소유권은 미해결 상태.

      그분은 2007년 자신의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 1866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탈하다>라는 책을 적으셨다.

      200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으셨다.

      2011년 12월에는 <KBS 감동대상> 특별상을 수여받으셨다.

     

     작가의 말)

     

     * 이 글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후배 수필작가 겸 제자 겸 '글 벗'인 그대께 바쳐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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